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욱 Dec 30. 2019

올해의 OO

2019년을 돌이켜보자

2019년은 개인적으로 지워버리고 싶은 한 해였다.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고, 하는 일에서 성과를 낸 것도 별로 없었다.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구직활동만 뜻대로 잘 되지 않았을 뿐, 돌이켜보니 책을 한 권 또 냈고, 그 책을 주제로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연도 했었다. 아득히 오래전 일 같기도 하고, 며칠 되지 않은 일 같기도 하다. 사람의 기억이란 이렇게나 연약하고 깨지기 쉬운 유리알 같아서, 기록해두지 않으면 금세 잊힌다.


그래서 정리해본다. 올해 나를 울고 웃게 해 줬던 여러 콘텐츠와 순간들. 올해의 땡땡. 다섯 개씩 추려본다. 순서는 순위와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올해의 영화


- 기생충

- 두 교황

- 어벤저스: 엔드게임

- 조커

- 포드 v 페라리

올 한 해는 <기생충> 말고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다. 봤다고 하더라도 기억이 안나는 것을 보면, 인상 깊었던 작품이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한국 영화는 몇 년째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스터만 봐도 저번 달에 나온 어떤 영화와 헷갈린다.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내부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사정은 잘 모르겠다. 10년 전 보다도 전체적으로 영화들의 질이 낮아진 느낌이다. 그래도 역시 <기생충>은 최고였다. 봉 감독님 응원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의 약진이 돋보이는 한 해이기도 했다. <두 교황>을 리스트에 넣기는 했지만, <아이리시 맨>도 최고의 영화였다. 다만 <아이리시 맨>은 각종 매체에서 워낙 주목했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여 고르지 않았다. 영화 <두 교황>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사이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초유의 사태였던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퇴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임을 중심으로 교황도 인간이라는, 아주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었던 사실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은 영화라 놀라웠고 이런 영화를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선한 자본(?)에 감사하며 봤다. 가톨릭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조금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올해의 가요(5개는 너무 적소, 10개 합시다)


- 아이유: Blueming

- 악동뮤지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 다모임: 아마두 (Feat. 우원재, 김효은, 넉살, Huckleberry P)

- 장범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 향이 느껴진 거야

- 레드벨벳: 짐살라빔

-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 나상현씨밴드: 각자의 밤

- 잔나비: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 규현: 애월리

- N.Flying: 옥탑방


사재기 논란으로 시끌벅적했던 2019년 가요계였지만, 그런 와중에도 좋은 가수들의 노래는 끊임없이 나왔다. 아이유의 <Blueming>은 뮤직비디오를 함께 봐야 한다. <밤 편지>로 대표되는 아이유의 발라드 계열 노래를 좋아하지만, 이 노래에는 그녀의 밝은 매력이 가장 잘 묻어나 있다.


악동뮤지션은 이번 앨범에서 놀라운 변화와 성장을 보여줬다. 듣자마자 '찬혁아, 군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하고 생각했다. 기존에 자신들이 가진 매력을 살리면서도 한층 성숙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어려운걸 이 어린 두 뮤지션이 해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되는 바다.


올 한 해 음악계의 가장 핫 했던 인물은 염따가 아닐까. Flex라는 단어를 유행시키고, 그가 하는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이슈가 되었다. 연말에 동료 뮤지션들과 함께 낸 노래 <아마두>는 평소 그의 노래를 즐겨 듣지 않던 나도 즐겁게 들었다. 잘 될 거야, 아마두. 라고 말하는 이 시커먼 형 동생들의 노래에서 희망찬 2020년을 맞이할 수 있을 거라는 힘을 얻었다. 2019년, 징글징글하게 싫었다 정말.


레드벨벳의 <짐살라빔>은 처음 나왔을 때 '응?'이랬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계속 생각나는 노래다. 지금도 노동요로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다. f(x)의 노래들이 딱 이런 느낌이었다. 그밖에도 위의 리스트들은 올해 동안 한 번 이상씩 들었던 노래들이다. 더 다양한 노래들이 있었으나, 저 노래들은 저마다 조금씩 사연이 있는 노래들이다. 노래는 기억과 결합될 때라야 비로소 파괴력을 가진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올해의 외국곡


- Billie Eilish: Bad Guy

- Post Malone: Circles

- Lea Michele: Christmas in New York

- Anne Hathaway: Bipolar Girl

- Mariah Carey: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외국 뮤지션들의 곡은 주로 올드한 아티스트들의 노래를 많이 듣는다. 특히 올해는 비틀스와 시규어 로스, 콜드 플레이, 데이빗 보위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은 빌리 아일리시의 <Bad Guy>였다. 우울하고 크리피 하면서도 그 안에 익살스러움을 집어넣을 수 있다는 건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감정을 느낀 건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2001년생인 이 천재 뮤지션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더 기대된다. 뭐 근데 내가 뭐라고 기대하니 마니 하겠어..


머라이어 캐리 누님의 저 고전 캐럴은 올해 나온 노래는 아니지만 빌보드 차트 집계 방식이 바뀌면서 드디어! 올해 1위를 찍으셨다길래 골라봤다. 크리스마스 곡이 어쩌다 보니 그래서 두 곡이나 들어갔다. 리아 미셸의 <Christmas in Newyork>은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있었던 뉴욕 생각이 나서 올 한 해 특히 많이 들었다. 뉴욕에 있을 땐 그 도시가 징글징글하게 싫었는데 이상하게 가끔 생각이 난다.


<Bipolar Girl>은 아래서 소개할 드라마 <모던 러브>의 OST다. 앤 해서웨이가 나온 에피소드에서 그녀가 직접 부른 노래인데, 아침에 이 노래를 들으면 나도 덩달아 조증에 걸리는 것 같고 좋다.


올해의 책(출판 연도 아님)


- 숨, 테드 창

- 서른의 반격, 손원평

- 여행의 이유, 김영하

- 빛 혹은 그림자: 로런스 블록 외

-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올해의 책을 골라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책은 테드 창의 <숨>이었다. 단연 올해 내가 읽었던 책 중에 최고의 책이었고, 딱 한권만 골라야 한다면 이 책을 골랐을 것이다. 나머지 책들은 올 한 해 읽은 몇 되지 않는 책들 중에서 그나마 인상 깊었던 책들이다. 올해는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독서를 많이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내 책을 넣고 싶었지만 그건 너무 양심이 없어 보여서 뺐다.


올해의 유튜버


- La Storia

- 슈카월드

- 임한올

- 진용진


자이언트 펭 TV, 백종원 등 올해에도 유튜브 세상은 새로운 대형 유튜버들의 등장으로 떠들썩했다. 올해의 유튜버로 단연 미친듯한 성장세를 보여준 백종원의 채널을 꼽는 사람도 있겠으나, 백종원을 유튜버라 부르기엔 애매하다. 자이언트 펭 TV의 펭수나, 워크맨의 장성규도 그런 의미에서 제외했다. 유튜브의 매력은 일반인 스타의 탄생을 보는 재미에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가장 즐겁게 보는 채널들 다섯 개를 골라봤다.


<La Storia>는 이탈리아에 살면서 그곳의 음식을 미친듯한 영상미와 잘 짜인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는 채널이다. 구독자수가 낮은 이유는 요리가 너무 전문적이어서일까? 이탈리안 음식에 대한 정보를 최근 이곳에서 많이 얻었다.


<임한올>은 성대모사를 주로 하는 교육(?)유튜버다. 녹아내리는 그녀의 목소리 덕분에 처음으로 ASMR을 끝까지 들어봤다. 영어 발음이 미친 듯이 좋은 데다가,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의 성대모사도 찰떡같이 잘해서 듣고 있으면 신기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게다가 영상을 보고 있으면 그녀가 지닌 밝은 기운이 화면 너머로까지 전해지는 느낌이다. 최근 구독자수가 케이크 앱 광고를 통해 유입되며 떡상했다.


그밖에도 진용진, 슈카월드 역시 본인들이 가진 인간다운 매력과 자신만의 강점을 유튜브 영상에 잘 녹여내며 순항하고 있는 채널들이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는 비결, 자신만의 강점을 영상에 녹여내면서도 그 매력이 인간답고 선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보는 사람들이 무자비해 보이는 듯해도 희망을 갖게 되는 이유다. 우리는 아직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를 쏟아내던 유튜브 채널들이 반짝 뜨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해의 한국 드라마


- 멜로가 체질

- 동백꽃 필 무렵

- 호텔 델루나

- 킹덤

- 로맨스는 별책부록


리스트를 선정하고 나서 '아니 킹덤이 올해 나온 드라마였다고?' 하면서 놀랐다. 역시 올 한 해도 한국 드라마에는 러브라인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으나 그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했던 작품들이 많이 보였다. 리스트엔 들지 않았으나 tvn의 <60일 지정 생존자>가 그랬고, 넷플릭스 <킹덤>이 그랬다. KBS의 <동백꽃 필 무렵>도 멜로 라인이 들어가 있긴 했으나 멜로보다는 가족애가 더 주목받은 드라마였다. <멜로가 체질>은 기존 멜로드라마의 문법에서 벗어난 신선한 연출 방식이 좋았고,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생소할 수 있는 출판계 이야기를 잘 녹여냈다. <호텔 델루나>는, 아이유가 나왔으니까.


안타깝게 들지 못한 드라마 중엔 <보좌관>과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가 있다. <보좌관>은 시즌2에서 뒷심이 다소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줘서 시즌1의 감동을 다 까먹었고, <검블유>는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았고 스토리도 잘 짜여 있었으나 영화 미스 슬로운을 대놓고 참고한 모습들이 아쉬워서 넣지 않았다. 웰메이드 드라마였는데 조금 더 자신감을 가졌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의 외국 드라마(발매년도 아님)


- 위처

- 체르노빌

- 모던 러브

- 실리콘밸리

- 더 크라운

왕좌의 게임이 대차게 말아먹은 2019년이었다. 그러나 웰메이드 드라마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넷플릭스에서 나오는 신작들을 챙겨보기에도 벅찬 1년이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퀄리티가 들쑥날쑥 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위처>처럼 거대한 자본력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드라마들도 많이 나왔다. 넷플릭스는 은근히 <더 크라운>과 같이 역사적 사실에 기반을 둔 드라마에서 은근히 강세를 보인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의 퀄리티들이 높은 것과 연관이 있을까 싶어 진다. 올 한 해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드라마보다 영화 쪽이 좀 더 괜찮았다.


올 해의 드라마를 단 하나만 뽑자면 단연 HBO의 <체르노빌>이다. 드라마를 보고 나면 체르노빌 사태는 원전 폭발 그 자체보다도, 구 소련의 공산주의라는 시스템이 만들어낸 거대한 재앙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던 러브>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아마존 프라임에서 내놓은 오리지널 시리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존 카니 감독이 만든 첫 드라마다. 동명의 뉴욕타임스 칼럼을 모티브로 삼고 있으며, 러브 액츄얼리의 2019년 드라마 버전 같은 느낌을 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해의 게임(발매년도 아님)


- Witcher 3

- Harry Potter : Wizards Unite

- Path Of Exile

- Heroes of the Storm

- Call of Duty: Modern Warfare(Reboot)

포켓몬 고를 내놓은 나이안틱사가 해리포터를 주제로 증강현실 게임을 내놓는다고 했을 때, 과연 설레지 않았던 포터헤드들이 있었을까. 나 역시 해리포터 시리즈의 오랜 팬으로서 <Harry Potter : Wizards Unite>가 나온다고 했을 때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포켓몬 고와 마찬가지로 게임은 금방 질렸고, 한 동안 미친 듯이 돌아다니며 세계의 이상 현상들을 처리해나가던 나는 다시 머글들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패스 오브 엑자일>은 나온 지 오래된 게임이나, 국내에는 올해 정식 발매했다. 꽤 늦어졌는데 퍼블리셔는 카카오 게임즈에서 맡았다. 카카오에서 퍼블리싱을 한다고 했을 때 국내 많은 게임 팬들이 걱정했지만 그들이 우려했던(?)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은 망한 기념으로 넣어봤다. HGC를 갑자기 폐지했고, 말도 안 되는 신캐들이 나와서 불난 팬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히오스 하면 이제 무너진 건물에 '우리 식당 정상 영업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린 짤방만 생각난다. 안녕 히오스.


올 한 해 가장 즐겁게 한 게임들은 <위처 3>,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부트>였다. <위처 3>는 워낙 오래 해 온 게임이고 드라마가 나온다길래 다시 시작했고. <콜 오브 듀티>역시 워낙 좋아하는 게임 시리즈다. 이번 리부트에서는 드론 공격을 하는 등 현대전의 요소들을 많이 집어넣어 한층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러시아인들은 정말 이 게임을 싫어하겠다 싶었다.


올해의 잘한 소비


- 액자 프레임

- 아이패드 에어 3

- 노트북 거치대

- 카메라 스트랩

- Casetify X Pangram 케이스, 파리

올해의 잘한 소비. 외국 여행을 다니다 보면 미술관에서 각종 명화들의 포스터를 사는데, 방 한구석에 방치해놓는 게 늘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사이즈에 맞는 액자 프레임을 사서 몇 개 걸어두었다. 얼마 안 하는 액자 프레임 만으로도 방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올 해의 가장 큰 지름은 아이패드 에어 3. 쓴 돈을 봐서라도 잘한 소비라고 정당화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도 한 달 정도 쓰고 있는데 상당히 만족하면서 쓰고 있다. 특히 다른 자료를 보면서 글을 작성하는 나 같은 경우는 필수적이다. 듀얼 모니터로 연결해서도 쓰기는 하지만 굳이 연결하지 않고도 요즘은 어플이 잘 나와서 다른 자료를 띄워놓기 수월하다. 하지만 역시 아이패드는 매우 좋은 넷플릭스, 유튜브 머신이다. 침대 위 생활(?)이 한층 즐거워졌다.


올해의 못한 소비


- 술 먹고 탄 택시


올 한 해 내가 못 한 소비는 이것 외에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나는 어지간하면 쓸데없는 물건은 잘 사지 않는다. 아니, 샀으면 어떻게든 만족하고 쓴다.


하지만 택시비. 진짜 이것 만큼 돈 아까운 소비가 없다. 2020년엔 줄일 수 있을까? 없겠지. 아, 쓸데없는 결혼식에 축의금을 낸 것도 아깝기는 한데 그건 2019년 말이 되면서 많이 고쳐서 넣지 않았다.


올해 기억에 남는 순간들


- 두 번째 책 <몽골, 안단테>출판

- 별마당 도서관 강연

- 다시 찾은 제주도

- 끝없는 서류와 면접 탈락

- 우울증에 허우적대던 8월과 9월

올 한 해, 사회적으로도 다사다난했지만 개인적으로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도 6월에 몽골 여행 책을 냈고, 8월엔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연을 했다. 몽골 여행을 함께 갔던 동행들과 보낸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은 한 해였는데, 그 친구들이 없었다면 올해는 꽤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제주를 두 번 찾았고 두 번 다 좋은 인연들을 만난 인상 깊은 시간들이었다. 요즘도 제주에 살았던 나의 한 시절이 생각나곤 한다. 제주에서 내가 다시 살게 될 날이 올까.


우울증과 무기력이 도져서 꽤 고생을 했고, 사람들의 연락도 끊고 지냈는데, 아마 여름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여름엔 한 없이 무기력해진다. 겨울이 되니 세상에 온통 즐겁고 아름답다. 아아, 겨울만 계속되어라.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공채 시즌이라는 걸 준비해봤다. 늦은 나이에 처음 시작했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결과는 보기 좋게 모두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 현재는 프리랜서와 상반기 준비를 놓고 내 인생을 건 베팅을 하기 위해 저울질을 하고 있는 시기다. 프리랜서는 불안하지만, 취직 안되면 해야지 별 수 있나.


그 와중에도 네스트 호텔을 비롯한 각종 기고 작업들을 계속해왔다. 아아,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이렇게 길고 길게 한 해를 정리해봤다. 정리해보니 좀 더 명확하게 2019년이 보이는 것도 같다. 분명 1월의 일들은 다 까먹지 않았나 싶다.


2019년, 나쁘진 않았지만, 아니다 나빴어 너. 제발 빨리 지나가렴.


매거진의 이전글 실현 가능해 보이는 부자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