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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y 24. 2021

베트남호찌민은 한 그릇의 쌀국수

'Phở25' của Chợ trung tâm Sindang

뭐 해외가 다 그렇지만, 베트남 관광지에서 가장 매력적인 장터는 ‘시장’이다. 같으면서도 다른 다양한 산물과 그 나라에서 생산된 다양한 공산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면 지치고 배도 고파지는데 그때는 고민 없이 쌀국수다. 

오늘은 특별히 찾아보지 않고 ‘Pho 25’라는 간판이 깔끔한 집을 찾아 엉덩이를 붙여본다. 주문은 당연히 소고기 쌀국수 ‘퍼 보’. 아, 일하는 분이 스프링롤이 유명하다고 하니 그것도 추가하자. 

주문하고 가게를 둘러보니 핫소스와 해선장, 느억맘 등 다양한 소스가 보인다. 요즘 한류 열풍으로 매운맛이 인기라 그런지 캡사이신 소스도 있고. 

Pho 25의 주방. 뭔가 동남아 스럽지만 깔금하게 정리가 돼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주방을 둘러본다. 엄청 깔끔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지만 이상하게 이국적이네. 베트남 육수 냄새가 싸악 올라오는데 음식은 나오지 않아 일단, ‘베트남’ 하면 비아 사이공이지. (베트남에서는 맥주를 ‘비아’라고 발음하더라) 여기 비아 사이공 하나요.

짧뚱한 비아 사이공을 얼른 잔에 따라본다. 뭐 라거가 라거지 싶지만 동남아 맥주는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청량하고 깔끔한 맛이 좋다. 한 잔 쭉 들이켜면 더운 기운이 잠깐 사라지는 느낌적인 느낌. 물론 좀 있음 술이 올라 더 더워 오지만…

이윽고 쌀국수가 나왔다. 오 비주얼 제대로. 저 작고 빨간 베트남 고추 반갑다. 사이사이 레몬글라스 줄기도 롱타임 노씨. 면을 옆으로 밀어낸 다음 소쿠리에 있는걸 싹 쓸어 넣고 덮어 20까지 센 후 휘휘 저어 먹으니 오우시장의 꼬리꼬리한 냄새와 함께 베트남 향 완성… 국물에 입이 짭짤할 때는 얼른 비아 사이공을 한 모금 넘겨준다. 

곧이어 나온 스프링롤도 속이 그득한 것이 좋다. 단순한 월남쌈 튀김 같기도 하지만. 숙주와 채소, 양념의 조합이 아주 묵직하고 좋구만. 역시 이 마무리는 비아 사이공 한 모금. 여기 맥주 하나 추가요!! 아… 이렇게 나의 신당동 여행은 끝났다. 


오늘 쌀국수를 먹은 곳은 서울의 베트남 쌀국수집 ‘Pho 25’다. 동남아 여느 시장과도 비슷한 신당 시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이곳을 보다 보면 묘한 감정이 밀려든다. 어딜 봐도 한국의 시장 한 복판에서 베트남의 향기를 묘하게 풍기는 이런 집이 있다니. (고백한다. 뻥좀 치려고 첫 사진 간판의 한글을 조금씩 문대긴 했다)

노란 동그라미를 봐야 한국인지 알 수 있을 정도. 파란 동그라미처럼, Pho 25의 집기는 대부분 베트남산이다

내가 글에서 뻥을 친 것처럼, 레알 베트남으로 착각하길 바란건지 ‘Pho 25’의 대부분 집기는 ‘Made in Vietnam’이다.  이 집에서 국수를 시키고 앉아있다 보면 베트남에 여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이 물씬 풍긴다. 작년 10월쯤 이 집에서 사진을 잘 찍어 인스타그램에서 ‘베트남’이라고 뻥을 쳤을 때 꽤 여러 명이 낚였던 즐거운 기억도 있고. 

요즘 같은 갑갑한 시기, 동남아 여행이 생각나는 분이라면 신당 중앙시장을 한 번 찾아보자. ‘Pho 25’는 물론 태국 음식점 ‘달꿍’, 퓨전 주점 ‘오케이땡큐’는 물론 다양한 한국 음식 좌판과 식당 등 여러 문화가 혼재된 신당 시장이라면, ‘여행한끼’가 아니라 ‘여행다섯끼’ 정도는 충분하지 않을까?



P.S) 'Phở25' của Chợ trung tâm Sindang는 신당 중앙시장의 Pho 25라는 뜻의 베트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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