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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y 28. 2021

코로나 19노쇼백신맞은 썰

현재 노쇼는아스트라제네카뿐이지말입니다

나는 일의 특성상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 물론 내가 백신을 맞는다고 사람들이 날 맘 편하게 만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간간히 들어오는 인터뷰와 취재에서 나 자신만이라도 감염 위험 없이 편하게 일할 날은 언제 올까나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Covid 19 No-Show 백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의 날짜에 백신 배당을 받아 놓고도 일정이 맞지 않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생겼거나, 언론에게 놀아나 백신 공포증이 생긴 사람 등 다양한 이유로 백신을 거부한 사람들의 몫은 시간이 지나면 그대로 버려지게 된다. 백신 자체가 1인분에 1병씩 포장되어 나오는 게 아니라, 한 병을 가지고 여러 명이 맞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한대나?


차츰 소문만 듣다 내 주위에 실제로 그런 노쇼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나도 군산 여행을 다녀온 다음 5월 10일, 암사동과 천호동의 백신 접종 지정 병원을 뒤져 총 6개의 병원에 노쇼 백신 예약을 걸어 놓았다. 그 후 아무 연락이 없어, 에이 망했나 싶었는데 5월 20일쯤 그중 하나의 병원에서 연락이 오더라.


천호 코모키이비인후과인데요. 5월 27일 날 백신 맞으실 수 있나요?


무조건 콜콜! 수락을 하고 주민등록 번호 뒷번호를 불러주고 잠시 있으려니 ‘땡~’ 하며 폰에 바로 예약 알림 문자가 뜬다. 오호. 나도 조금만 있으면 이제 좀 안심하고 일하러 다녀도 된다!!! 이후 술도 줄이고 (그나마) 쬐~끔이라도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5월 27일이 되니 나머지 다섯 개 병원에서 2~3시쯤 모두 연락이 오더라.

앞으로 1시간 내에 백신 맞으러 오실 수 있어요?


아마 5월 27일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재개일이었는데, 막상 저날 예약해놓고 펑크 낸 사람들이 꽤 되나 보다. 처음과 두 번째 걸려온 전화에는 ‘이미 토요일 예약이 되어있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세 통째가 되니 ‘아 토요일까지 기다리기도 귀찮고…. 생각이 들더라. 에라 모르겠다~ OK 하니 1시간 내에 병원으로 오란다.


그런데 병원에 가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미 29일 예약이 되어 있어 백신 접종 등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염치 불고하고 먼저 예약했던 병원에 전화를 걸어 죄송하지만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부탁을 드리니, 그런 전화 많이 받았다는 듯 ‘네~’ 하고 끝나더라.

원장인 김진경 의사님 캡쑝 친절하고 자상하심(여자들 가기 좋으실거에요. 김진경 의사님 여자분입니다)

잠시 간단한 문진표를 작성하고 진찰실로 들어섰다. 왜 진찰실인진 모르겠는데, 내가 간 ‘암사동 김진경 이비인후과’에서는 진찰실에서 주사를 놔주더라. 맞기 전까지는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그냥 당당히 들어갔지만, 막상 팔뚝을 걷고 주사를 맞으려니 가슴이 예전에 배두나 만난 것처럼 두 근 반 세근반 콩당콩당 뛰더라. 의사분도 그런 걸 눈치챘는지 ‘혈전 어쩌고 하는데 그건 모든 mRNA 백신이 다 그렇고, 환자분이 지금 주사 맞고 나가서 길에서 100만 원 줏을 확률보다 낮아요. 걱정 마세요’ 하며 안심시키더라. 마음이 가라앉은 나는 의사분께 이렇게 부탁드렸다.


저기요. 주사 맞는 거 팔뚝 사진 좀…


의사분 잠시 당황하시더니 ‘얼굴 나오게요?’ 하며 웃고 내 아이폰을 받아 들으시더라. 주사는 뭐, 그냥 주사였다. 사람들이 말한 대로 뻐근하고 아프지도 않았고, 그냥 뭐 평범한 주사? 간호사분은 사진 잘 나오라고 주사 바늘을 꽂고 잠시 약을 넣기 전 멈춰 주시는 센스까지.

주사를 다 맞은 후 주사 자리에 작은 반창고를 붙여주시더니 간단한 안내문에 시간을 붙여 전해준다. 적어준 시간까지 옆 대기실에서 몸에 이상이 있나 대기했다 가란다. 빈둥빈둥 대기하며 안내문을 읽어본다.

사람들이 ‘술 마셔도 되냐’고 엄청 물어보나 보다. 당연히, 다른 건 다 먹어도 되지만 술은 안됨. 어떤 의사는 미리 타이레놀을 먹으라는데 김진경 이비인후과 의원님은, 그냥 저녁때 즈음 하나 먹고 아침에는 열나면 먹으라고 하더라.


하루쯤 열이 나고 힘들게 몸살을 앓는다는 이야기에 일반 타이레놀과 지속시간이 긴 타이레놀 ER, 몸살 기운에 목이 까끌까끌하면 마실 포카리스웨트 대짜 한 병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니 얼추 4시?

이건 그냥 집에 비축중. 포카리는 조금 마셨다

원고 마감을 치며 아플 예정인 시간을 기다리는데… 사람들 말에 의하면 주사 맞은 지 한 8시간 전후로 열이 나고 쑤시기 시작한다더라고. 어느덧 시간은 12시… 음, 어디가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기사 마감은 끝나 얼른 이빨 닦고 침대에 누웠다. 아… 아파서 깨면 어쩌지?


다음날 아침, 알람을 맞추지도 않았는데 아침 7시에 거짓말처럼 스스로 일어났다. 아주 상쾌하게. 열은 무슨주사 맞고 하루 정도는 입맛이 떨어진다는데  거짓말인가? 아침부터 짜장면이 먹고 싶어 차를 몰고 돌아다녀 봤지만 코로나 19 시국에 아침 7시에 여는 중국집은 없더라.


저녁이 되니 미열이 있고 뭔가 쑤시고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아, 친한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가야 하는데 큰일이네.  일단 다른 친구를 태우고 빈소인 아산 병원으로 향해본다. 친구에게는 ‘내가 열 체크 통과 못하면 네가 조의금 전해줘’라며 미리 부탁도 해뒀다. 이윽고 두근두근두근… 열 체크 앞에 섰다.


36.2도, 정상 체온입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  때문이? 내가 맞은 주사는 식염수인가? 장례식장서 돌아와 이것저것 찾아보니,  좋아하는 40 아재는 백신을 맞고도 약하게 앓고 넘어가거나 그냥 평소와 똑같다 이야기가 돈다. 빼박 술고래 40 아재 인증이구나


다들 백신 걱정에 여러 가지 말들이 많다. 당연 이런 건 선택의 영역이라 누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뭐라고 욕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처럼 사람 만날 일이 많고 좀 자유롭게 여기저기 다니고 싶은 분은 얼른 노쇼 백신 찾아서 맞기를 권한다. 게다가 2차도 또 노쇼 백신을 찾을 필요 없이, 1차 백신 맞자마자 2차 백신 예약이 되더라. 난 8월 12일로 자동 예약이 잡혔다.

아... 자랑스럽다. 이게 플렉스지. 흑백이라 좀 더 아련한 느낌도 있고 그치?

이제 7월부터는 1차라도 맞은 사람들은 공원이나 등산로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데, ‘내가 1차 맞은걸 어떻게 증명하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스트로제네카 1차 백신 맞은 지 5분도 안되어 질병관리청에서 만든 블록체인 증명서 앱 ‘쿠브’에 주사를 맞았다는 증명서가 바로 생성되니 그걸 디밀면 된다. 심지어 이 앱이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 접종 상태를 진짜인지 서로 인증해 볼 수도 있다. 아… 이제 조금만 더 참으면 내가 코로나 19 백신에 감염될 확률이 확 떨어지겠구나.


요즘 언론에서는 ‘남아공발 변이는 백신이 못 막고 돌파 감염의 위험’ 운운하고 있다. 물론 위험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변이 백신을 못 막더라도, 변이 아닌 거는 막아주니 그만큼 확률이 떨어지는 거 아닌가? 당연히 접종은 모두 무료고. 그러니 시간 되고 사정되는 사람은 일단 시도해 보자!


P.S) 아, 타이레놀은 처방 못 받고 일반 약 사 먹어야 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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