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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Oct 11. 2020

친애하는 유미에게

웹툰 <유미의 세포들> x 핸드 앤 몰트 '유미의 위트 에일'

평소 웹툰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다. 한때는 매일매일 서너 개 이상의 웹툰을 챙겨본 적도 있었으나, 바빠서 한 번 못 보게 되니 다시 웹툰을 보게 되질 않았다. <목욕의 신>하일권 작가의 작품이나 가스파드의 <선천적 얼간이들>, 주호민의 <신과 함께> 등을 이 시기에 챙겨봤다. 그 뒤로는 꾸준히 챙겨보거나 하진 않았고,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서 가끔 한 두 편 몰아서 보는 정도였다. <진눈깨비 소년>이 그랬고, 오늘 말해 볼  <유미의 세포들>도 그런 웹툰 중 하나였다.

출처: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2015년 4월에 첫 연재를 시작했다. 내가 <유미의 세포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 2015년 10월 정도였으니까, 연재하고 약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본 셈이다. 취직한지 3개월 정도가 지난 시기였다. 친구가 숙취로 인해 힘들어하는 내게 유미의 세포들 만화 내용을 카톡으로 보낸 것이 그 시작이었다. 몸속 유미의 세포들이 술을 마셔대는 주인 탓에 알콜을 해독하느라 고군분투하는 내용이었다. 재밌는 발상이라고 생각했었다. 옛날 대학교 수업시간에 접했던 우디 앨런 감독의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이라는 영화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 뒤로도 <유미의 세포들>은 매주 꾸준히까지는 아니어도 날을 잡고 밀린 회차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보는 거의 유일한 웹툰이 되었다. 처음엔 웹툰의 발상이 매력적이었다면, 그 뒤로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유미가 겪어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감정을 이입하며 보게 되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회 초년생들이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유미는 절친한 친구 같았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공유하며 커가는 친구. 어느 날은 맥주 한 캔 하며 회사생활의 고달픔과 풀리지 않는 연애에 대해 얘기하다가, 맛있는 떡볶이 하나에 세상 행복해하는 그런 일상을 공유하는 친구.


사실 이렇게 내가 갑자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얘기하게 된 것은 이 맥주를 소개하기 위해서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과 국내 수제 맥주 회사 핸드 앤 몰트가 함께 콜라보 한 '유미의 위트 에일'이다. 인터넷으로 이 소식을 접한 뒤, 당장 사서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편의점 몇 군데를 뒤졌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섯 군데 정도를 뒤진 뒤에야 가까스로 판매처를 찾아낼 수 있었다. 남아있던 네 캔을 전부 쓸어왔다. 가격은 착하게도 편의점 캔맥주 국룰인 네 캔에 만원이었다.

'유미의 위트 에일'은 헤페바이젠 계열의 가벼운 밀맥주다. 헤페바이젠 특유의 바나나향을 필두로 하는 달콤한 과일향이 느껴지면서도 무겁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편이다. 에일맥주의 끝 맛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향이 덜하고 훨씬 가벼운 편이라 전통적인 느낌의 에일맥주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맥주다. 대신 이런 맥주들의 특징은 다양한 안주와의 궁합이 좋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 맥주 시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라거류가 바로 그런 맥주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라거에 비하면 향이 무척 풍부한 편이지만.

패키징은 한눈에 확 띄는 노란색을 베이스로 웹툰<유미의 세포들>요소가 깨알같이 담겨 있다. 캔에는 앞뒤로 유미와 순록이가 그려져 있고, 주변으로는 유미가 좋아하는 음식을 비롯해 세포들의 모습들로 꾸며져 있다. 제조사 말에 따르면 극 중 유미가 애정 하는 음식(떡볶이, 핫도그, 과자류)들과의 페어링이 괜찮다고. 함께 마셔보진 않았으나 맥주를 마셔 본 바에 따르면, 충분히 궁합이 괜찮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키지도 예쁘고 맛도 좋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웹툰 주인공과 결을 함께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맥주다. 극 중 유미가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쳐다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떡볶이에 맥주 한 잔을 한다면 바로 이런 느낌의 맥주이지 않았을까? 도시의 차가운 직장인 같으면서도 먹을 것 앞에서는 한 없이 행복해하는 유미.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으면서 본인만의 개성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극 중 '유미'의 모습을 닮은 맥주라는 생각을 마시는 내내 했다. 그녀를 닮은 맥주 덕분에 자연스레 웹툰 속 내가 사랑했던 캐릭터들의 모습을 되새겨보았다. 유미가 마셨을 법한 맥주를 마시며 지난 5년간 유미와 함께 했던 여정을 돌이켜 보는 것이야말로 웹툰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가장 적절한 작별인사라는 생각이 든다. 마치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느낌이다.



지난 5년간 유미가 회사를 다니고 부서를 옮기며 꿈을 찾아 방황하고 다양한 연인들을 만나며 울고 웃는 동안 내 인생에서도 참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유미처럼 회사를 그만두고 작가를 하겠노라며 야심 찬 출사표를 던지기도 했다. 물론 웹툰 주인공인 유미와 달리 나는 그녀처럼 성공한 작가도 아니고 내 옆에 함께 오래 할 수 있는 연인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함께 한 5년 동안 즐거웠노라고. 그녀의 모습이 연상되는 맥주를 마시며 인사를 건넨다. 유미야 어디서든 행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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