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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an 28. 2021

요즘 암사동 동장은 암행어사도 하나봄

역시 원님보다는 이방이 더 시끄럽지. 역시 진상은 공무원 진상이 꿀잼

오늘 낮, 심란해서 점심도 때울 겸  동네 커피 전문점에서 눈 내리는 거 구경하며 커피를 한잔 하러 갔다. 눈도 펑펑 내리고 분위기 좋은데 한 3~4명쯤 되는 어른들이 들어왔다. ‘에이 또 시끄럽겠네’ 하고 음악 볼륨을 올리려는데 오오 뭔가 논쟁이 오가네. 또 이놈의 관음증이 도져서 음악 재생을 멈추고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니 가관이다. 

귀찮아도, 시키는 대로 하자.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랑 질병관리청 불쌍하지도 않냐

원래 방문객 명단은 두 명이 왔으면 두 명, 세 명이 왔으면 세 명 모두 연락처를 기입하게 되어있다. 온도 체크와 동의 여부, 대충 어디 사는지는 필수이지만 이름은 뭐 선택사항. 그래도 전부 각각 1명씩 적어야 하는 건 의무 사항이다. 솔직히 ‘외 1명’으로 쓰라고 하는 가게들도 많지만 어디 그게 자영업자들이 편하자는 거겠나. 쓰라고 그러면 하도 짜증내고 귀찮아하고 대충 적는 사람들도 많다 보니 하는 수 없이 그러는 거겠지. 사단은 여기서 났다. 


가게 사장인 듯 한 사람이 각각 명부를 적어달라 하는데 일행 중 한 아주머니가‘외 1명’으로 쓰면 안 되냐는 것. 주인이 ‘한 분 한 분 다 적어주셔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좀 귀찮긴 하지만, 맞지. 원칙 지키면 좋잖아? 그동안 문제가 죄다 원칙 안 지켜서 난 건데. 귀찮아도 그냥 좀 쓰지’ 생각하며 관심 끊고 음악 들으며 영화나 보려는데, 아주머니의 한 마디에 오 솔깃~ 막장 드라마가 시작됐다. 아주머니는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카페 2층으로 올라가려는 어떤 아저씨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기욧, 이 분 동장님이세욧!
이분이 동장님이신데 그런 거 모를 거 같아?
당신들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고 한 거 아냐
아, 그 암행... 아니 동장이랑 아주머니는 이렇게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단지 짤방.

와 ㅋㅋㅋㅋ ‘나 김문순대, 나 경기도 지사인데’ 이후 제일 신박하다. 아니 그리고 무슨 동장이 방역 점검을 그렇게 나온대 ㅋㅋ 왜, 아예 방역복도 입고 오지. 암행어사인가? 와 강동구청 장이었으면 사장 곤장 칠 기세. 이쯤 되면 나라도 가만 안 있지. 


사장도 안 되겠는지 ‘동장이면 뭐요?’ 사장도 슬슬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 그 아주머니는 갑자기 손님 똑바로 대하지 않는다며 꼬장을 부리고, ‘동네장사를 왜 이렇게 하냐’, ’ 주인이 싸가지가 없다’ 등 갑질 3종 세트를 난사하기 시작. 시끄럽지만 재미져서 일단 관전 모드. 사장님 미안. 나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아 싸움에 끼면 피곤해서…


보니까 음료도 다 나왔는데, 가게 주인은 내가 자꾸 쳐다보니 다른 손님들 기분이 나쁠 거라 생각했는지 ‘돈 환불해드릴 테니 얼른 드시고 가시라’며 사태를 진정시키기로 함. 그래 똥이 더러워서 피하지. 근데 이놈의 똥은 유도탄인가. 피해도 따라오네. 끝끝내 안 나가고 한참 난리를 치다 결국은 ‘재수 없는 카페 내가 여기 다시는 오지 말라고 소문내겠다’ 저주를 퍼붓고 나갔다. 아니, 그런데 동장은 왜 안 말리는 거지? 그렇게 동장님 동장님 모시는 양반이면 '그만 좀 하세요' 한 마디면 상황 끝날텐데. 


웃겨 죽겠네. 솔직히 나도 일일이 쓰는 거 귀찮긴 해도, 아니 뭐 그 사람들이 전화번호 모아서 스도쿠를 하거나 어디 중국에 팔아먹으려는 것도 아니고 좀 써주면 되지. 그 몇 자 안 쓰려고 그 생지랄이래. 그리고 당연히 어떤 사람이든 그러면 안되지만, 무슨 동장이 벼슬이라고 그 난리야.

사장님. 그냥 이렇게 벌크업 하시면 별일 없잖아요. 사장님이 잘못했네

그 아줌마 난리 치는 중 들으니 성내동의 무슨 위원이라 하던데, 아니 주민 생활과 환경 도와주라고 동장이랑 위원이 있는 거지 갑질 하려고 임명한 건가. 전국이 모두 아주 미친 종교단체 때문에 힘들어 죽겠는데, 좀 우리 인간답게 삽시다. 갑질을 하려면 커피 한 잔에 한 돈 백만 원 주던가. 


막 소리치는 거 엿들어서 미안한데, 가만 들어보니 성내 무슨 위원인 거 같은 아줌마, 그 옆에서 멀뚱멀뚱 있던 암사동 동장이랑 아저씨들. 생각이 있으면 카페 와서 사과라도 하쇼. 사장은 별로 받고 싶지도 않겠지만. 


뒷이야기1) 

다음날 결과가 궁금해서 저녁나절 그 커피전문점에 가서 어떻게 됐나 물어봤더니, 동장이 와서 '죄송하다'고 얘기하더란다. 그래서 사장이 '뭐가 죄송한데요?' 되물어보니,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제가 사과를 해야하는거 같아서....'라고 하더란다... 아니 이냥반아. 사과라는건 뭘 잘못했는지 알고 반성하고 하는거다, 이낭반아. 아직 정치도 시작안한 초짜가 벌써 아몰랑을 시전하면 어떡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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