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파의 일대종사, 논현 평양면옥

평냉계 양대 문파 #1 평양면옥 계열

by Francis

평양냉면처럼 과도하게 무협지화 된 음식이 있나 싶다. 요즘 시대 음식 답지 않게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데다 흔히 ‘슴슴하다’고 이야기하는 자극적이지 않은 맛 덕분에 창업 히스토리나 맛의 분류가 더 빡세게 이루어지기도 했고.


가장 두드러진 것은 ‘평양면옥파’와 ‘우래옥파’ 두 갈래다. 평양면옥 파는 김경필 할머니가 이북에서 내려와 창업한 의정부 평양면옥과 할머니의 형제와 자녀들이 오픈한 필동면옥, 을지면옥, 논현동 평양면옥을 기준으로 한다. 최근에는 논현동 평양면옥 주방장 출신 셰프가 오픈한 진미평양냉면까지 평양면옥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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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까운 논현동 평양면옥을 자주 가는 편. 원래 평양면옥의 본진은 의정부 평양면옥이었지만 원조를 계승한 변정숙 할머니가 아들 김대성 씨와 현재 논현동에 계시니 이곳이 원류인 셈이다. 이곳에도 다른 이북 음식점처럼 여러 가지 메뉴가 있는데 일단 당연히 냉면을 시켜보자. 평양면옥파의 가장 큰 특징은 국물이 식당에서 내주는 마실물과도 구분이 안 가는 맑은 육수다. 고명은 살짝 소금에 절인 오이와 파, 돼지 수육과 소 편육 한 점과 계란. 고명에 얹는 고기는 육수에 어떤 고기가 쓰였는지를 나타낸다는데 정말일까? 내게는 그냥 좋은 소주 안주.

IMG_2196.JPG 아... 처음에 이맛을 내가 왜 몰랐지.

일단 나오자마자 간을 하기 전 국물부터 한 모금 마셔본다. 이걸 처음 마셨을 때는 보통 사람들이 말하던 대로, ‘고기가 헤엄쳐간 물’ 느낌이었다. 하지만 평양냉면에 익숙해진 사람들이라면 평양면옥의 육수를 마신 후 ‘깔끔하면서도 진한 고기 맛’을 먼저 이야기한다. 짐작컨대 간장을 최대한 줄이고 소금 등으로 간하다 보니 국물 색도 맑아지고 단맛도 줄어 느끼하지 않고 깔끔한 육향이 나나보다. 고춧가루를 조금 풀면 칼칼한 맛도 추가되어 안주로 띵호와. 응?

IMG_1372.jpg 적당히 면을 풀어내고 국물을 맛보면 고소함도 첨가됨

음, 오늘은 국물 맛이 적당하군. 이게, 약간 짜게 느껴진다면 가장 적절한 간이다. 면을 젓가락으로 잘 섞어 국물에 풀면 그 안의 수분과 만나 간이 딱 맞는다. 우래옥보다는 덜하지만 메밀 함량이 높은 면은 가위가 필요 없이 면이 툭툭 끊긴다. 평양냉면이 심심하다고? 에이 모르시는 말씀. 기본으로 나오는 무절임이나 토핑 된 오이 절임과 함께 면을 넘기면 고소하고 새콤하고 짭짤한 맛이 한꺼번에 들어온다.

IMG_5054.jpg 이 만두, 겁나 실하다. 아주 속이 두툼~ 함. 도톰 아님.

우래옥파와 구분되는 또 한 가지 특징, 대부분 이북 만두를 메뉴에 넣고 손님들에게 내고 있다. 이 만두야 말로 정말 ‘슴슴하다’는 단어에 잘 어울리는 맛이다. 기본 여섯 알이지만 한알이 정말 크다. 혼자라면 만두 3알도 주문할 수 있으니 한 번 시도해보자. 두부와 나물, 고기가 입에 꽉 찬 맛이 든든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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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복쟁반이나 불고기 등 요리를 시키면, 냉면 1/2를 판매한다. 단, 1/2 하나만 시킬 수 있는건 아니고 하나를 반으로 갈라주는 정도?

어복쟁반이나 불고기도 그 퀄리티가 끝내준다. 좀 비싸다는 게 흠이긴 한데…. 그래도 저런 요리들을 시키면 속칭 ‘맛보기 냉면’을 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4인이 가서 불고기를 2인분쯤 시킨 후 냉면 두 개를 반으로 갈라달라 주문하면 위 사진처럼 맛보기 냉면 정도의 양이 나온다. 제육과 편육도 1~2인 손님을 위한 반만 판매하는 메뉴가 있으니 꼭 먹어보자. 난 편육보다 제육이 더 좋더라. 음…. 내일 점심은 냉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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