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cis Feb 16. 2021

폭력은 철없던 시절의 추억이 아니라 범죄다. 알겠냐?

당혹스러운 아버지의 고백에 당황했다 감사하게 된 사연

폭력은 나쁜 것이다. 흔히들 하도 짜증 나는 윤**, 강$$ 같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우 실제로 만나면 귀싸대기 한 대씩 올려붙이고 광장에서 조리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폭력을 폭력으로 갚는 건 결국 또 다른 폭력만을 야기시킬 뿐이다.


그런 애들을 용서하고 사랑으로 감싸자는 건 아니다. 그럴 필요는 저어어어언~혀 없다. 비록 사법체계가 그런 놈들을 자꾸 솜방망이로 처벌하긴 하지만, 그런것들은 모두 지켜보며 고쳐나가야 하고. 폭력을 폭력으로 갚으면, <올드보이>의 우진이 오대수의 혀를 자른 뒤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처럼, 결국 허무함 만이 남을 뿐이다.

특히 학교 폭력. 친구들 괴롭히는거... 추억 좋아하네 다 족구하라그래 (출처: 말죽거리 잔혹사 다음 영화 페이지)

대신, 우리는 가해자가 폭력을 저질렀으며, 지금도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리는 동시에, 가해자는 고개 숙이고 참회하며 조용히 살고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지 않도록 모두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그 시작은, 용기 있게 폭력을 고발한 자들을 2차 가해 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와서 왜', '그깟 어렸을 때 투닥거린 것 가지고'... 그들이 진실을 말했다는 것만으로 이런 말로 2차적인 가해를 당해 무너지면 우리 사회는 점차 그러한 폭력들을 모두 말하지 못하고 피해자만 고통받는 사회로 굳어질 것이다.


오늘 아버지와 밥을 먹을 때 일이다. 뉴스에서는 한 쌍둥이 배구선수의 학교 폭력에 대한 기사가 흐르고 있고, 아버지는 혼잣말을 하셨다. ‘그때 괴롭힘 당한 걸 왜 바로바로 이야기를 안 했을까. 그렇게 무서운가. 아무리 키가 커도 그냥 여자애들이었을 텐데…’ 뭐라고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그냥 논쟁이 싫어 꾹 참고 밥을 먹고 있는데 마침  두 자매의 아버지라는 사람의 입장 전문이 공개됐더라.


두 자매의 아버지는 "요즘은 누구나 과거 잘못했던 일이 나오면 전부 내려놔야 한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도,  "그래도 당사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한다면 한번 정도는 용서하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아버지로써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래. 아무리 딸들이 정말 큰 잘못을 했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용서를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겠지. 그런데 그 부분을 들으시던 아버지는 뜻밖의 말씀을 던지셨다.


그 친구들 아버지, 말 잘했네. 잘못한 게 있으면 가진 거 내려놓고 벌 받아야지
그런데 아들아. 나도 갑자기 예전 학교 친구에게 많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1960년도쯤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버지는 당시 질풍노도의 시기, 소위 반에서 ‘짱’이셨었나 보다. 반에서 부잣집 애들인 거 같은 애를 한 대 쥐어박으면 빵도 사주고 좋은 연필도 갖다 주고 하다 보니 계속 그렇게 반 애들을 쥐어박으셨단다. 특히 어찌어찌 학교를 일찍 온 하얗게 생긴 부잣집 아이는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하셨다고 하더라. 반주로 드시던 소주 막잔을 털어넣으시며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큰 잘못을 한 것 같아.
아무리 6.25 이후라 없이 살았어도 그러면 안되는 건데.
앞으로 미사 때 친구에게 사죄하고 건강하길 바라는 기도를 해야겠다.


처음엔 아버지가 갑자기 1진 고백을 하셔서 영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참회하고 계신다니 천만다행이다. 아버지의 기도가 그때 상처 받았던 어르신들의 건강으로 이어지길 기도해 본다. (두 자매는 진짜 반성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다 쌍둥이 아버지가 솔직히 죄를 인정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 부분이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영화도 잘 만들어야 한다. 저당시 저 칠공주에게 괴롭힘 당하던 애들이 저렇게 잘 사는걸 보면 얼마나 빡치것나 (출처: 영화 써니 다음 영화 페이지)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이미 지난 일이고 잘하고 있는 사람들 괜히 주저앉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우리 아버지의 예를 봐도 그건 틀렸다. 저렇게 죄를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잘못된 사람들이 처벌받고 뉘우치는 모습이 계속 사람들에게 공개될 때에, 폭력의 피해자들이 반성하고 사죄하며 책임을 지는 동시에 ‘어렸을 때 일을 왜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느냐’는 등 2차 가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어렸을 때 아이들 괴롭히거나 한 것을 고발하는 것 가지고 ‘철없던 시절의 추억’ 운운하는 개소리는 하지 말자. 그게 제일 대표적인 2차 가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저는 음악 서바이벌을 보지 않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