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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배우에게 안겨본 적 있나요?

오사카 록 페스티벌 가서 후카다 에이미와 프리허그 한 썰 푼다

by Francis
록 페스티벌 가지 않을래, 해외로?


작년 2월이었나? 장기 근속 휴가를 받은 친구 주현이. 대학 학부 시절부터 함께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을 좋아했던 친구였어요. 그러나 이미 반 소년 가장이었던 주현이는 고학생처럼 학교를 다녔고, 결혼도 일찍 해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여유롭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나처럼 혼자 페스티벌 현장을 누비고 다닐 성격도 아니었죠. 그런데 주현이가 해외 페스티벌에 가자고 하다니?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기왕이면 외국 페스티벌 가야지!


목표는 5월에 오사카와 도쿄에서 연이어 열리는 ‘메트록 페스티벌’(Metrock Festival)이었어요. ‘후지’나 ‘섬머소닉’ 같은 유명한 페스티벌도 선택지가 많았지만, 주현이의 휴가는 5월이었기에 그 시즌에 맞추려면 메트록 페스티벌뿐이었죠. 사실 우리 취향에는 도쿄를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지만, 고민 끝에 오사카로 가기로 했어요!

2023년 오사카 메트록 페스티벌의 메인 무대. 엄청난 규모에 사운드도 좋더라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게, 한국의 여러 페스티벌에는 거의 모두 가보았지만, 나 역시 해외 페스티벌은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미리 준비한 덕분에 입장하자마자 본 打首獄門同好会 (우치쿠비 고쿠몬 도카카이)와 キュウソネコカミ(큐소 네코카미), 주현이가 좋아하는 Shishamo와 가면이 트레이드마크인 싱어송라이터 ‘Yama’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무대를 즐길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우치쿠비 고쿠몬 도카카이, Shishamo, Yama의 무대

마지막 무대가 끝났는데도 들뜬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첫날의 스케줄이 끝났습니다. 다음 날에도 일본의 더 많은 뮤지션을 보고 싶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5시쯤 돌아와야 했죠.

오사카 아메리카무라의 클럽 'Hokake'에서 보게된 밴드. 보컬의 교복이 인상적이죠!

10년이 넘은 친구 사이에 해외여행은 처음이다 보니,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는 싫었어요. 일본에는 아무 집에서 생맥주를 주문해도 맛있는 만큼, 이런 날에는 맥주를 부어라 마셔라 코가 비틀어지도록 마셔야 하잖아요. 그런데 주현이는 술을 안 마시다 보니 함께 퍼 마시기에는 좀 그렇고… 오사카까지 와서 친구를 내버려 두고 혼자 마시러 다닐 수는 없고… 검색을 하다 보니 재미있는 포스터 이미지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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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다 에이미의 프리허그 이벤트 포스터

일본어는 못하지만 이리저리 해석해보니 ‘프리허그가 지구를 구한다!’라는 타이틀로 일본 배우 ‘深田えいる’(후카다 에이미)가 YouTube 팔로워 100만 달성 기념으로 프리허그 이벤트를 하고 있었어요. 후카다 에이미는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한 이후 인기가 급상승한 일본의 유명 AV 배우로, 아마 한국 남자라면 한 번쯤은 봤던 사람이라 확신합니다. ‘난 아닌데?’라며 정색하는 남자분들, 거짓말 하지 마세요. ㅎㅎㅎ 이미 도쿄에서 몇 천 명의 프리허그 이벤트를 하고 오사카로 온 거라니, 뭐야 이거 골때리겠는데? 이거라면 친구와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요기하고 프리허그 이벤트 장소인 난바의 ‘Fun Space Diner’로 가니 이미 줄선 사람들이.... 아무리 AV 배우와 프리허그 하는 게 특이한 경험이긴 하지만, 서너 시간 이상 길바닥에서 기다려야 한다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운영 요원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니, 스페셜 줄이 있더라고요.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4,000엔 정도를 내면 설 수 있는 스페셜 줄이 있다나? 시간도 아낄 수 있고 기념품도 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스페셜 줄에 한 10분 정도 서 있다 보니 어느새 프리허그 장소 바로 앞, 인포메이션 부스가 보였습니다. 그곳에서 기념품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벤트 시작 시간인 7시 한참 전부터 길게 줄을 서기 시작해 결국 스페셜 티켓을 계산할 수 밖에 없었어요

기념품이 무려 후카다 에이미의 티셔츠였습니다. 급히 기념품을 가방에 넣고 프리허그 장소 앞으로 갔어요. 일단 남자와 여자는 프리허그 방식이 좀 다르더군요. 여자는 후카다 에이미와 자유롭게 안을 수 있지만, 남자는 ‘열중 쉬어’ 자세를 하고 상체를 내밀고 있으면 후카다 에이미가 와서 안아주는 그런 식이었습니다. 처음엔 ‘뭐야, 이런 걸 차별해?’ 잠깐 생각했지만, 제 앞에서 5번째 사람을 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열중 쉬어하고, SM 플레이에서 쓰이는 수갑을 차고 있더라는…


후카다 에이미와 프리허그 사진. 차마 내 사진을 공유할 수는 없어 친구 얼굴에, 좋아하는 베이시트 존 명 사진을 합성해...
이거시 바로, 프리허그 증명서인 '안김증'!

후카다 에이미가 와서 저를 안아주면, 진행 요원이 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물러나는 형식이었는데요. 대략 위의 사진 같은 결과물입니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2023년 5월 14일 오사카・난바에서 열린 ‘24시간 무료 포옹회’에서 후카다 에이미에게 안겼다는 것을 증명합니다’라는 증명서를 나눠주더라고요. 사진을 찍고 숙소인 도톤보리로 돌아와 낄낄거리며 기분 좋게 잠을 청했습니다.


노년기에 들어가면 새로운 경험보다는 자이언티가 말한 것처럼 그동안 겪어온 경험들이 담겨 있는 ‘추억’이라는 도서관에서 매일 경험을 대출해 곱씹으며 하루를 보낸다고 하잖아요.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기는 뭐하지만, 이 추억도 나중에 둘이 만나면 낄낄대며 나눌 소중한 기억 정도는 되겠죠? 여러모로 많은 것을 줬던 후카다 에이미에게 감사해야 할까요…?


덧) 프리허그 기념 티셔츠는 앞서 말한 대로 후카다 에이미의 얼굴이 대문짝 만하게 박힌 티셔츠? 처음 받았을 때는 '이거 페스티벌 놀러가거나 공연때 입으면 재밌겠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알아보는 사람들 덕에 인터넷 여기저기 올라갈 것 같아서 차마 입을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그래서, 혹시나 하고 당근 마켓에 스페셜 줄 입장료와 티셔츠 배송하는 항공료 정도 포함한 값으로 올렸는데 올린지 1시간도 안되어 팔리더라고요. :-)

이걸 입고 나다닐 자신은 도저히 없어 당근 마켓에 팔았더니, 후딱 팔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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