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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글자로 대치된 치앙마이 밤 열차 추억

암내남과 같은 방에서 보낸 길었던 하룻밤

by Franc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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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정신이 나네... 어쨌던 저 후끈한 공간도 나름 재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우여곡절 끝에 잡아탄 방콕–치앙마이 밤기차. 한 3분 남기고 역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5분 늦게 출발한대서 안심. 휴… 이제야 좀 주위가 보이는구만. (그 아사리판은 '방콕의 마지막 밤, 이제 치앙마이로 간다~' 참조) 에어컨 없는 2등석과 3등석을 보니 ‘와… 내가 저기였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암담하지……

tempImagerpuL3w.heic 시설은 꽤 깨끗하고 좋더라. 전기도 빠방하고 말이야. 하핫~

예약한 칸을 확인해 보니, 에어컨도 빵빵하고 자리도 뭐 도미토리랑 별로 다르지도 않다. 위층 예약한 놈은 빵꾸 냈나? 오지도 않은 채로 출발. 아싸, 개꿀이지 뭐야!~


타당, 타당~ 기차가 철로를 달리며 운치 제대로인 가운데, 긴장이 풀리니, 슬슬 자야지? 그런데 열차가 서더니, 한 거인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한 녀석이 들어온다.


Hi, I’m Miguel from Spain~

적당히 인사를 나누는데… 가만 보자, 뭔가 좀 이상한데? 이거 armpit odor 아냐? Armpit odor를 단도직입적으로 번역하면 ‘암내’다. 겪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건 땀 냄새와는 전혀 다르다.

땀 냄새는 옷을 갈아입거나 샤워하는 순간 사라지는 ‘매너의 냄새’지만, 암내는 다르다. 약해질지언정 절대 사라지지 않거든. 물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어쩔 수 없잖아? 그저 타고나는 거니까. 그런데 하필 나랑? 오 마이 갓.


잠깐 이야기를 나누니, 그 녀석은 태국에서 도보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결론은, 암내 나는데 몇날 며칠을 걸어 다닌 스페인 녀석과 하룻밤을 지내야 하는 판국. 친해진다고 냄새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자자. “굿나잇~” 하며 눕기는 했는데… 뭔가 냄새가 하나 더 나네? 암내와는 또 다른 내음.

tempImageApheOA.heic 암내도 힘든데, 발냄새까지 추가요~~

이건 뭐지? 어우, 깜짝이야. 이 녀석, 발냄새도 장난 아니다. 도보 여행한다며 맨발로 등산화를 신었나 봐.
아… 암내와 발냄새의 더블 콤보. 힘들다 정말!

아침부터 일어나 몸도 메롱이고, 아무리 일이 있었다 해도 나는 이미 적당히 취해 있어 잘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코를 찌르는 두 가지 냄새는 도저히... 대학교 학땐 된장독 옆에서도 잘 잤고, 오바이트한 놈의 누린내도 다 맡아가며 잘만 잤는데 이건 못참겠더라. 그렇다고 이걸 뭐라 한다고 될 일도 아니잖아?

tempImageY9DCmB.heic 잠이 들지 않아 창밖을 내다보니... 또 나름 괜찮기는 하네? 몽롱하니 밖에반 바라보던 그 날 밤...

잠을 못 들고 뒤척이다 바깥 풍경을 보는 내게 화장실 다녀오던 Miguel은 되려 “왜 안 자? 열차가 시끄럽니?” 오지랖을 떠네… ‘니 냄새 때문이야’ 할 수는 없잖아? 새벽 한 시쯤? 그 녀석은 코까지 골며 잘도 자더라.

뭐 그 때는 힘들었지만 말야. 생각해보니 오히려 좋더라고??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하던 나는 새벽 다섯 시쯤 부터 풍경과 일출 따위나 찍어댔고, Miguel은 침대차를 여행칸으로 바꾸는 일곱 시쯤 돼서야 '좋은 여행 하라'며 웃으며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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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8시 좀 넘어 도착했고 침대칸을 좌석으로 바꾼 자리서 꾸벅꾸벅 졸던 나는 그제야 몸을 일으켜 레드포트로 향했다. 치앙마이 중심가 입구인 레드포트는 예전이랑 똑같더라. 중국 사람들이 함께 모여 태극권을 하고, 여기저기서 다른 사람들이 요상한 쇼들을 하고 말이야.주말이라 더 그런가?

tempImagezNKQko.heic 나중에 사진에서 간판을 확인하니, 兰州拉面(란저우 라멘)이라 써있더라? 맛은 우육면 그 자체?

일단 배가 고파 문 연 가게에서 대충 우육면인지 라멘인지 모를 것을 먹고, 모기 물린 데 바를 호랑이연고 액상을 사서 숙소로 가니… 럭키! 일찍 들어가서 자도 된단다. 윳후!! 이제 아침이긴 하지만, 씻고 잠부터 자자. 얼른 공연 보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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