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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Sep 08. 2021

생일상 풀코스 for Friend

아, 잡채가 빠졌으니 풀코스까진 아닌가...

이래저래 울적한 친구 녀석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어 녀석의 김포 집으로 향했다. 뭐 마침 부근에 일이 있던 김에 잠자리 좀 빌린다는 목적도 있긴 했지만... 일단 친구한테 비밀번호를 받아 따고 들어가 냉장고 사정을 파악. 이런, 채소니 뭐니 신선식품은 하나도 없구먼. 차를 몰고 가 마트에서 장을 보려는데, 그러고 보니 수요일은 대형 마트가 죄다 쉬는 날. 재래시장도 없고…

이 녀석, 절루가. 형 요리해야 돼. 자꾸 무릎 위에 올라오고 깨물고 비벼대며 꾹꾹이를 하는 통에 그냥 얘랑 뒹굴뒹굴 놀면서 요리 포기할 뻔...


초행길 접촉사고까지 나가며 간신히 하나로마트를 찾아 장을 봐왔다. 한 달이나 지났지만 생일상도 제대로 못 받았을 것 같으니 오늘의 콘셉트는 생일상이다. 고양이의 그루밍 유혹을 이겨내고 얼른 요리를 시작하자. 생일날은 돼지갈비지. 소는 조금 비싸서 무리 데스.

일단 사온 돼지갈비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다. 핏물을 제대로 빼주지 않으면 돼지갈비는 비린내가 나서 영 별로다. 사실 여기에 앞다리살이나 목살을 더 썰어 넣어서 왕창 하면 더 맛있지만 둘이 먹을 거니 오늘은 갈비 부위만 하는 걸로. 아, 목살을 뺄 지언정 갈비는 꼭 넣어야 한다. 뼈에서 진한 육수가 나와서 국물맛이 좋아지거든. 일단 핏물 뺀 돼지갈비는 한번 끓인 다음 그 물을 버리고 건져내 다시 양념에 끓이는 게 좋다. 일단 초벌 끓일 물에 고기를 담가 끓이는 동안 야채를 손질해주자.

당근과 홍고추가 없지만 그냥 대충 하자

내 기준은 돼지갈비 1kg에 양파 한 개와 무를 라면 한 개 정도 크기만큼? 감자는 보통 작은 거 두 알 또는 큰 거 한알 정도 넣어준다. 당근이나 홍고추를 넣으면 좋은데 없으니 생략. 생강 고추 마늘 빼고는 막 때려 넣어도 상관 없음. 생강은 엄지손가락만 한걸 칼집 넣어 같이 끓이다 막판에 빼준다. 다진 마늘은 밥숟갈로 하나 정도. 대파는 흰 부분만 들어가도 된다

원래 참기름에 고기부터 볶아야 하지만 깜빡해서... 미역을 한쪽으로 치우고 고기를 쉐킷 쉐킷. 대세에 지장 없음. 그래도 고기는 한우로!

그래도 시간이 남으니 미역국을 끓여야지. 생일상인데 미역국은 있어야지 않겠어? 일단 미역을 물에 20~30분 불린 다음 물기를 짜내 참기름에 들들 볶아준다. 미역의 양은 2인 기준 불린 걸로 한 주먹 정도면 충분한데 더 넣어도 문제없다. 아, 고기 먼저 볶는 건데… 뭐 상관없다. 볶던 미역을 한쪽으로 치워내고 쇠고기 양지나 사태살 잘게 썬 걸 넣어 들들들 볶다 미역과 함께 달달 볶아준다.

요때쯤 다진 마늘을 넣어준다

어느 정도 미역이 꾸덕꾸덕해졌으면 조선간장을 티스푼으로 두 숟가락 정도만 넣어 조금 더 볶은 후 물을 500ml 정도 넣어 바글바글 끓여준다 뽀얀 국물이 나온다 싶으면 여기에 마늘 반 큰 술 정도 넣어 끓여두면 된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미역국은 오래 끓을수록 맛있는 법이다.

오늘은 귀찮아서 기성품 양념으로

미역국 끓이는 사이 어느새 갈비 초벌 끓이기가 끝났네? 한소끔 끓은 돼지갈비는 찬물에 깨끗이 헹궈준  전골냄비에 넣자. 기껏 초벌 해놓고 찬물로 닦아주지 않으면 잡내 유발 찌꺼기들이 딸려들어가 조금 잡내가   있다. 준비해놓은 채소  파와 양파만 빼고 모두 때려 넣는다. 생강은  보이는 곳에 넣어 나중에 찾기 힘들어지지 않도록 하자. 양념은 진간장 200ml  300ml, 굴소스    정도를 넣어주면 되는데 이건  개인 취향이고. 특히 진간장은 짜지 않도록 간을 봐가며 적당히 넣어주며 간을 보는  좋다.

하지만 오늘은 양념이 뭐가 있는지 몰라 그냥 시판 갈비 양념으로 뙇. 이상태로 센 불로 끓여 양념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이고 한 30분 정도를 은은하게 끓여준다. 가끔 바닥이 타지 않게 저어주는 것도 잊지 말고.

30분쯤 끓였으면 간을 봐서 짜면 물을 좀 더 넣은 후 완전 약불로 졸여준다. 이때 양파도 몽땅 넣어 같이 끓이면 된다. 칼칼하게 먹으려면 이때즈음 고춧가루도 넣어주면 좋다.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감자가 툭 건드리면 부서질 정도가 되면 불을 끈 다음 먹을 때 한소끔 다시 끓인 후 파를 얹어 먹는다.

삶은 감자와 달걀, 잘게 썬 양파와 마요네즈, 허니머스터드를 넣고 쉐킷쉐킷하면 끝. 야 좀 후추같은건 하나 사둬라...

요리를 다 해놓고 9시쯤 올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 심심해서 남은 감자와 달걀을 삶고 남은 양파를 다진 다음 마요네즈 왕창과 허니 머스터드를 섞어 감자 계란 샐러드를 만들었다. 남은 무를 채썬다음 고춧가루와 설탕, 소금 조금과 까나리 액젓, 식초를 넣고 무쳐 무 생채도 만들었는데 이건 처음 만들어서 그런지 망한듯.

고객님 만족하셔서 궁디팡팡하고 용돈까지 꽂아주심 ㅋ

말로는 간단했지만 총 두 시간 정도 걸렸구만. 사실 생일이면 잡채가 필수인데 그건 채소를 너무 많이 사야 해서 패스하기로 했다. 좀 있음 들어와 상을 받을 녀석을 생각하니 기분이 흐뭇하고 뿌듯하기는 커녕 아 배고프다. 먼저 먹어버릴까… 얼른 와 임마~


p.s 고갱님 완전 만족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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