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타이에서 연태고량주 말고 다른거 먹은 이야기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뮤지션과 음악,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러 떠난 태국 여행! 이번에는 오랜만에 경유 비행기로 움직였다. (싸니까...) 첫 해외 여행인 2002년 인도행 비행기를 탄 이후 23년만에 처음 경유 비행기라니... 출발 경유지는 바로 한국에서 ‘연태고량주’로 유명한 중국 동쪽 끝 도시, 옌타이(烟台).
한국에서 오전 11시에 출발하면 한 시간 반 만에 닿는 거리지만, 환승까지 무려 7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냥 공항에만 있기엔 너무 지루해서, 잠깐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다. 중국은 비자 문제 때문에 까다로울 수 있다는데, 2024년 11월부터 14일 무비자 입국이라는 소식에 “그래, 밥이라도 한 끼 먹자!” 공항 밖으로 나갔다.
이제 무비자겠다, 일단 옌타이 시내로 간다!
새벽부터 움직여 피곤했던 탓에, 공항에서 레드불 한 캔으로 정신을 붙들고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창밖을 보며 둘러보니… 솔직히 별다를 건 없었다. 그냥 평범하고 좀 심심한 도시 느낌. 시간이 더 있었다면 연태고량주 투어라도 해봤을 텐데, 애매한 일정이라 그냥 중심가에 내려 둘러보기로 했다.
일단, 간판이 죄다 중국어라 읽지를 못하겠네? ‘이선생’이라는, 읽을 수 있는 한문 간판이 얼마나 반갑던지... 배는 고프고 시간은 애매한데… 결국 눈에 띈 식당 하나를 향해 무작정 들어갔다.
이름은 ‘興旺家常菜馆(싱왕지아창콰이관)’. 번역기를 돌려보니 대충 ‘잘나가는 집밥 식당’ 정도다. 메뉴판에 번역기를 대봤지만 뭐 제대로 알아먹질 못하겠고... 결국 사장에게 번역기로 '혼자 먹을 만한 거 추천해 달라' 부탁했다.
맥주도 한 병 시켜놓고 기다리는데, 포장도 뜯지 않은 낯선 식기들이 덜컥 나오니 괜히 긴장되더라. 곧 등장한 음식은 ‘酸菜炖排骨’(쑤안카이둔파이구). 번역기로 돌려보니 절인 배추와 함께 끓인 돼지갈비탕 비슷한 거라는데… 문제는 양! 이거 너무 많잖아?
주먹이 세 개쯤 들어갈 만한 크기에, 보통 중국의 1인 식사가 30위안 정도라는데 이건 59위안. 한국 돈으로 약 12,000원. 아무래도 1인분이 아닐 거 같은데? 잠깐 두리번거리니 가게 직원 셋이 이 정도 양의 탕을 가운데 놓고 같이 밥을 먹고 있잖아!!! 이거 뭐지? 싶어서 (번역기로) 사장에게 날린 일갈.
1인분 추천해 달랬더니, 당신네는 이걸 셋이서 같이 먹네?
보통 이럴 땐 '우리 1인분 메뉴가 없어'라던가 '미안하다' 정도 변명을 하지 않아? 돌아온 답은 이랬다.
아 그래? 그럼 마음에 드는 거 하나 가져가. 컵이라든가 뭐 그런 거.
응? 이거 뭐지? 고민하려다 시계를 보니, 이제 공항으로 돌아갈 시간... 더 버티다 이도 저도 안되겟다 싶어 내가 먹던 맥주잔과 맥주캔 모양 이쑤시개 통을 챙겨 나왔다. 뭐, 지금은 내 방에서 잘 쓰고 있기는 하네.
이래저래 시간에 쫓겨 제대로 먹지 못해 그런가? 다시 배가 고파 공항에서 낯선 완자 요리에 맥주를 몇 잔 더 곁들이고 피곤해 공항 바닥에 철푸덕 앉아 쉬며 생각했다. '
그래… 이제 진짜 태국으로 간다.
2017년 이후 줄곧 그리워만 하던 방콕. 이제 간다 씨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