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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행한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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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Sep 07. 2021

고학력 기운 토핑한 한 끼

서울대학교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가톨릭 신앙을 믿고 있지만, 어떤 지역의 기운을 생각하는 편이다. 뭐 그런거 있잖아. 서울 사람이 제주도나 강원도 같은데 가면 괜히 막 마음이 설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을 휴가지나 여행지가 아닌 어떤 이상향으로 느끼는 걸 보면 어떤 지역의 ‘기운론’이라는게 그냥 단순한  ‘느낌적인 필링’은 아닌 것 같다. 

오늘 이런저런 일을 보러 서울대학교에 갔다. 이노무 학교는 너무 넓어서 매번 어디가 어디인지 너무 헷갈리더라. 그리고, 나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울대학교 내에서 ‘식당’을 보면 꼭 거기서 밥이 먹고 싶어지더라고. 서울대학교 안에는 아시아 연구소 내의 채식 식당을 포함 총 21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63동 학생회관 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오늘의 메뉴는 가격 순으로 비프스트로가노프와 피시 앤 칩스가 포함된 A정식과 두부버섯 두루치기가 메인인 B정식, 우거지 감자탕을 주력으로 한 C정식. 각각 비학생 가격 6,500원, 3,000원, 4, 500원이다.  ‘학생식당은 원래 싼 맛에 먹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B정식을 주문했다. 학생이라면 여기서 모두 1,000원씩 할인된 가격. 하긴 나 학생때도 기본 백반이 1,500원 남짓이었으니 되게 싼 가격이네 

줄서서 밥과 국, 찬을 받아 자리에 앉으니 깨나 실한 구성이다. 어묵국에 유자청 채소 무침, 김치에 튀긴 두부와 버섯을 빨간 양념에 볶아낸 두루치기와 어묵국. 염도를 배려한건지 국도 반찬도 짜지 않다. 노가다 함바집 반찬 조합인데도 자극적이지 않고 좋네. 

두부와 버섯 한 조각에 채소 무침과 김치를 한 조각 얹어 한 입 가득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식사하는 학생들을 둘러보니 괜히 학생이 된 것 같고 기분이 좋다. 아, 시험만 아니면 나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어라.

많지도 적지도 않은 양, 천천히 밥알 하나까지 다 먹고 나니 뭔가 풍만한 기분. 이것이 바로 서울대학교 자리와 학생들이 내뿜는 기운 때문인가……… 는 개뿔. 퇴식구에 식판을 반납하고 나오는데, 뭔가 살짝 허전한 감이 있다. 분명히 배는 부른데… 왜그러지? 그제서야 퍼뜩 식당 앞에서 봤던 샘플 메뉴 B정식에 적혀있던 말이 떠올랐다. 

아… 인생은 고기서 고기인데, 당연히 두부버섯 ‘고기’ 두루치기인줄 알았더니…. 어째 리필해먹고 싶지가 않더라. 채식이었구나....어째 아무도 3천원짜리 저렴이 B정식을 안먹더라...

그래도 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맛이었다. 부실해 보여도, 그래도 서울대학교라는 기운을 조미료로  치고 가격도 저렴하니 이정도면 인정해줘야지. 서울대학교에서 가격 대비 푸짐하고 자극적인 밥을 먹고 싶다면 ‘두레미담’을 찾아가 보는 것도 괜찮다.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세트메뉴 또는 뷔페를 운영하는데  뷔페가 함바집 스타일이라 간이 세고 좋으니 한 번 가보자. 가격은 비학생 기준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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