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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y 22. 2021

<Butter> 덕분에 중요한 거 배웠습니다

대화는선ㅂ...아니 선 공감 후 소통입니다. 잘못했어요.


어제 6개월 만에 BTS의 새로운 싱글 <Butter>가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그들의 이번 선택도 역시 미국과 유럽 팝 시장의 취향을 철저히 파악한 후 시티팝의 양념을 아주 약간 뿌린 미드 템포 팝 넘버이다. 여름을 겨냥한 노래답게 청량하고 시원한 신스 사운드와 무겁지 않은 하모니가 귀에 잘 감기더라. 더 넓은 연령층을 커버하기 위해 빈티지한 분위기와 모던한 분위기를 잘 섞어낸 것도 포인트.

역시 발매 하루 만에 <Butter>는 미국 iTunes Music Store 93개 부문 모두 1위를 차지했고, 97개국 차트에서도 모두 1위에 올라섰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는 너무 ‘퀸, 퀸’ 해서 좀 짜증 나더라. 들어보니 퀸의 <Another One Byte for Dust> 베이스 라인과 비슷한 진행이 잠깐 나오는데 그걸 가지고 샘플링한 거냐고 자꾸 기자들이 질문하고 기사 타이틀로 뽑더라고. 


물론 퀸이 음악 역사적으로 대단한 밴드기는 하지만, 이제 막 20대로 세계에서 우뚝 일어선 팀의 노래를 40년 전의 노래와 자꾸 연결 지으려 하는 게…. BTS의 멤버이자 대변인 격인 RM 역시 이런 평가가 그리 좋지는 않았는지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퀸 선생님들에 대한 샘플링도 아니고 오마주도 아니다’라며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오늘 점심 나절 아주 격의 없이 친한 누나와 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누나는 ‘이 노래에서 퀸의 비트가 들린다. 퀸도 그에 대한 트윗을 했더라’ 말했다. 나는 ‘음악 잘 아는 분이 왜 이러나…’ 하면서 오랜만에 베이스를 꺼내 <Another One Byte for Dust>와 <Butter>의 드럼 트랙을 편집하고 거기에 두 노래의 베이스 라인을 녹음해 보내주며 이야기했다. 

‘누나 그건 아마 BTS 쪽에서도 좀 비슷한 느낌이 나 샘플 클리어하다 보니 퀸도 알게 된 걸 꺼야’, ‘그건 샘플링이 아니야’, ‘되려 기자들이 그렇게 자꾸 퀸, 퀸 하는 게 이번 BTS 신곡을 깎아먹는 거야’라며 파파파파파 설명했다. 

이럴땐 이 짤 만한게 없다 (출처: 영화 '타짜' 캡처)

근데…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마라. 내가 말은 막 해도 눈치는 그나마(?) 조금 빠르니까. ‘화났어?’ 물으니 대충 이런 답이 돌아왔다. 

화가 난 건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네?
그냥 ‘아 그런가?’ 공감하고 관심 가져줬으면 했던 건데.


예전에 ‘박적박’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의 줄임말로, 박근혜가 떠들었던 개소리는 이전에 박근혜가 한 말로 모두 다 논파할 수 있다는 뜻. 아… 오늘만은 그 말을 ‘이적이’로 바꿔야 할 것 같다. 

대표적인 박적박. 아.... 지금 내가 누구를 욕할 처지가 아니지....

이전에 내가 자주 했던 말이 있다. 지난 2020년 12월에 썼던 ‘황희정승과 씹선비의 대결, 그 승자는?’이라는 글에서 나는 '공감의 황희정승'과 '옳기만 한 씹선비'를 비교하며 ‘씹선비질 좀 고만하고, 친구들에게 공감 좀 하며 살자’고 글로 자살 폭탄을 던졌던 적이 있다. 그런데 아직 그 씹선비는 아직까지도 안죽었구나… 그냥 지 쫌 아는 거 있다고 바바바바박! 사랑하는 누나 말 좀 자세히 듣고 친절히 공감하며 대화하지… 

대화는 선 공감 후 소통인데, 음악 좀 해봤다고 아주 베이스 기타 꺼내 녹음까지 하며 다다다 퍼붓는 꼴이라니… 유재하 형이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라 했던가? 내가 글로 욕하던 게 정확히 내 모습이었다. 


앞으로 대화할 때에는 그 대화의 방향성을 떠올린 후 말하는 습관을 좀 가져봐야겠다. 평론도 아니고 싸움도 아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공감’과 ‘소통이니깐. 두 번 실수했으니, 세 번은 하지 말아야지. 이 글을 읽는 누나. 미안해. 담주에 맛난 거 묵자 마. 내가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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