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정돈>의 등심과 안심 돈카츠
‘돈카츠에 진심’이라는 말을 글이나 SNS에 자주 했었다. 이전 ‘서울 촌구석 암사동에서 수준급 돈카츠와 카레를 만났다’ 콘텐츠에서도 나의 돈가스에 대한 마음을 수줍게 아니 대놓고 고백한 적이 있다. 이전 제주도 연돈에서, 그리고 암사동 돈카츠 맛집 ‘이토야’의 돈카츠를 맛보고는 '이제 돈카츠 맛도 어느 정도 평준화되었군!' 생각도 들었다.
예전에 봐 둔 안경을 맞출 겸 친구와 홍대에 갔다. 시력 검사를 마치고 안경알을 가공할 동안 간단히 점심이나 먹으려고 주차장 골목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지만 뭐 딱히 마땅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아 걸어 다니던 중 꽤 일본스러운 건물을 발견했다.
‘정돈?’ 음… 혜화동에 있던 가게가 이제 체인을 냈나 보네? 검색해 보니까 강남, 홍대 등에 분점을 냈나 보다. 분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맛이 좋다니, 간만에 돈카츠에 대한 진심이 올라왔다. 입구가 꼭 오사카 ‘이마이 우동’ 같이 생겼네. 그래. 오늘은 일본 여행이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분재와 수석이 있는 조형물이 보인다. 일단 안내에 따라 2층으로. 홍대 정돈은 아마도 2층이 메인 홀인 것 같더라. 주방도 2층에 있고 기본적으로 손님들을 모두 2층으로 올리는 것 같더라고. 한켠에 자리 잡고 주문부터. 사람이 둘이니 등심 돈카츠와 안심 돈카츠 모두 먹어볼 수 있겠구나. 신난다~ 한 15분 정도 물을 마시며 기다리니 음식이 나왔다.
먼저 등심 돈카츠. 고추 절임과 야채 초절임, 돈카츠 소스와 장국, 밥과 샐러드의 기본적인 한 상 차림이다. 일단 밥도 고슬고슬하고 절임류도 맛이 과하지 않고 딱 적당히 상큼한 정도. 와.. 되게 애매한 말인데 달래 이렇게밖에 표현을 못하겠네. 덜 시고 덜 달고 덜 짜고, 더 시고 더 달고 더 짜고의 딱 중간 정도? 양배추 샐러드는 테이블 옆에 유자 폰즈소스를 뿌려서 먹으면 된다. 근데 저 초록색과 하얀 가루는 무엇일까. 그 전에, 일단 고기부터 보자.
맛 좋은 건 더 크게 봐야지? 수비드 한 것도 아닌데 부드러우면서도 모두 익을 만큼만 딱 구워졌다. 돈카츠는 손질된 고기를 보통 반죽 물에 담근 후 빵가루에 묻혀 튀기는데, 반죽 물이 익으면서 빵가루와 고기를 붙여주는 동시에 고기에 막을 형성해 육즙을 가둬두고 튀김 기름이 고기에 스며들어 느끼해지지 않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와… 저 반죽 물 익은 두께 일정한 거 보소. 고기 안에 갇힌 고소한 돼지 라드가 보이는가.
반드시 첫 입은 저 검은 접시에 있는 하얗고 초록 초록한 가루에 찍어 먹어야 한다. 저건 그냥 소금과 와사비 소금이다. 아따 고작 소금 플레이팅도 이리 예쁘게 하다니. 그냥 저 위에 턱 놔두면 알맞게 찍힌다. 와사비 소금은 살짝만.
아, 첫 입은 반드시 저 윗부분의 반투명한 지방과 살코기 부분을 먹는다. 비계 부분의 지방과 두툼한 살코기 단백질, 육즙이 소금과 함께 어우러져 고소함이 두 배 세 배 배가된다.
그다음은 소스 차례. 소스가 꽤 짭짤하니 너무 많이 찍지는 말고. 사실 이 정도 극찬을 했으면 소스도 특별해야 하는데 뭐 그런 건 아니고… 난 겨자를 풀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쯤 되니 차를 가지고 온 게 땅을 치도록 후회가 되는 부분. 와. 예전 시부야 돈카츠 맛집 ‘키치카츠’ 기분 나는구먼!
이제 안심 돈카츠 차례. 뭐 고기 빼고 다 똑같은데, 그 고기가 히트다 히트. 역시 크게 보니 좋지 않나? 안심 돈카츠는 육즙이 더 많아서 그런지 튀긴 단면이 위를 향하도록 플레이팅 해 내었다. 위에는 약간의 통후추가 뿌려져 있다. 딱 여섯 쪽밖에 없어서 아깝긴 하지만 일단 소금만 찍어 하나를 통으로 넣어보자. 뭐 다 아는 맛 아닌가? 육즙 팡팡~아 이거 샤오롱바오 먹는 것처럼 고기 육즙이 입에서 흐르는 건 또 처음이네 그랴.
소금을 찍어도 맛있고 소스를 찍어도 맛있다. 아, 기본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저 미소 장국도 되게 맛있다. 미소라멘 국물 같은데 이거만 백반으로 한 사발 팔아도 사 먹을 정도. 그리고 술 마실 줄 아는 사람은 절대 차를 가져가지 말거나 시간을 확보해 맥주를 꼭 한 잔 하도록. 제일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등심 돈카츠의 가격은 13,000원, 안심 돈카츠의 가격은 14,000원이다. 좀 비싸긴 해도 맛을 생각하면 아주 만족스럽다. 사진으로 보면 양이 작은 거 같아도 고기가 220g. 다 먹으면 꽤 든든함.
예전에 ‘이토야 돈카츠를 먹어보니 일본의 돈카츠 생각을 멈출 수 있었다’는 말과 '돈카츠 평준화'에 대한 의견, 오늘부로 철회한다. 야… 이건 좀 급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점심시간 맞춰가면 거의 무조건 웨이팅이니 그건 염두에 두시고.
덧1) 백선생이 골목식당에서 한대로, 먹던 중간 종업원이 안 볼 때 슬쩍 돈카츠를 뒤집어 보니 물이 생기지 않더라. 와. 잘하는 집은 진짜 물이 안 생기는 건가….
덧2) 돈카츠 카레 메뉴를 시키면 고기 양은 반으로 줄고 카레가 같이 나온다. 카레는 맵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