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이 그냥 수육을 먹으면 쓰나!
관종이 그냥 수육을 먹으면 쓰나!
그런 날이 있어. 그런 밤이 있어
<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처럼,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있다. 고기를 먹고는 싶은데 딱히 식당에 가고 싶지는 않고, 그렇다고 고기의 고소한 기름 맛을 보고는 싶지만 집에 기름 냄새를 풍기고 싶지는 않고… 그럴 땐 돼지고기 수육이다. 왜 하필 돼지고기냐고? 소는 비싸니까….
돼지고기 수육만큼 조리하는 사람에 따른 맛의 편차가 적은 음식도 없다. 냉장한 신선한 고기를 구할 수만 있다면 그냥 고기와 재료를 때려 넣고 타지 않게 잘 삶기만 하면 그만이다. 부재료도 뭐 냉장고 털이로 대부분 구할 수 있는 흔한 채소와 양념이면 된다.
고기를 1kg 정도 삶는데 필요한 재료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파. 흰 부분이 많을수록 좋다. 양파는 한 개정도? 여러 레시피에서는 양파 껍질도 좋은 육수를 내니 까지 말라 하지만 난 그게 여기저기 붙어있는 게 싫어서 다 까버림. 먹다 남았거나 오래된 사과나 배 같은 것도 넣어주면 연육 작용을 한다. 없음 말고. 난 키위도 한쪽 넣었다. 마늘과 생강도 적당량 넣어주고 통후추가 없다면 그냥 후추를 넣어도 된다. 다시마도 있으면 넣어주고 월계수 잎은 고기 살 때 이야기하면 보통 그냥 준다.
각각 재료는 얼마나 넣냐고? 돼지고기 수육을 연성할 땐, 큰 고민 없이 그냥 대강 적당히 때려 넣으면 그만이다. 생강을 많이 넣으면 좀 향이 심한데, 그냥 한 근당 100원짜리 하나 정도 크기만 넣으면 대세에 지장 없음. 오늘은 저수분 수육을 할 거라 이걸 그냥 막 썰어서 냄비 바닥에 잘 깔아 두면 그걸로 준비 끝.
가장 중요한 고기. 기본적으로 관종의 기운들을 타고난 콘텐츠 작가라면 수육 할 때도 그냥 고기를 쓸 수는 없지. 오늘은 시장을 뒤져 항정살 덩어리를 구했다. 항정은 삼겹살이나 목살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 수입산도 1kg 좀 안 되는 가격에 1만 5천 원 정도. 이걸 잘 펴서 냄비 위에 깔고 물을 종이컵으로 하나 정도 넣어주면 충분하다. 아 먹다 남은 소주도 좀 넣으면 좋고. 이 상태로 물이 끓으면 불을 1/2 정도로 줄이고 15분만 끓이면 얼추 다 익었다.
여기서부터 꿀팁. 마트에서는 천 원 좀 넘고, 편의점에서 1,900원 정도 하는 사골 곰탕 국물을 한 봉지 사서 물을 좀 섞고 데운 후 앞에서 얼추 익힌 항정 수육을 넣고 한 5분 끓여준다. 이렇게 하면 굳이 MSG를 넣지 않아도 싸구려 곰탕 국물이 그 역할을 해 고기의 감칠맛이 늘어나는 건 물론, 돼지고기가 끓고 간 국물은 돼지국밥이나 고기국수 국물 맛으로 변한다. 그 국물에다 소면이나 밥을 말아먹으면 일석 이조 개꿀.
자… 이제 수육을 잘 썰어서 플레이팅을 해보자. 항정살은 아무래도 얇다 보니 그냥 썰면 양이 적어 보이기도 하고 좀 밋밋하다. 항정살 수육을 썰 때는 칼을 잘 갈아 저렇게 측면으로 포 뜨듯 썰어보자. 그럼 꼭 회처럼 근사하게 썰려 접시에 예쁘게 담을 수도 있고 식감도 좋다. 찍어먹는 양념으로는 허브솔트, 그리고 새우젓에 다진 파와 고춧가루 정도를 넣고 비빈 것 정도면 된다. 쌈채소와 쌈장은 뭐 알아서.
자. 이것이 완벽한 플레이팅. 어때, 그럴싸하지 않나? 900g 정도면 저렇게 세 접시 정도 나온다. 항정 수육은 한 점 집어 먹어보면 꼭 제철 광어 지느러미를 씹는 것처럼 오독오독 한 식감이 난다. 굵게 썰었을 때보다 더 식감은 좋은 듯. 어제 과음해서 오늘은 소주를 곁들이지 않았다는 점 모두에게 사과하며 오늘의 관종 요리 강좌 끝! 이렇게 부산에서 돼지국밥 못먹고 온 한을 푸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