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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Feb 26. 2020

COVID-19:전염병 주식회사 사례를 중심으로

*매우(x100) 비전문적인 글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전염병 주식회사를 하다 자연스레 COVID-19(코로나19)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부수효과(?)가 생겨 작성하게 된 글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COVID-19, 일명 우한 폐렴, 코로나19라 불리는 전염병의 공포에 휩싸여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 감염자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견된 직후 정부 당국은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며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했지만,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이던 바이러스는 신천지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선 지금(2020년 02월 26일 오후 14시 기준)사실상 확진자의 동선 파악은 더 이상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렸다.


코로나19는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임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 바이러스(MERS-CoV, 이하 메르스)나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 이하 사스)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고 생겨나고 있다. 메르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186명의 감염자, 38명의 사망자를 냈으며(치사율 19.9%), 사스의 경우에는 이보다 적은 4명의 감염자만 있었을 뿐이다(출처:세계 보건기구 WHO).


문득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코로나19와 사스, 메르스 간에는 과연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그러다 문득 종종 즐겨하던 전염병 주식회사(Plague Inc.)의 사례를 떠올리게 되었다.


전염병 주식회사는 플레이어가 실제 바이러스가 되어 전 세계를 감염시키고 인류를 멸종에 이르게 만드는 게임이다. 환경과 기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바이러스를 진화 혹은 변이 시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목표다. 다소 경악스러운 이 게임을 하다 보면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일반인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이를테면 게임 난이도를 선택할 때 쉬움, 보통, 어려움의 설명에서 손을 씻는 빈도, 의사들의 업무 강도, 건강검진의 여부 등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다양한 전염병의 유형 중에 전염성 바이러스 군에 속한다. 바이러스의 경우 게임상에서의 설명처럼 실제로 변이가 자주 이뤄지기 때문에 백신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고,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게임상에서도 바이러스를 선택해 플레이를 하고 있으면 실제로 '증상'이라 불리는 특성이 빠르게 변이 된다(게임에서 '증상'이란 기침, 폐렴, 불면증, 구토 등 우리가 일반적으로 병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심지어 바이러스는 변이를 빠르게 일으키는 특성을 강화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종은 RNA라는 유전적 배열을 지니고 있는데, 이런 특성을 지니는 바이러스는 DNA에 비해 변이가 쉽고 돌연번이 발생이 빈번해 다양한 형태의 신종 감염병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코로나19의 특징 중 또 하나가 바로 빠른 전염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이유를 전염병 주식회사를 하면서도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시작이 중국이었다는 점. 중국은 이 게임을 해 본 유저라면 알겠지만 바이러스를 첫 스타트로 시작하기 가장 좋은 국가다. 높은 인구밀도와 대륙 한 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요건, 적당히 바이러스가 번식하기 좋은 기후, 항공기와 선박 등의 잦은 출입, 좋지 못한 위생상태, 야생동물을 먹는 식습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을 스타팅으로 끊으면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19가 역설적으로 '치명적이지'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약 3% 정도로 얘기되고 있는데, 이는 치사율이 27%에 달하는 메르스나 9%인 사스에 비해 훨씬 적은 수치이다. 증상이 거의 없거나 감기와 비슷하게 시작을 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숙주인 사람이 자신이 감염된지도 모른 채 외부활동을 할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확산이 더욱더 빠르게 되는 것이다.


특히 게임상에서는 백신의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해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증상 변이는 최대한 뒤로 늦추는 것이 중요한데, 바이러스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정도로 충분히 치명적이지 않으면 전 세계 국가들도 백신 개발에 힘을 쏟지 않고, 바이러스를 특별히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바이러스를 충분히 퍼뜨리기도 전에 숙주가 다 죽어버리면 더 이상 감염을 시킬 수 없기 때문에(숙주가 죽으면 바이러스도 소멸한다), 적절히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따라서 초반에는 전염을 빠르게 일으킬 수 있는 기침, 재채기, 구토 등의 증상을 먼저 변이 시킨다. 이는 현실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무증상 상태에서 감염이 가능하다는 얘기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세 번째로는 국경 폐쇄를 들 수 있다. 현재 다양한 나라에서 대한민국으로의 여행을 자제하도록 요구하거나, 한국발 비행기를 탑승한 승객들의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염병 주식회사 게임을 하다 보면 나오지만, 바이러스가 다른 나라로 퍼지는 주된 전파 경로는 육로가 아닌 비행기와 선박을 통한 감염이다. 따라서 어떤 국가들은 빠르게 공항과 항구를 폐쇄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을 국가에 들이는 순간 바이러스는 이미 해당 국가에 퍼졌다고 봐야 한다. 바이러스에게 사람은 그저 안전한 바이러스 컨테이너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막자는 등의 이야기가 감염 초기부터 나온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이미 소용이 없게 되어버린 듯하다. 효과가 없진 않겠지만 미미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역으로 코로나19의 전염이 어느 정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는, 다시 쌩쌩한 바이러스를 들이는 것은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심정적으로는 어이가 없지만 그들 입장에선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을 거부할 명분이 충분하다. 불과 며칠 새 상황이 역전되어버렸다.

이 밖에도 설치류나 벌레, 가축 등의 다양한 전염경로를 선택하거나, 부유한 나라를 감염시키기 위해서는 약물 내성을 올려야하는 등의 고증도 인상적이다. 또한 적도나 극지방 등 기후가 극단적인 곳에서는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지지 않는데, 감염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는 추위나 더위에 대한 바이러스의 내성을 올려야한다. 이처럼 일반인이라도 이 게임을 몇 판만 하면 전염병의 전파경로, 특성 등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져있다. 단순해보이지만 꽤 많은 전염병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게임과 현실이 같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현재로서 코로나19가 얼마나 확산되고, 언제 소강상태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 일반인인 나로서는 더더욱 예측할 수 없다. 전염병의 무서운 점은 점점 감염자가 증가할수록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증식된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1,000명을 넘어선 이상 상황이 긍정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메르스나 사스 때와는 달리 훨씬 더 심한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이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빠른 전파속도에 있다. 앞선 둘에 비해 치사율이 낮다는 것은 아무런 위안이 되지 못한다. 사망자의 다수가 이미 병에 걸려 있는 상태 혹은 기초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특히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조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는 메르스나 사스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백신이 없기 때문에(위에서 말했듯이 빠른 변이를 지닌 특성으로 인해 백신 개발이 거의 불가능하다) 걸리면 바이러스가 소멸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정부가 이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 해나 가기만을 바랄 뿐이다. 부디 다들 건강히 이 상황을 극복해나갔으면 한다. 전염병보다 더 무서운 것은 증오할 대상과 분노할 사건을 찾아 혐오가 만연하게 퍼지는 이 상황이 아닌가 싶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상황이 똑같이 재현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복잡한 기분이 든다.

탈모가 근절되는 세상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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