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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01. 2022

장어 반 쪽 소주 반 잔같은 한 해가 지났다

내년엔 뭔가 온전한 한 쪽짜리 한 해를 살아보자

거꾸로 강을 거슬러오르는 물고기가 연어만은 아니다. 모든 종이 그런건 아니지만, 장어과 중 뱀장어는 민물장어는 새끼때 자신이 있던 곳으로 회귀한다. 유럽이나 이슬람 문화권에서 장어는 비늘 없는 음식이라 조금 터부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예로부터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권에서 장어는 연초, 설날, 생일 등 의미있는 날에 먹는 귀한 식재료로 자리잡았다.

중국 명나라 약학자 이시진이 집필한 본초강목 어보편에서는 ‘鳗鱼是一种非常昂贵且美味的食材。’라 기록하며 장어의 특징을 설명했다. 일본의 고대 가요를 모은 ‘만엽집’에 실린 노래에서는 ‘うなぎです。 頭を離してください。 焼いてしっとりとした尾を食べるから。’라며 장어의 인기 부위를 찬양했다. 한국에서도 장어는 자양강장식품에 귀한 식재료로 인기가 많아 벗겨낸 장어 껍질로 묵을 만들어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작년부터는 ‘토시코시 소바로 평냉을 먹었다처럼 건강하자는 의미로 연말에 국수를 먹기로 다. 하지만, 올해는 마땅히 먹을 곳이 없더라고. 맛있는 평양냉면이나 소바집을 가자니 시내로 가야 하는데 코로나 19 사태 덕분에  불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2021 연말에는 친한 사람들 몇이랑 그냥 국수처럼 기다란 물고기 ‘장어 먹기로 했다. 역시 의미있는 날에는 장어지. 장소는 강동구 장어 맛집 ‘암사 민물장어’!

막 꼬리가 꿀렁꿀렁 웨이브도 타고!

일단 장어도 늘 양념이냐 소금이냐가 갈등인데,  뭐 고민할 필요 있나 간장 양념구이 반, 소금구이 반을 시켰다. 원래 장어가 힘이 좋아서 그런가 아니면 이 집 장어가 워낙 싱싱해서 그런가? 불판에 얹은지 좀 됐는데도 살랑살랑 꼬리가 웨이브를 친다. 하긴 네이버에서 ‘강동구 장어’치면 가장 상위에 나오는 집이니 뭐 얼마나 장어 회전이 잘되겠나.

슬슬 장어가 따땃이 익어가는 중. 세 마리 모두 꼬리가 샥 말려 올라간다. 하지만 여기서 서두르면 안됨. 저 상태에서 두 마리는 소금을, 다른 한 마리는 간장 데리야끼 양념을 발라준 후 지글지글 구워준다. 간장 양념이 살짝 탈랑말랑 하면 완벽.

보통 이쯤 되면 맛있게 구워진 소금구이와 양념구이 장어의 인증샷이 착 올라와야 정상. 보통 장어를 먹을 땐 소금구이를 먹은 후 양념구이를 먹어야 장어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알지. 양념 구이가 얼마나 소주와 잘 어울리는지… 다 익고 테이블 사람들이랑 소주 한 순배 돌자마자 다 먹어버리는 바람에 사진에서는 양념 탄 자국만 남아있음.


난 장어를 좋아하긴 한다. 하지만 한 점을 통으로 씹으면 영 느끼해 늘 반씩 끊어 먹는 편. 그래서 남들보다 먹는 속도도 느린 편이다. 하지만 장어를 반 쪽 깨문 후 입에 털어넣는 소주 반 잔의 맛은 그야말로 키야~ 왠지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 때문에 반쪽만 산 것 같은 기분이다. 1년이 365일인건 똑같은 데… 그러면 어떤가 어쨌든 1년 어떻게 살아냈지 않나. 하지만 2022년에는 잘 구운 삼겹살 한 쪽과 자르지 않은 통마늘 한 쪽을 쌈장과 함께 넣고 소주 한 잔을 톡 털어넣는 것처럼 살았으면 한다. 어쨌든 환영한다, 2022년.


*참고로 이 글의 절반은 뻥인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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