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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14. 2021

다 같이 쓸데없는 짓을 하자, 즐겁고 신나게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예쁜 플라스크를 발견했다. 그것도 캠핑과 아웃도어용 식기의 명가라는 ‘스탠리’. 마침 29CM에서 세일을 하길래 얼른 주문했지만 어째 싸더라. 금세 주문이 폭발해 순번이 뒤로 밀려 주문 취소. 이리저리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래도 좀 저렴한 제품이 있어서 얼른 겟했다.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 19 대감금이 끝나면, 얼른 산에 올라가 지미 헨드릭스의 노래를 들으며 한 모금 해야지

아~ 좋구나. 일상중엔 마시지 못하지만, 몇 년 전 여행 가서 먹다 남은 밸런타인 17년 산을 담아 들고 다니니 이렇게 기분이 업되네. 위스키도 잘 먹지 않는 놈이 갑자기 웬 위스키 플라스크 타령이냐고 잔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래도 내 취재 가방 옆에 턱 꽂혀있는 플라스크. 오우~ 폼 나잖아?


며칠 전 1월 7일, 스타벅스를 들렀더니 이 요망한 것들이 플레이모빌과 편을 먹고 콜라보 굿즈 ‘Playmobile × Starbucks Buddy’를 출시했더라. 지난여름 간이 의자와 캐리어 받느라 생쑈한 걸 생각하니 당연히 재고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별 기대 없이 ‘Playmobile × Starbucks Buddy’ 중 바리스타 JOY가 있냐 물으니, 어마나. 재고가 있다네?!

어이. 대체 내 돈을 얼마나 가져갈 텐가 바리스타 양반!

굿즈 퀄리티 관리 칼 같은 스타벅스 답게 미니어처 컵과 블렌더도 섬세하게 잘 만들었다. 모든 액세서라 풀착장 하니 또 나름 귀엽다. 동생이 왜 갑자기 어렸을 땐 생각도 않던 플레이모빌이냐고 타박하는데 뭐 어때.  귀엽기만 하고만. 마침 오늘 스타벅스 파트너 JUN 피규어도 풀렸길래 부러 차를 끌고 가서 얼른 구매했다. 아직 이 녀석은 조립도 안 했다. 하지만 곧 두 개, 노력에 따라 세네 개가 나란히 서있을 생각을 해보니, 와~ 폼 나잖아? 


몇 년 전, 갑자기 ‘존 써’라는 기타 브랜드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좋은 기타가 몇 대 씩이나 있었지만 그 고급진 모양새가 마음을 잡아끌더라고. 문제는 가격. 펜더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이 시작한,  ‘하이엔드’라는 타이틀을 본격적으로 내건 브랜드인 만큼 가격이 다른 기타에 비해 영 비쌌다. 중급 모델이 390만 원 정도? 몇 시간을 고민하다 존 써의 한국 총판 '뮤직포스’로 달려갔다. 다행히도 제일 마음에 든 것은 탑이 없지만 넥과 바디 모두 예쁜 마호가니 무늬를 자랑하는 제일 저렴한 ‘모던 사틴’ 모델. 몇 대를 고심해 쳐본 후 가장 울림이 인상적이었던 녀석을 290만 원에 6개월 할부로 데려왔다. 

존 써 모던 사틴 모델의 아름다운 자태. 얼마나 좋았으면 스튜디오 가서 증명사진까지 찍었을까

집에서 레코딩 장비에 연결해 녹음해 보니, 역시 울림이 다르다. 이펙팅도 깔끔하게 받아주는 것은 물론 그냥 앰프 게인만 준 사운드도 또렷하고 깔끔하니 좋다. 역시 돈값을 하는구먼. 후배가 ‘기타리스트로 먹고살 것도 아닌데 뭐 그리 비싼걸 사냐’며 타박했지만 뭐 어때. 기타 잡을 때마다 이렇게 뿌듯하고 폼 나잖아? 


한달어스에서 진행한 한 달 쓰기를 마쳤다. 개근상으로 금메달 탔으면 좋았을 텐데, 망할 노무 친구 새끼랑 술 먹고 깜빡 자다 하루 인증을 놓치는 바람에 실패. 브런치 첫 글에서 밝혔듯, 그냥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 누가 보든 말든 한 달 쓰기를 시작했지만 그게 마음 같지 않았다. 막상 글을 쓰니 그 글을 누가누가 보는지 궁금해지고, 갑자기 막 하루에 만 명 단위로 들어오다 마니까 막 아쉽고 두근대고 자꾸 조회수 신경 쓰고 그렇더라고. 

뭐 이걸로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A4용지 한 장 넘는 글을 한 달 내내 거의 매일 올렸을까 싶다. 어디서 원고료 주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뭐 어때. 매일매일 꾸준히 좋던 나쁘던 한달이나 글을 써온 이 작가, 폼 나잖아?


무라카미 류의 자전적 소설 <69>의 주인공 ‘겐’은 조금이라도 피곤하면 하던 일을 그만두고 편한 일만 찾아다니는 별 희망 없어 보이는, 소위 어른들의 눈으로 보면 한심한 녀석이다.  그런 겐이 갑자기 페스티벌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 뛰어니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영화 장비를 구하고 단편 영화를 찍는다. 갑자기 전공투처럼 학교 건물을 바리케이드 봉쇄해 학교를 엿 먹인다. 야쿠자의 힘을 빌어 학교 선배 짱을 때려눕히기도 한다. 

이 모든 건 ‘레이디 제인’이라는 학교 최고의 미녀 ‘마츠이 카즈코’를 꼬시기 위한, 장래는 생각하지 않는 별 목적 없는 청년 ‘겐’의 미친짓이다...라고 하면 거짓말이고.(이 문장을 아는 사람은 최소 '69'를 읽은 사람) 겐이 이런 짓을 벌인 진짜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으니까’.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중략)
내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아간 그들에게 복수하는 방법은
그들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69' 후문에 있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하는 모든 일들은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하나의 목표물을 향하고 있다. 왜 재미도 없는 일을 해서 돈을 벌지? 자격증도 따고 공부도 하며 자신을 업데이트하지? 다들 이런저런 목적이 있겠지만, 결국은 재밌게 살자고 하는거잖아. 사는 방법도 다르고 즐기는 방법도 다르지만 결론은 모두 똑같다. 


의미가 없으면 어때? 좀 비싸면 어때? 그걸로 돈을 벌지 못하면 좀 어때? 시답잖아 보이면 어때? 인생이 왜그러냐는 질문은 테스형한테나 하시고. 인생 단 하나의 목적, ‘즐겁게 살기 위해’ 뭔가 열심히 하고 재미를 느꼈다면 그것으로 보상은 충분하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을 하며 즐거움을 느끼는 자신을 자책하지도 말고 친구가 의미 없는 걸 열심히 하며 뿌듯해하는데, 뜨겁게 불타올랐다 희게 변한 연탄재 차듯 타박하지도 말자. 재밌고 신났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잖아. 오늘도 의미도 없고 쓸데도 없지만 재미있게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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