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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un 03. 2021

두 건의 죽음, 각각의 무게

죽음의 무게를 재는 저울은 무엇일까?

지난 4월 25일, 친구와 반포 한강공원에서 술을 마시던 대학생 ‘손정민’이 실종되었다. 둘이 취하도록 술을 마셨고 친구 A와 손정민은 잠시 잠이 들었다. 이윽고 깨어난 A는 손정민을 흔들어 깨웠지만 일어나지 않아 먼저 집으로 왔다고 진술했고, 안타깝게도 4월 30일 손정민은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부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아까운 청춘이 허망하게 죽음을 당한 것에 대해 위로를 표하며,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사건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손정민의 유가족은 친구 A의 증언에 의문을 표하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A 역시 그의 억울함과 기억이 사라진 것에 대한 입장문을 발표하며 그에 대응했다. 이 문제는 즉시 언론의 바람을 타며 온 국민에게 이슈가 되었다. 


여러 가지로 사건은 공방을 이루었다 손정민의 부모는 입장문을 통해 ‘친구 A가 손정민을 깨울 때 일어나지 않았다면 충분히 자기들에게 연락할 만한 사이였다. 연락할 의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며 새벽 2시에 찍힌 CCTV에서 손정민에게 올라타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것도 이상하다는 등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고인의 핸드폰은 잠금이 되지 않아 그 안의 정보도 충분히 볼 수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JTBC의 해당 사건 보도 화면

이렇게 아비규환인 상황에서 JTBC 등 방송사는 통해 여러 가지 정황을 보도했고 사건은 더욱 거세게 발화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은 이에 화답해 친구 A가 조문도 안 하고 사과도 없다며 거세게 비난했고 친구들 역시 ‘손정민은 물을 싫어했다’는 등 의견을 제시했고 가족들 역시 이에 동조하며 의문을 표했다. 때마침 국과수가 손정민의 감식 결과 귀 뒤에 자상과 뺨 부근의 근육 파열 등을 발표하였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A라는 친구를 비난했다. 이밖에도 다양한 증언과 추측들이 공개되면서 사건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캡처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이 내용을 방송하면서 손정민의 아버지와 공방전을 벌였고 ‘친구 A 씨가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과 전문가를 매수했다’는 음모론이 나오며 사람들은 더욱 흥분했다. 급기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가면서 40만 넘는 사람들이 이에 동의했지만 이례적으로 청와대는 입장을 내어놓지 않았다. 


5월 16일, 시민들은 반포 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고(故)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를 열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으며 수많은 유튜버들이 라이브 방송을 켜고 이런 상황을 자신의 채널로 내보냈다. 5월 25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반포 한강공원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라는 단체를 발족하면서 경찰의 부실수사 가능성을 개탄하며 수사에 외부 개입이 없다는 것을 밝히라는 구호와 함께 집회를 이어나갔다. 

고(故)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 현장. 이 현장에서 후원을 받은 유튜버도 있다고 (출처: 해럴드경제)

자칭 네티즌 수사대 역시 법적 근거도 없이 A를 범인으로 가정하며 신상을 털고 조리돌림을 하며 확증편향적인 의견을 내고 있다. 당시 현장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손정민 사건을 정확히 수사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의견을 표현했다. 


결국 사건은 6월 2일 경찰 측이 ‘친구 A 씨에게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확정 지으며 실족사로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지나 해당 상황에 관해 다수의 목격자가 나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제 손정민이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찾는 일만 남았다. 


생전 이선호 씨의 모습 (출처: 허프포스트 기사)

지난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용역 회사의 지시에 따라 컨테이너 바닥에 있는 이물질 청소작업을 하던 대학생 23세 이선호 씨가 300kg가량의 개방형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평택항은 물론, 어디에서도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이선호 씨에 죽음에 대한 보상을 하라는 네티즌과 유튜버, 언론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고(故) 손정민 군을 위한 평화집회’에 참여한 수많은 남녀노소 중 한 아주머니는 ‘의대까지 다니는 전도유망한 청년이 죽은 것이 안타깝다’며 명확히 수사할 것을 당부했다. 이선호 씨는 아직까지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6월 3일 현재 ‘네이버’에 ‘손정민 사망’을 검색해 나온 언론 보도는 네이버 검색의 한계치인 4,000건을 넘어섰다. 그러나 사흘 먼저 일어난 ‘이선호 사망’으로 검색한 기사는 전자의 절반 이하인 1,900개 남짓이다. 21세 손정민, 23세 이선호… 나이도 비슷한 두 젊은이의 죽음 이후는 이렇게나 다르다.  


P.S) 일찍 세상을 등진 두 청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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