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경중은 기간과 횟수와는 관계 없다는 이야기
나이를 먹어가면서 인연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된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라고 해서 꼭 좋은 인연, 깊은 인연인 건 아니다.
만난 횟수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인연의 질에는 시간과 빈도가 그다지 상관없다는 걸, 살다 보니 점점 알게 된다. 일단 어디서 어떻게 그 사람을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번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서도 그걸 다시 느끼는 일이 있었다.
첫날 아침, 일행과 함께 ‘합천돼지국밥’으로 향했다.
여기는 ‘니콜라’ 주식 전문가로 유명한 일명 '수소평론가' 오창석이 추천한 맛집이다. 돼지국밥 국물에 우동사리를 말아 주는 ‘돼지우동’이 유명하다네? 국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 국밥 먹고는 역시 아메, 아메, 아메리카노지 근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척척 다가오는거. 어? 저 사람… 설마?
‘Trendy Taipei, 출발부터 시트콤’ 편에 등장했던 타이완 친구 보리스가 눈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거!
'에? 얘가 왜 여깄어?' 머리가 하얘져서 어버버하고 있는데 그가 먼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I would go into Starbucks to have breakfast after jogging. And then, you are here!
이거 뭐 드라마도 아니고… 반가운 마음에 서로 가볍게 허그하며 안부를 나눴다. 보리스도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들를 겸 한국에 왔다고.
신촌에서 먹은 순대국 이야기, 숯불 삼겹살이냐 불판 삼겹살이냐 같은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나? 너무 반가워서, 스타벅스에서 파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사자보이스’ 곰돌이 인형을 선물했지 뭐야. 보리스. 나 남자한테 인형 준거 처음이다!
그 후 페스티벌 현장에 들어가 타이완 록 밴드 Flesh Juicer 무대를 즐기고 있는데, 저 멀리 Flesh Juicer 깃발이 펄럭이는 게 보였다. ‘오… 한국에도 팬클럽이 있나?’ 싶어 가까이 가봤더니 보리스와, 또 다른 타이완 친구 '크리스텔'이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하하, 맞아. 크리스텔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온다고 했지? 아마 2박 3일 내내 계속 인사하겠구만.
살다 보면, 온라인에서 만난 인연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른다. 그러니, 어떤 관계도 그 순간에는 소홀해서는 안된다.
나도 영어가 딸리지만, 대화를 피하지 않으려 한다. 진심을 다해 최대한 노력하면 어떻게든 되거든. 정말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만 전해지면 상대도 내 말을 이해하려 노력하니까. 요즘은 번역기도 좋잖아.
간 보지 말고, 만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야 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P.S. 그래도, 영어 공부 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죽어도 안하네, Franci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