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Jan 28. 2021

되팔렘 물건은 사지도 팔지도 맙시다

기업들도 되팔렘 마케팅 말고 좀 다른 고민을....

아침 일찍 일어나 7시에 스타벅스 앞으로 가니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었다. 7시 반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한 명 한 명 계산하고 커피를 제조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여덟 시에야 제품을 살 수 있었다. 그렇다. Playmobile × Starbucks Buddy의 마지막 모델, ‘우주인 레오’가 출시하는 날이 오늘이다. 


이전 글 ‘다 같이 쓸데없는 짓을 하자, 즐겁고 신나게’에 썼던 대로 지난 1월 7일, Playmobile × Starbucks Buddy의 출발 주자 바리스타 제이 때는 그렇게 사기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고 SNS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1월 14일 커피 마스터 준과 티 소믈리에 로이, 퍼니처 세트가 나왔을 때도 커피 마스터 준만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21일 서퍼 그레이스와 회사원 제이, 하이커 제니 출시 땐 비교적 덜 화려했던 회사원 제이만 간신히 구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골고루 구매할 수 있도록’ 바로 오늘인 1월 28일 우주인 레오 출시 때는 1인당 1개 구입으로 구매를 제한해 버렸다. 그러나 오늘 우주인 레오를 사러 간 자리에서 좀 찜찜한 것을 목격했다. 

아침 7시에 이러는건 좀 그렇지 않나. 이게 다 되팔렘 때문

오늘 우주인 레오를 파는 줄에서는 어떤 사람이 7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계속 왔다 갔다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되팔렘과 그 지인들. 되팔렘으로 보이는 대장은 이미 맨 앞에 줄을 서 자신의 몫을 구매한 후 계속 카운터 부근을 왔다 갔다 거리며 자신의 스타벅스 카드로 지인들의 Playmobile × Starbucks Buddy를 계산해 주고 있었다. 뭐 여기까진 문제가 아니지. 친구들한테 한번 쏘려고 다 모은걸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그 지인들은 대장에게 모두 플레이모빌을 주고 커피만 가지고 매장 밖을 나갔다. 나는 내가 방문한 스벅의 입고 개수인 64개에서 딱 하나 모자란 63번째에야 우주인 레오를 살 수 있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지인을 더 모집했거나 1인당 몇 개씩 살 수 있었다면 난 오늘 그냥 공칠 수밖에 없었다. Playmobile × Starbucks Buddy가 사기 힘들어진 것은 진화하는 되팔렘들의 계략 탓이 크다.


사실 현대 사회가 직거래보다는 업자가 도매로 제작자에게 물건을 도매해 거기에 자신의 이문을 붙여 되파는 것이 기본적으로 ‘유통’이라는 일이 돌아가는 원리다. ‘되팔렘’이라는 비하적 신조어로 이들을 비웃고 있지만 되팔렘은 최근 생겨난 직업도 아니다. 이미 조선시대 사상가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에서 물건을 매점매석하는 ‘전매상’ 짓을 해 경제를 흔드는 것을 보여주며 되팔렘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지 않나. 

조선시대부터 경고했던 되팔렘의 위험성

인스타그램이나 좀 힙한 패션계 등에서는 ‘힙하거나 힙해질 것 같은 제품을 사놓았다가 되파는 장사꾼’들을 이들을 ‘리셀러’라는 폼나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얼마 전부터 스포츠와 패션계에서 나타난 새로운 척도 ‘Hype’과도 관계가 있다. ‘Hype’은 제품의 가치를 매기는 새로운 단위로 제품의 원가 대비 리셀 가를 부르는 말이다. 제품의 원가에 비해 리셀가가 높다면 그 제품은 Hype이 높은 것이고 리셀가와 큰 차이가 없다면 그것은 그냥 지나가는 유행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 의미 있는 라인업을 조금씩 리뉴얼해 다품종 소량으로 출시하는 나이키 같은 브랜드는 아예 제품의 ‘Hype’을 높이는 것을 암묵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국 역시 다르지 않다. 미국도 인기 있는 에어 조던 제품은 금세 품절되고 리셀가가 천정부지로 뛰어 Hype이 높아진다. 

외국에서도 ‘StockX’ 같은 리셀 업체까지 나오면서 난리가 났다. 공연 티켓 역시 아예 그것을 되파는 사이트까지 있는 지경. 물론 이런 경우에는 세금이라도 내기는 하겠지만 사실 쓸데없이 가격을 올려 많은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 톡 까놓고 이게 매점매석이지 뭐야. 

이번 Playmobile × Starbucks Buddy 대란에서 구입한 것중 이거만 내 소유. 나머진 다 일본에 있는 선배에게 원가에 보냈다

시간이 없거나 상황이 안 되는 마니아들이 Playmobile × Starbucks Buddy를 비싼 값에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결국 되팔렘들이 매점매석을 하기 때문이다. 1인당 한 개밖에 구매할 수 없는 커피 포함 12,000원짜리 우주인 레오 3개를 각각 35,000원에 판다는 글을 오늘 아침 중고나라에서 보았다. 예전에도, 한 장당 15만 원 정도 하는 ‘콜드플레이’ 내한 티켓을 인력을 동원해 왕창 구입한 후 한 장에 60만 원씩 되파는 업자들도 보았다. 사실 합법적인 루트로 미리 선구안을 통해 제품을 사놓거나, 고생해서 자신들이 사모아 되파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리셀러’를 직업으로 삼고 아예 회사까지 만드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이걸 법적으로 규제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주 먼 일인 듯하고,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그럴 꺼리를 만들질 말아야 한다. 기업들은 추첨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그 제품을 공정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되파는 것을 막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줄 서기 마케팅 말고 좀 다른 방법도 고민해 보고. 어차피 이슈만 몰리면 마케팅 효과는 충분할 테니. 그리고 이것은 일반 소비자들이 도와줄 부분. 리셀러들이 올린 제품은 사지 말고, 보는 족족 사이트 관리자에게 신고하는 원론적인 방법밖에는 없다. 참기 힘들겠지만 가급적 줄도 서지 말고. 아, 나부터 좀 정신 차려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요즘 암사동 동장은 암행어사도 하나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