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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Apr 15. 2021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개국공신

넷플릭스 오리지널 <하우스 오브 카드>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넷플릭스? 그게 뭔가요

넷플릭스는 커녕 VOD조차 제대로 이용하기 전이던 2014년 봄,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를 처음 접했다. 당시 함께 회사를 다니던 다른 팀 동료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는 '엄청난 대작'이라고 드라마를 추켜세웠다. 그때만 하더라도 지금과는 달리 국내에서 '미드'와 '한드'는 여전히 뚜렷한 경계를 보이던 시절이었고, 당연하게도 국내에서 미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지금보다는 어렵던 때였다.


그 당시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설명하던 동료에게 들었던 말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건 스토리라인이 아니라 '한 시즌을 전부 한 번에'공개한다는 사실이었다. 드라마는 매 회를 기다리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하는 장르라고만 여겼던 생각이 순식간에 깨졌다.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가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자체 콘텐츠, 그것도 케빈 스페이시라는 걸출한 배우를 써서 만든 정치 드라마라니. 지금은 너무나 익숙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넷플릭스 스토리텔러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 <하우스 오브 카드>에 대해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이 드라마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시초이기 때문이었다.



정치라는 이름의 장막

2013년 대선 직후의 워싱턴 D.C를 배경으로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프랭크 언더우드는 경력 25년의 노련한 정치인으로 현 대통령을 만든 킹 메이커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그 대가로 국무장관을 약속받았지만 임명을 받지 못해 복수를 다짐하는데...

- 넷플릭스 <하우스 오브 카드>시놉시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미국의 또 다른 유명 정치 드라마인 <웨스트 윙>과는 거의 180도 다른 정치 드라마다. <웨스트 윙>이 미국 정치가 바라보고자 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미국 정치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부각해서 보여준다. 보통 미국 하원을'House'로, 도박을 'Cards'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하우스 오브 카드라는 드라마의 제목은 마치 도박판처럼 온갖 권모술수가 가득한 미국 정치판을 풍자한 비유적인 제목인 셈이다.


드라마는 미국 하원의원인 프랭크 언더우드와 그의 아내인 클레어 언더우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권력을 향한 야망이 가득한 이들 부부는 본인들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결혼은 마치 국가와 국가 간에 서로의 이익을 위해 맺는 '전략적 동맹'을 연상케 한다. 이들에게 있어 사랑과 결혼이란, 서로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이득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성립이 가능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쟁취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저 놀라울 뿐인데, 결국 시즌2가 끝나면서 프랭크 언더우드는 투표도 한 번 거치지 않고 미국 대통령의 자리에 앉는 기염을 토한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어떻게든 얻어내는 그 모습을 보고 나면, 예전 같았으면 그냥 넘겼을 현실 정치의 정치인들 모습과 행동들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하우스 오브 카드>의 프랭크 언더우드처럼 영리하거나 혹은 악하지 않을지라도, 한 번쯤은 정치란 거대한 도박판 속의 승부사들이 어떤 계획을 갖고 움직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무너진 카드의 성

아쉽게도 <하우스 오브 카드>는 초반의 호평을 끝까지 밀고 나간 채 시리즈를 마무리짓지 못했다. 주연 배우 케빈 스페이시의 성추문 사건이 그 발단이었다. 결국 마지막 시즌인 시즌6에서는 전 시즌에서 남편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클레어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프랭크가 갑작스레 죽었다는 설정은 그렇다 치더라도,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뭔가 억지로 시리즈를 이어나가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흐지부지 시즌6가 마감됐다. 물론 케빈 스페이시가 맡았던 프랭크는 급작스레 사망했다는 설정으로 편리하게(?)시리즈에서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원래대로였다면 프랭크를 사면하지 않은 클레어를 향한 프랭크의 복수와 클레어의 방어, 부부간의 피튀기는 혈투가 메인이었을 시즌6는 그렇게 갑자기 대통령이 된 클레어 언더우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흐지부지 끝나게 된다. 아마도 제작진들이 메인으로 생각했을 주요 갈등요소였던 프랭크가 사라져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더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왕좌의 게임도 그렇고, 하우스 오브 카드도 그렇고 많은 수의 미드가 시즌을 거듭할 수록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다 결국은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를 보면, 잘 시작하는 것 만큼이나 잘 끝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개국공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개국공신격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지금이야 익숙해진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개념이 당시 넷플릭스로서는 얼마나 과감한 시도였을지 생각해보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렇게 사용자를 유치하기 위한 넷플릭스의 도전이 결국 시장에 먹혔다는 사실 만으로도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콘텐츠로서 지니는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프랭크 언더우드가 화면을 똑바로 쳐다보며 비아냥거리고, 손가락의 반지로 테이블을 퉁퉁 치는 모습을 기억하는 나로서는 <하우스 오브 카드>의 아쉬운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오리지널'중에 손에 꼽힐 정도로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고 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문제를 일으킨 케빈 스페이시가 야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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