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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Apr 10. 2016

어영부영, 봄

앙상한 나뭇가지에 언제 꽃이 피고 싹이 돋나 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출퇴근길의 풍경이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결 가벼워진 사람들의 옷차림 역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구요.

얼마 전, 퇴근해서 약속이 있는 안국역까지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요즘같이 따스한 날씨는 카메라 하나를 어깨에 걸치고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추운 계절 동안 이 즐거움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서 걷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요 며칠 동안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봄을 찍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평소보다 주위 사물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는 습관이 생기곤 합니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좋은 점이 바로 이런 점이겠지요. 그래서 종종 주위 사람들에게 관찰력이 좋은 것 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깨에 걸려있는 커다란 카메라에게 감사하곤 합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음을 알리는 1월보다, 오히려 봄이 왔음을 알리는 4월 이맘때가 저에겐 본격적인 한 해의 시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죽어있는 것만 같았던 나무에도 연두색 이파리가 돋아나고, 꽃잎들이 흩날리면, 그제야 비로소 살아있는 시간들이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봄이 왔습니다. 꽃놀이를 함께 갈 사람이 없어도 행복한 시절입니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두 발짝 가까이 다가온 봄을 찍어 남겨놓는 건 어떨까요. 매년 오는 봄이지만, 올해의 봄은 한 번밖에 없으니까요. 어영부영 봄을 떠나보내면 그땐 아쉬워해도 이미 늦은 뒤일 겁니다.

봄이 되면 따뜻해진 날씨에 몸도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 지곤 합니다. 그럴 땐 자기 자신을 다그치기보단 따스한 햇살 아래서 늘어지게 누워있는 자신의 모습을 즐기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4월의 햇살이 내리쬐는 볕 좋은 카페에 앉아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 요즘입니다. 그렇게 앉아서 몇 시간이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흘려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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