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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21. 2021

존버하는 콘텐츠 작가의 신세에 관하여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꽤 잘 버티는 편이다. 첫 직장이었던 잡지사를 그만두면서 다음 직장을 구하기까지의 1년 6개월도 꽤 의젓하게 버텨냈다. 두 번째 직장이던 잡지사가 MB 시절 강만수 환율 파동에 휘청이다 잡지 파트를 정리했을 때도 요리조리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어찌어찌 1년을 버텨내 홍보대행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 2017년 홍보대행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길을 걸으면서도, (물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지만) 꿋꿋히 버티며 참아낸 덕에 2019년까지 잘 살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내게 들어오는 콘텐츠의 시작과 끝에서 매번 꺼낼 수 밖에 없는 ‘코로나 19’ 때문에 수많은 산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가운데, 홍보 텍스트 콘텐츠 시장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 일단 콘텐츠 작가로서 나는,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 이야기를 기업의 어젠다에 맞게 잘 다듬어 기업 홍보와 인물 홍보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스토리를 만든다던가. 행사나 현장에 직접 가서 그 광경을 취재하거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행사를 멋지게 소개하는 리포트 등을 혼자서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었다. 포토그래퍼가 동행할 수 없을 경우 혼자 사진까지 찍을 수 있다는 것도 그러한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내 주특기. 


그런데, 나 하나가 혹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로 사옥이나 공장 등에 들어가면 여차하면 그곳 업무가 올스톱 될 것이고 컨퍼런스나 전시, 홍보 행사 등이 싸그리 취소되다 보니… 톡까놓고 얘기하자면 내가 할 일이 죄다 사라져 버렸다. 감염병 사태가 조금 사그라들만 하면 다시 여러 가지 사태로 상황이 악화되는 일이 2020년 1년 내내 반복되면서 이제 일은 2019년의 20% 정도로 줄어들고야 말았다. 


이전까지 내가 ‘굉장히 낙천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줄어들다보니 점점 조바심이 나고 걱정이 늘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전에는 하지 않던 분야까지 전부 연락해 일을 알아보고 있지만 워낙 그쪽엔 내 포트폴리오가 부족한지 연락이 잘 오지는 않는 상황. 

<멜로가 체질>은 ‘본격 수다 블록버스터’라는 타이틀로 낮아진 시청률과는 엄청나게 비교되는 SNS 버즈를 일으켜 지금까지도 이슈가 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천우희, 전여빈, 한지은, 안재홍, 공명을 비롯해 거의 대부분의 주조연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안재홍의 친구 PD역으로 잔잔한 웃음을 준 ‘동기’가 영양사 다미를 짝사랑하며 한 말이 문득 가슴 속에 들어왔다. 

좀 지치지만… 결국 버텨야겠지. 15년 넘게 글만 쓰며 먹고 살았는데 지금 와서 뭐 다른걸 하겠나… 그래도 감정을 추스르고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보며, 손가락 빨더라도 참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일단 배민커넥트나 쿠팡이츠라도 신청해 용돈이라도 벌면서 버티는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오늘 미사를 드리고 내려오는 계단, 저녁 7시였는데 그 어스름한 저녁이 조금 더 밝아진 걸 느꼈다. 오늘 낮에는 거의 초봄처럼 따스한 공기가 서울을 감쌌었다. 그래… 이제 조금씩 봄이 다가온다. 막연한 기대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봄이잖아. 꽃처럼 나도 피어나고 싶다면 아재 글쟁이와는 좀 안어울리나…. 그저 다가오는 2021년 봄이 이 노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너무 큰 욕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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