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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욱 Apr 30. 2016

작가라는 이름의 무게

브런치북 프로젝트 #2 금상 수상소감

요 며칠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글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 아닌 일반 회사원인지라, 요 며칠 회사에서 진행했던 큰 행사 때문에 글을 쓸 시간이 도저히 나질 않았네요. 때문에 일주일에 한 편씩은 꼭 올리려고 했던 계획이 틀어져버린 요즘이었습니다. 이번 주말 동안에는 그동안 밀린 글을 쓰는 데에 시간을 써야겠습니다.


흘러넘치는 여행기라는 컨텐츠 속에서 과연 내 여행기가 수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있었는데, 막상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찌나 얼떨떨하던지.


수상 소식을 듣자마자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엄마, 나 브런치 그거 있잖아, 금상 탔어."


라는 한 문장을 입 밖으로 내뱉자마자, 주책 맞게 울컥하는 기분을 억누르느라 혼났습니다.


어머니는 아들이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여행을 떠나는 줄 몰랐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글이 어머니께 미처 저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을 전달한 셈이 됐죠. 그러면서 어머니는 '아들이 사진 찍고 글 쓰는 일로 인정받는 날도 오네.' 하며 신기해하셨습니다. 저만큼이나 영화와 사진, 책과 여행 등 다방면에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계신 어머니는 이런 제가 마냥 신기하셨던 모양입니다.


제 글은 지독한 열등감에서 시작했습니다. 제 주변엔 항상 운이 좋게도 글을 잘 쓰고, 다독하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들과 저를 비교하는 일은 지독한 열등감의 시작이기도 했지만,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자극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항상 남들보다 부족하고 아는 것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고, 그런 지독한 열등감의 발로가 어쩌면 이런 기분 좋은 소식을 가져다준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축하의 말을 건네받으며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이라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듣는데, 저는 그 단어의 무게감이 어느 정도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거든요. 그 무게감에 걸맞은 글과, 걸맞은 생각을 쓰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요즘입니다. 이젠 여행기 말고 조금 다른 분야의 글도 종종 올려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 줄 이상 넘어가면 읽지 않는 스낵 컬처의 시대에, 저는 아직도 진심 어린 장문의 글이 주는 힘을 믿는 구식이라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발견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장문의 글을 쓰기에 꺼려지는 SNS에 질렸을 때쯤, 브런치는 글을 쓰고 싶은 갈증을 달래 줬던 서비스였습니다.


제가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 제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사진을 좋게 봐주신 독자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연예인 수상소감 같은 말을 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해보니까 연예인들이 왜 팬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하는지 얼핏 알 것도 같네요(?) 아직 책을 출간하게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지만, 앞으로도 브런치에서 좋은 글과 좋은 사진으로 찾아뵙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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