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어쩌다 DJ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Jul 22. 2021

음악 믹스 테크닉 가이드북에서 양보를 배우다

<엔지니어가 직접 가르쳐주는믹스 테크닉99>

이전에 음악 좀 해보겠다고 깝죽거렸던 때가 있다. 이렇게 저렇게 아이디어를 짜서 드럼과 베이스, 기타 등 파트를 만들고 하나하나 녹음했다. 마우스로 한 땀 한 땀, 스네어 드럼과 탐탐, 플로어탐, 킥 드럼을 찍고 필요한 곳에 크래쉬 등 심벌을 집어넣어 드럼 트랙을 완성했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 굳이 스튜디오 방음 부스에 가지 않아도 악기 파트를 녹음할 수 있는 시대. 컴퓨터에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연결하고 기타를 여러 번 오버 더빙하고 드럼에 맞춰 베이스 기타를 녹음했다. 

이건 내 작업 캡처는 아니고....

자 이제 준비는 끝났다! 음악 소스들을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에 올려 내 귀에 듣기 좋게 볼륨을 맞추고 음원으로 내보내 들어보니, 오!!! 망했다. 킥이 나올 때마다 베이스 기타는 묻히고 심벌이 나오면 고음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악기가 여러 개 들어가는 파트에서는 뭘 연주하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더라. 그냥 합치면 될 줄 알았는데… 이게 머선 129….

이건 그냥 배고파서 넣음

그때서야 눈치챘지만, 악기 파트들을 그냥 몽땅 합친다고 음악이 되지 않는다. 음악 녹음 매체에는 소리를 담을 수 있는 한계를 나타내는 최대 용량 ‘헤드룸’이 있다. 찌개로 비교해보자면, 김치찌개 2인분을 만드는데 1리터 조금 넘는 냄비에 생수 1리터와 김치 한 포기와 돼지고기 한 근, 설탕 한 봉지와 고춧가루 한 봉지, 조미료 한 봉지를 모두 때려 넣으면 맛은 고사하고 냄비가 넘쳐 가스레인지가 엉망이 되는 것과 같다. 

알맞은 양만큼 재료를 계량해 순서에 맞게 넣고 볶거나 팔팔 끓이거나 불을 줄이고 뭉근히 끓이는 등 조절을 해야만 제대로 된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각 악기와 보컬의 소스들을 다듬고 알맞게 조절하는 과정을 믹스라 한다. 

그때 나의 무지함과 건방짐을 깨닫고 공부하려고 시도한 게 이 책 <엔지니어가 직접 가르쳐주는 믹스 테크닉 99>다. 이 책에는 각 악기 파트별로 부딪치는 음역대를 정리하거나 마스킹하는 방법, 파트별로 소리를 정리하고 고르게 만드는 컴프레서나 이퀄라이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 파트별로 특징을 살려 믹스하는 법 등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음악 믹스 팁들이 모여있다. 뭐 이런 매뉴얼이 다 그렇듯,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믹스할 때 부분적으로 이 책을 찾아보며 작업하다 보니, 확실히 나아지더라. 그러다 보니 깨달은 것, 내가 어떤 소리를 강조하고 싶으면 그 부분을 키울게 아니라 그것을 방해하는 것을 제거하거나 적절히 조율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첫 번째 믹스 실습으로 카피해 본 이 노래는 록밴드 '메가데스'의 <Dawn Patrol>이다. 파트가 드럼과 베이스뿐이라 이런 실습에는 적격이지. 이 노래의 포인트는 단단한 드럼 사운드이기도 하지만 그 위를 슬렁슬렁 반복적으로 노니는 베이스 기타의 사운드다. 이 은근 은근한 저음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굴려봤는데… 답이 신통치 않아 책을 들춰봤다. 결론은 ‘양보’였다.


내가 베이스의 단단한 저음역을 키우고 싶다고 무턱대고 베이스 기타의 저음역 부분인 500Hz 부근을 키웠다가는 이어폰에서 웅웅대는 소리만 늘어날 뿐이다. 킥 소리와 겹치면 팍 피크가 뜨고. 이런 경우에는 살리고 싶은 악기의 볼륨을 올리는 대신, 그것과 겹치는 다른 파트의 사운드를 적절히 양보해 줘야 한다. 물론 음악마다 상황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베이스 사운드와 가장 부딪치는 킥 드럼 영역을 컴프레서로 베이스 음이 나올 때마다 잠깐잠깐 조금씩 눌러주는, 전문용어로 사이드체인 컴프레싱을 하면 오디오에 무리 없이 믹싱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되려 킥 드럼도 베이스와 부딪치는 부분이 줄어들어 서로 윈윈 할 수 있다. 물론 전문가가 보기에는 하찮을지 몰라도, 그래도 그럴싸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일을 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이 원칙은 통용되더라. 내가 튀고 싶은 부분이 있다고 친구를 누르거나 혼자 천방지축 날뛰면 오히려 트러블만 생기고 별로 재미있지 않더라. 살리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친구를 좀 더 돋보이게 하고 나를 조금 양보해주다 보면 서로 조화롭게 윈윈 할 수 있을 텐데. 일할 때도 마찬가지. 내가 이거 잘한다고 천방지축 날뛰지 말고 동료 일을 도와주고 상부상조하다 보면 훨씬 멋진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 단순한 진리지만 이게 어려우니 다들 고민하는 거겠지. 어쨌든 이제 악기 좀 그만 닦기만 하고, 다시 음악 좀 하고 싶다. 그리고, 좀 쪽팔리지만, 비교들 해 보시라고 카피 곡의 원곡도 올려본다. (보컬 있어요~ 음산하겠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