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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11. 2023

홈메이드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냉장고 파먹기 #5

점심에 뭐 먹을까 하다가 문득 냉장고에 있는 슬라이스 햄 몇 조각과 말라붙기 직전인 치즈를 발견했습니다. 식빵이 어디 있지… 제길 냉동고에 있군요. 녹인 식빵은 맛이 없는데… 그러다 문득 조금은 고상한 이름이 생각났어요. 


몬테크리스토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는 간단히 말하면 샌드위치 튀김이에요. 이건 프랑스 요리 ‘크로크 무슈’의 변형인 셈인데요. 워싱턴의 ‘몬테크리스토 호텔’ 주방에서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조리법이 있지만 지금은 사라진 ‘베니건스’의 방법론과 정통 방법론을 다 섞어보려고요. 대신, 귀찮고 달기만 한 슈거파우더는 생략. 튀김도 집에서는 빡세니 다른 방식으로 대체합니다. 


왼쪽 위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1,2,3,4 순서입니다

먼저, 식빵 가장자리를 모두 자르고 한 면에 잼을 얇게 고루 펴발라줍니다. 약간 모자라다 싶게 발라주세요. 이제 그 위에 체다 치즈-슬라이스 햄-달걀 부침 순으로 얹어주세요. 지금 생각해보니 슬라이스 햄을 먼저 얹는게 좋았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럼 색이 예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뭐 어차피 순서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뚜껑에는 마요네즈를 바르고 덮어줍니다.

포를 뜬 식빵을 중간에 끼워주니, 이제 좀 몬테크리스토 다워 졌습니다

이제 이걸 한 번 더 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식빵이 너무 두껍네요? 그러면 모양새도 예쁘지 않고, 마침 칼이 잘 들어 반으로 포를 떠 다시 한 번 잼-체다 치즈-슬라이스 햄-달걀 부침-마요네즈-식빵 순으로 같은 작업을 한 번 더 해줬어요. 그 결과물입니다. 

이제 이걸 우유와 설탕, 소금을 조금씩 넣은 달걀물에 잘 적셔서 버터 녹여 두른 팬에 잘 부쳐줍니다.  이걸 흩어지지 않게 잘 잡아 돌려가며 익혀주는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저는 국자 두 개로 이리저리 돌리며 중불에 익혔습니다. 

그 결과물이 썩 예쁘지는 않죠? 여기서 잠깐, 성급하게 자르지 마세요. 뜨거운 상태의 몬테크리스토는 물렁물렁해서 자르기 쉽지 않습니다. 겉이 살짝 따뜻할 정도로 식혀주세요. 충분히 식어도 속은 포근한 온도일테니까요. 

하지만 전 참을성이 없는 사람. 덜 식은채 잘랐더니 모양이 살짝 일그러졌습니다.  그래도 그럴싸하네요. 하지만 식빵 한쪽 반으로는 좀 배고플 것 같아 크림 스프를 좀 끓였어요. 이때 잘라낸 빵껍데기를 구워 작게 자른 후 스프 고명으로 쓰면 좋습니다.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 요리에서도 살면서 중요한 지혜를 몇 가지 얻었습니다. 첫째, 좀 귀찮고 지저분한 길로 가면 쉽게 할 일을, 굳이 깔끔한 방법으로 처리하려 고생할 필요 없어요. 몬테크리스토를 구울 때 손에 달걀물이 묻는게 영 찝찝해서 주걱으로 뒤적거렸더니 모양이 영 별로더라고요. 그냥 손으로 하면 예쁘고 타지 않게 구울 수 있는걸... 

그 5분을 못기다려 쭈글쭈글....

두 번째, 충분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해요.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는 구운 후 충분히 식혀야 하거든요. 5분만 더 기다리면 단단하고 예쁜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데 그걸 못참고 그냥 자르니 절단면이 삐뚤빼뚤 확 늙어보이는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가 되어 버렸어요.  

세 번째, 작은 것도 조금만 신경쓰면 결과물이 좋아집니다. 급하다고 센 불에 휘리릭 굽지 말고 약한 불로 천천히 버터 발라 구우면 훌륭한 스프 고명이 될걸, 잠깐 멍때렸더니 빵 껍데기가 타버렸잖아요. 

이것이 오늘 최종 결과물, 크림스프를 곁들인 미니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입니다. 결론, 몬테크리스토 샌드위치는 어지간하면 사드세요. 너무 귀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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