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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ul 29. 2021

혈관 타고 흐르는, 내가 겪지도 않은 추억의 노스탤지어

책 <90's KID>를읽....아니 뒤적여 보고

어제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듣는 즐거움 포스트에 이야기한 대로 택배 받은 턴테이블을 연결하고 가지고 있던 몇 장의 LP들을 정리했다. 그 이후 일하면서, 책 읽으면서 하루 종일 음악을 듣고 있다.  가만히 앉아 음악을 차분하게 듣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구나… 그런데 왜지, 뜬금없게? 초등학교 4학년, 내 방이 생기고 워크맨이 생기면서 계속 들어온 건데 왜 30년이 넘은 지금 새삼스럽게 다시 음악 듣는 게 즐거워진 걸까.

LP의 헤드룸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컴프레션? 아무래도 내가 지금 가진 LP들이 죄다 옛날 거라 그런가? 그것도 아니면, 그냥 턴테이블이 돌아가는, 뭔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LP를 바라보며 LP멍하게 되는 정취? 가만히 생각해보니 결국 이유는 정해져 있었다. 


추억의 노스탤지어. 
이거 분명히 내가 2011년 직접 주문한건데,  LP가 투명이라는 것과, CD까지 들어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네?

일단, 어제 처음 턴테이블을 산 나에게 턴테이블과 LP에 대한 추억이 있을 리가 없다. 기껏해야 술 먹고 2차로 리퀘스트 바에 가서 음악 신청하면 틀어주던 올드락들? 그리고 들을 곳도 없으면서 무작정 사버린 라디오헤드의 <Kings of Limbs>? 노노. 그것들과는 전혀 상관없다. 70년대 말~80년대 초 태생들은 내가 그걸 누리지 않았어도 그런 추억의 공통분모가 미디어를 통해 주입되어 피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소셜 펀딩 사이트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덮어놓고 바로 펀딩 버튼을 눌렀다. <90’s KID’>는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의 혈관에 남아있는 공통적인 추억을 자극하는 오브제들을 모아 소개한 책이다. CD플레이어와 MP3 플레이어, 삐삐와 다마고치, 스쿠비두와 스킬 자수, 힙합바지와 그런지룩, 펌프와 컵볶이, 스티커북과 떠버기 등 경제적으로는 격차가 크지 않고 문화적으로 풍요롭다고들 생각한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를 장식했던 다양한 오브제들이 정감 있는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된 이 책. 일단 두꺼운 아트지에 정성스럽게 인쇄된 오브젝트들이 돈을 아깝지 않게 한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이 책은 80년대에 초등학교 생활을 보낸 나와는 겹치지 않는 부분들도 꽤 많다. 하지만 그건 별로 중요치 않은지도 모른다. 내가 그걸 누리지 않았어도 잡지와 TV를 비롯한 미디어들을 통해 이미 다 우리 머릿속에 주입되어 있으니까. 굳이 그런 문화를 접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무의식 중에 다 알고 있잖아. LP나 테이프라고는 본 적도 없는 2000년대 태생이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감성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닐까? 내가 가끔 듣던 <정은임의 영화음악> 모든 파일을 아이폰에 넣어놓고 가끔 꺼내어 보기만 해도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유도 그것 때문인지 모른다. 

1985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가끔 뭔가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하다 싶을 때 이 책을 꺼내 뒤적거려보자. 왠지 잘은 몰라도 뭔가 추억 쩌는 12부작 미니시리즈 한 편을 정주행 한 기분이 들 테니까. 


P.S) 이 책 사고 싶은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 주세요. 댓글이나 jmhendrix@me.com으로 연락 주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작가가 지인이나 뭐 그런 건 아니고…. 따로 파는 게 아니라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제가 한 권 더 사고 싶어 문의하니 작가 이메일로 연락이 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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