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에서 미얀마 음식 해 먹기
지난 3월 첫 주 코로나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고 1주일 격리를 마치고 나니, 뭔가 자신감이 생겼달까?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가고 싶던 대만과 일본은 아예 입국 금지, 격리 없는 태국과 싱가포르는 왠지 좀 당기질 않고… 고민하던 중 미얀마행 왕복표가 40만 원이라는 괜찮은 가격에 나와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막상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나니 좀 불안해졌다. 아직 거기 쿠데타 상황도 모르는데 괜찮을까? 마침 미얀마에 주재원으로 가 있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요즘은 관광지 분위기가 썩 안 난다고….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서 조언을 구해보니 양곤을 중심으로 근처 파고다나 시장만 둘러봐도 3박 4일 정도는 그냥 그냥 있을만하다네? 일단 강행.
출처: Washington Post, 내가 찍은 거 아님 주의
역시 비행기는,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거의 없다시피 하고 일 보러 떠나는 외국인들만 가득. 거의 6시간에 거쳐 양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도 한가하고, 시내로 가보니 확실히 예전처럼 활력이 없기는 하다. 일단 첫날은 친구가 예약한 양곤 부근 국립공원 내의 숙소에서 둘이 보내기로 했다.
친구 차를 타고 먼저 마트 입성. 왠지 모르게 실내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해서 건진 건 이 간장 사진 하나. 돼지 내장과 간 등 희한한 부위가 마트에 있는 건 또 생전 처음이구만. 그런 건 차마 해 먹기 그렇고 친구와 간단하게 해 먹을 요리 재료를 사 가지고 숙소로 향했다.
양곤 시내에서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숙소는 비가 와서 그런지 어두침침하다. 그래도 지열을 덜 받기 위한 구조도 재밌고 고전 가옥 분위기가 제법이네? 가격은 10만 짯 정도? 일단 여독을 푼 다음 친구와 슬슬 한 잔 할 준비를 시작했다. 첫 번째 요리는 미얀마식 돼지고기 튀김 ဝက်သားကြော်(waatsarr kyaw). 와싸 카~ 라고 읽으면 된다.
일단 먼저 큼직하게 썬 돼지고기는 소금과 향신료 가루에 버무려 한숨 재워둔다. 그 사이 전분 1 밀가루 2 물 2의 비율로 튀김옷을 만드는데, 이때 물 대신 탄산수를 넣으면 훨씬 바삭해진다고. 농도는 너무 되직하지 않고 살짝 묽은 게 정상이다. 그리고 미얀마 쪽파를 살짝 다져서 넣어주면 끝. 이제 튀겨볼까? 나중을 위해 사놓은 아스파라거스가 너무 많아 이것도 좀 튀겨주었다.
그럴싸하지? 와싸 카는 탕수육이나 일반 고기 튀김과 달리 두툼하게 튀겨내기 때문에 고기 육즙이 느껴져 좋더라고. 아까 마트에 들러 사놓은 피시소스 간장을 사서 라임을 좀 짜 넣어 찍어먹으니 향긋하고 간이 딱 맞다. 미얀마 맥주와도 잘 어울리고. 참고로, 미얀마 등 동남아에서 라임을 쓰는 이유는 뭐 좀 달라서가 아니라 라임이 싸서라고… 걔들은 정작 레몬을 더 좋아한단다.
친구와 맥주를 한 잔 하면서 함께 다녔던 이런저런 여행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300g 넘게 튀긴 와싸 카가 바닥을 보이고, 다음 안주를 준비해 보자. 다음 안주는 그냥 간단하게 꼬치로 가기로 했다.
아침을 위해 파의 푸른 부분을 쫑쫑 썰어두고 남은 쪽파의 뿌리와 아스파라거스, 간식으로 사둔 방울토마토를 베이컨에 싼 다음 꼬치에 꽂아 그냥 구워주면 끝. 바비큐 그릴을 구하기는 힘들다 해서 그냥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에 구워주었다.
아따 인덕션 성능 좋구먼. 남은 튀김옷도 내친김에 모두 부쳐 빗소리와 함께 안주삼아 마시며 친구와 미얀마의 밤을 보냈다.
빗소리도 타닥타닥 행복한 밤을 보낸 후 아침, 숙취는 없지만 해장하는 기분으로 미얀마 동부식 ‘샨 국수’를 해 먹기로. 뭐 이건 육수 파우더가 있어서 끓는 물에 파우더를 넣은 후 숙주와 돼지고기 볶은 고명, 쪽파, 고수, 라임을 넣는 것만으로 완성. 마트에서 샀던 돼지껍데기 소시지는 그냥 대강 썰어 넣어주었다. 소시지가 좀 짜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럴듯한 한 끼. 이렇게 양곤 여행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