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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Sep 21. 2020

이탈리아 엄마들도
라구를 사골처럼 만들어둘까?

본격 라구 소스 레시피

매일매일 글 한 편씩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쓰고 있던 다른 글이 있었으나 분량 조절 실패로 열두 시까지 올릴 수 없을 것 같아 부득이하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라구 파스타 소스 만들기 레시피로 글을 대체합니다.


라구는 이탈리아 파스타 소스의 일종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구 소스는 이탈리아 볼로냐 지방에서 해 먹던 볼로네제 소스 혹은 파스타다. 넓은 범주에서 보자면 토마토 파스타의 일종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흔히 토마토 파스타 하면 생각나는 강한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라기 보단 조금 더 고기가 베이스인 느낌의 미트소스에 가깝다고 보는 편이 더 가깝다. 실제로 소스를 만들 때 우유를 넣기도 하니 말이다. 라구는 볼로네제 외에도 화이트 라구도 있고, 잘게 썬 재료가 아닌 덩어리가 들어가 재료의 식감이 살아있는 라구 소스도 있다.


정통 이탈리아식 라구 소스는 네 시간 이상을 끓이면서 만드는데, 이는 옛날에 좋은 품질의 고기를 구할 수 없었던 서민들이 아무 고기나 싸게 구입하여 잘게 간 뒤 맛있게 먹기 위한 방법이었다. 서민들이 싼 고기를 맛있게 먹기 위해 고안한 레시피는 나라마다 무척 다양한데, 대표적으로는 미국의 풀드포크가 있다. 이 역시 값싼 돼지고기 부위를 맛있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다. 물론 요즘은 고기의 질이 좋아져 라구 소스를 끓이는 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들일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대로 만들어 오랜 시간을 푹 끓이는 것이 재료의 깊은 맛과 함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재료

소고기 간 것 600g

돼지고기 간 것 250g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비율은 7:3 혹은 2:1 정도의 비율로 준비하면 된다.)

-

양파, 샐러리, 당근

(양파 샐러리 당근은 그냥 같은 비율로 1:1:1로 준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취향껏 조절 가능.)

-

화이트 와인(드라이한 것으로)

버터(80그램 정도)

토마토 페이스트

소금

후추

우유(혹은 생크림)

비프스톡(고기육수, 치킨스톡 등으로 대체 가능)


1. 준비한 양파 샐러리 당근을 전부 잘게 다져준다.

2. 깊은 냄비에 버터를 넣어 녹인 뒤 양파와 샐러리, 당근을 넣어 볶아준다. 볶는 동안 소금 간을 살짝만 해준다. 이는 서양요리의 베이스가 되는 재료로, 프랑스에서는 미르푸아(mirepoix)라고 부른다. 스튜나 고기 요리 등에 거의 전천후로 쓰이는데, 이탈리아나 스페인에서는 소프리토(soffritto)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등 나라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 서양 음식 대부분은 이렇게 맛의 층위를 베이스부터 하나하나 쌓아 건축해나간다는 느낌이 강하다. 

3. 야채가 투명해져서 부드러워지면, 준비해 둔 고기를 넣는다.

4.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 증발할 때까지 볶는다.

대충 이런 식의 비주얼이 나와야 한다. 육즙이 날아가면 고기에서 타닥타닥 소리가 나면서 튀겨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이 상태가 되면 거의 다 볶아진 것이다. 사실 이 과정이 제일 어려운데, 약 40분 이상을 약한 불에서 계속 볶아주어야 한다.


5. 고기를 볶았다면 화이트 와인 300ml 정도를 붓고, 토마토 페이스트를 크게 두 스푼 넣는다.

6. 기호에 따라 월계수 잎이나 각종 허브를 때려 붓는다. 내 경우는 허브 향이 나는 걸 선호해서 집에 있는 각종 허브를 이때 넣고 향을 낸다.

7. 이제부터 두 시간~세 시간 정도를 약불에 졸여준다. 중간중간 확인해주며 너무 졸아들지 않도록 고기 육수를 한 국자 정도씩 추가해준다. 타지 않게 저어 주기도 해야 한다.

8. 부드러운 맛을 원할 경우 마지막 즈음에 우유나 생크림을 추가한다.

(위의 사진은 너무 되직하다. 저 상태라면 육수나 우유를 더 부어주어야 한다.)


라구 소스를 만들다 보면 어릴 적 어머니께서 한 솥 크게 끓여두시고 냉장고에 넣은 다음 두고두고 먹던 사골국이 생각난다. 실제로도 이렇게 라구 소스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다 보니 나 같은 경우는 한 번에 대용량으로 만들어둔 뒤에 냉동한 다음 두고두고 꺼내먹는 편이다. 아주 기본인 라구 파스타부터 라자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먹을 수 있다. 만드는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지만, 이렇게 오랜 시간 음식을 만들면 수고한 만큼 먹을 때의 행복도 배가 되는 기분이다.

이렇게 하나 둘 집에서 요리를 만들게 되면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의 기준도 달라진다. 맛에 대해 까다로워지는 것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음식을 내놓는 이에 대한 감사함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음식을 만들 때의 수고스러움과 요리의 섬세함을 알게 되는 순간, 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이해까지도 생겨난다. 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다. 요즘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때, 달고나 커피 같은 음식 말고 라구 소스를 만들어 두고두고 먹는 건 어떨까? 달고나 커피는 만들고 나면 허무하지만, 라구 소스는 두고두고 먹을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아, 결국 12시 안에 못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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