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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ul 20. 2021

Wish You Were Here:핑크 플로이드 평전

1970년대의 BTS라고 하면 부족한 표현 일려나? 나의 영웅 핑플

요즘은 BTS의 <Butter>나 <Permission to Dance>처럼 첫마디부터 꽂히는 음악들이 대세다. 하긴 대세라고 하기에는 1분 미리 듣기에서 귀에 들어오지 않으면 외면받을 수밖에 없으니… 그러나 영국의 록밴드 핑크 플로이드는 전주만 1분 이상, 제일 긴 곡 23분짜리 음반으로도 영국 차트 1위를 하는 등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들의 첫 번째 월드와이드 히트 앨범이자 최고의 마스터피스인 <Dark Side of the Moon>은 앨범이 발매된 1973년부터 1988년까지 총 741주간 연속으로 차트 내에 머물렀고, 2008년까지 이 앨범이 차트에 머무른 것은 1630주일 정도로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내가 처음 음악을 듣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이들의 음반이 죄다 금지곡이어서 구하기가 쉽지가 않았다. 하지만 군대에 다녀온 후 서서히 금지 음반이 해금되기 시작하면서 사모으기 시작한 음반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앨범, <Dark Side of the Moon>이다. 

첨에 뿅뿅 따다다다 하다가 갑자기 디잉~ 하면서 느긋하게 늘어지고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앨범을 CD플레이어에 걸었다. 이상한 전자음과 기계음 인트로가 나오다 분위기가 전환되며 들리는 몽환적인 슬라이드 기타와 오르간, 흐느적대는 베이스와 드럼… 와…. 눈을 떠보니 앨범의 전 트랙은 모두 끝나고 CDP는 꺼져 있었다. 그만 잠이 들어버린게지…. 


다른 음반들도 이것저것 사서 들어봤지만, 한결같이 졸리기는 마찬가지… 세계적인 거물 밴드 핑크 플로이드가 이렇게 졸리고 힘 빠지는 음악이라니…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지. 그 후 한동안 핑크 플로이드를 잊고 있었다.

이노래는 가사도 '아~' 밖에 없는, 디바 스러운 보컬의 엄청난 스캣으로 이루어진 노래라 그래도 듣기 쉽고 멋있음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하면서 가져간 CD 무더기에 <Dark Side of the Moon>이 껴 있었고.. 차의 CD 체인저에 모두 넣어놓아 랜덤으로 재생된 핑크 플로이드에 그만 난 푹 빠져들고 말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빌보드 기록은 사실, 대중음악사에 새긴 의미를 생각하면 그저 한낱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앨범의 수록곡 모두를 하나의 주제로 엮어 콘셉트를 부여한 팀은 핑크 플로이드가 최초이지 않을까 싶다. 보통 밴드에서 쓰지 않았던 새로운 악기들을 도입하고 자연이나 동물의 소리들을 적절히 효과음으로 사용한 팀은 대중음악사에서 핑크 플로이드가 최초이다. 

심지어 그들이 관중 없이 라이브 레코딩으로 진행한 <Live at the Pompeii>에서는 강아지 짖는 소리를 라이브에 직접 마이킹 해 사용하기도 한다. 아, 어찌 보면 그때 온라인 중계장비가 있었다면 <Live at the Pompeii>는 요즘 하는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의 시초가 되었겠구나. 



영국의 음악 저널리스트이자 퀸과 롤링스톤즈 더후 등의 인터뷰와 전기 등 글을 썼던 마크 블레이크가 쓴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는 핑크 플로이드의 시작부터 활동을 중지한 후 2011년까지 그들의 역사를 빠짐없이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영국의 공과 대학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전신인 스쿨밴드 <Sigma6>를 조직할 때부터 초기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의 주축이었던 시드 배릿의 광기와 팀 탈퇴, 밴드 멤버들의 의기투합에서 <The Wall> 앨범의 <Another Breaking The Wall>이 디스코테크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러니. 로저 워터스와 데이빗 길모어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과의 반목과 일방적 해고 등 그들의 정점부터 흑역사까지 모든 내용이 600페이지 넘는 두꺼운 분량의 지면에 모두 들어있다. 

책의 제목이자 그들의 초창기 리드이던 시드 배릿을 추모하는 앨범 <Whish You Were Here>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마약 과용과 조현병으로 팀을 나가야만 했던 시드 배릿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이 책 한 권을 통독하면 핑크 플로이드의 A에서 Z까지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을 읽는다고 핑크 플로이드의 난해하고 어려운 음악들이 쉬워지지는 않겠지. 하지만 이 두꺼운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이 어떤 생각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 철학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밴드 사운드를 매개체로 명징하게 직조해내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음악을 듣고 그들 음악의 비밀을 알아내면서 음악을 듣는 재미가 두 세배는 즐거워지지 않을까? 



P.S) 하지만 책이 너무 두꺼워서 아직 1/3밖에 못 읽었다는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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