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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20. 2022

추울땐 오뎅국수

냉장고 파먹기 #1: 요리로 생각해보는 나새끼 자신의 능력치

얼마 전 샀던 오뎅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네… 냉동실로 넣을까 하다 날도 쌀쌀해 뭔가 해 먹기로 결정. 넓은 판오뎅은 오뎅 볶음으로 처리했고 나머지 예쁜 오뎅들과 굴러댕기던 나무 젓가락을 보고 오뎅국수를 해 먹기로 결정. 냉장고를 파보자 이제.  

아 사진 겁나 칙칙하게 찍었네. 사진에 무는 없구나

오뎅국수의 심장인 육수가 되어줄 디포리 겟. 대파의 흰 부분과 푸른 부분도 넉넉하고 무 조각과 다시마도 보이네. 주방 한 구석에 굴러다니던 나무젓가락에 예쁘게 오뎅들을 꽂아주니 제법 그럴싸하다. 

무를 빠르게 익히려고 깍둑썰기 한 후 칼집을 내주었다

디포리 육수는 살짝 느끼하고 기름지다 보니 칼칼한 맛을 더하려고 멸치 볶음 해 먹고 남은 꽈리고추를 육수 팩에 넣어주었다. 오뎅이 생각보다 물을 제법 빨아먹으니 800ml, 맥주컵으로 네 컵 정도면 적당하다. 참고로 2인분 양. 이제 부글부글 끓으면 오뎅꼬치를 넣고 기다리면 육수 준비는 끝. 

일도 인생도 요리도, 기본이 있다면 그다음부터는 템빨

참치액이나 진간장으로 간을 맞춰도 좋지만 오뎅 포장 봉지에 맛간장 소스가 있어서 요걸로 대신. 원래 요리는 다 템빨 아닌가. 아, 마침 간 마늘도 좀 남았길래 육수에 풀어줬다. 난 마늘 건더기가 돌아다니는 게 싫어서 이렇게 체에다 받치고 쉐킷 쉐킷.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맞춰주자. 한 10분쯤 끓이면 오뎅은 빼놓고 육수의 온기만 유지해주자. 안 그러면 오뎅이 탱탱 불어터지고 식감도 푸석푸석해진다. 

개취지만, 나는 면을 토렴해 먹는걸 좋아함

면은 지난 냉장고 파먹기 냉면 편에 등장했던 구포국수로 대체하기로. 마음 같아서는 우동 면을 쓰고 싶었지만, 있는 거만 가지고 승부 보는 게 냉장고 파먹기의 원칙 아닌가. 국수를 삶을 때는 소금을 살짝 넣어준다. 보통 소면은 4분 삶으면 딱 맞지만, 얘는 3분 30초만 끓여주었다. 토렴을 해야 하거든. 

그냥 그릇에 담아 육수를 부어 먹어도 좋지만, 그럼 육수가 식어 뜨끈한 느낌이 사라진다. 이렇게 토렴을 하면 간도 좋고 따뜻하게 국수를 즐길 수 있다. 이렇게 토렴 한 국수는 예쁜 그릇에 담고 미리 건져낸 오뎅 꼬치를 담은 후 육수를 낙낙히 붓고 대파 푸른 부분과 홍고추를 얹어낸다. 홍고추는 오로지 색깔 때문이니 없으면 패스. 취향따라 후추를 후추후추. 사진에 보이는 저 정도 재료 양이면 2인분 정도 육수를 낼 수 있다. 남은 오뎅은 내일 아침 국물로 먹던지 해야지. 


냉장고 파먹기라는 게 가만히 보면 자기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하다. 좀 부족하더라도, 냉장고 안에 쌓여있는 재료만으로 어떤 결과물을 낼 수 있어야 자기 능력을 확인하고 모자란 부분을 부분을 채워 넣고 넘치는 부분도 덜어낼 수 있다. 아, 뭐 오뎅 국수를 만들려는데 오뎅이 없다거나 하는 심한 결격사유가 있거나 한 게 아니라면, 뭐 있는 그대로의 나도 괜찮지 않을까? 적적해서 그런지 별 생각을 다하네.




냉장고 파먹기: 오뎅국수 편 요약

재료: 대파 흰 부분 20cm, 파란 부분 10cm, 꽈리고추 2개, 홍고추 1개, 다시마 명함 한 장 크기, 디포리 8~10마리, 무 에어팟 프로 만한거 두 덩이, 오뎅 적당량, 오뎅 살 때 주는 육수 스프 또는 진간장 한 스푼에 조미료 1티스푼, 후추, 소면 500원짜리 동전 두 개 분량. (2인분 기준)

1. 디포리와 다시마, 꽈리고추를 육수팩에 넣어준다. (안해도 무방. 건져내기 귀찮아서)

2. 물 800ml 정도에 대파 흰 부분과 깍둑썬 무, 육수팩을 넣고 끓인다.

3. 물이 끓어오르면 육수 스프를 넣고 간을 한 다음, 오뎅을 넣어 10분간 끓인다. 

4. 오뎅을 건져낸 후, 소금을 넣어 끓인 물에 소면을 3분 30초간 끓인 다음 건져내 찬물에 박박 씻는다.

5. 육수에 면을 토렴해 오뎅꼬치와 함께 그릇에 담고 넉넉히 육수를 부은 후 파와 홍고추를 토핑한다.

6. 촵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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