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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Feb 28. 2021

사운드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다면, Steely Dan

가사와 멜로디, 편곡에 완벽한 사운드까지 전해진다면

음악은 여러 종류, 여러 장르가 있다. 어느 누구는 가슴 시린 발라드를 좋아하고 또 다른 누구는 인텔리전트 한 비밥 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내가 록 음악을 좋아하는 것처럼 어느 누구는 둠칫 둠칫 심장까지 나대게 만드는 EDM을 좋아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의 차이만큼 인간의 취향은 다양하다. 하지만 ‘Humankind’라 불리는 인간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언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음악이라는 인류 공통의 소통 수단을 보다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 모든 언어에서 나오는 공통적인 발성을 골라내 전 인류가 고민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비 맥펄린’ 같은 분도 있다.

허밍과 스캣만으로 즉흥적으로 노래를 만들어  관객과 소통하는 바비 맥펄린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는 별개로, 음악이 전달해 주는 사운드 자체로 충분히 누구에게나 감동을 전달하는 음악이 탄생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음악들은 2000년도 이전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 등 기술의 발전 상황이 더뎠던 한국에서는 찾기 흠들고, 주로 영미권이나 유럽의 음악에서 그러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는 전 세계 경제가 호황이던 시기. 그 당시도 물론이고, 지금도 사운드적으로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 음반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그중 단연 원톱은 ‘스틸리댄’(Steely Dan)이다.

초창기 스틸리댄의 멤버. 이후 2인조로 재편된다

스틸리댄은 뉴욕의 한 대학교 동창이었던 도널드 페이건과 월터 베커가 만나 탄생한 역사적인 재즈 팝 그룹이다. 처음은 재즈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했으나, 이들의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곡 스타일 때문에 결국 별도로 독립해 스틸리댄을 탄생시키기에 이른다.


첫 앨범 <Can’t Buy a Thrill>부터 시작해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이들은 차츰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들은 미국 최고의 세션맨들이 모인 그룹 ‘Toto’의 멤버로 알려진 제프 포카로와 데이비드 패치 등 최고의 세션들이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하고, 차츰 스틸리댄은 아예 2인조의 객원 체제로 재편하면서 보다 완벽한 사운드를 향해 한 발 더 나아가게 됩니다. 그 시기에 발매된 앨범 1976년부터 연이어 1년에 한 개씩 발매된 <The Royal Scam>과 <Aja>로 인해 밴드의 명성은 올라만 가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제프 포카로의 트리플 셔플 비트로 시작하는 앨범의 첫 트랙 <Babylon Sister>로 시작해 음울하고 비관적인 마지막 트랙 <Third World Man>으로 마무리짓는 ‘Gaucho’는 1980년에 발매되어 그들의 창작욕이 극한까지 올라가  현대 팝재즈/록음악의 정점을 찍어버린 명반이다. 스티브 갯, 제프 포카로, 하이럼 블록, 데이빗 샌번 등 당시 최고의 뮤지션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 앨범은 특히 그 완벽한 녹음과 믹스가 이슈가 되었다. 믹스는 ‘Toto’와 ‘Eagles’, ‘Aerosmith’, ‘Eric Clapton’ 등 명 밴드와 작업한 것은 물론 ‘Foo Fighters’와 ‘Sting’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믹싱 엔지니어 엘리엇 슈나이더와 ‘Madonna’와 ‘Nirvana’는 물론 ‘Metallica’와 ‘Tool’, ‘Daft Punk’ 등 다양한 음악을 마스터링 한 밥 루드윅이 스틸리댄과 함께 만들어낸 ‘Gaucho’의 사운드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다. 지금부터 한 번 들어볼까? 아, 가능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차분히 감상하면 좋겠다.

사운드를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인트로의 테너 색소폰과 드럼, 베이스와 일렉트릭 피아노, 기타 등의 볼륨이 어느 하나 모나게 튄 것 없이 섬세하게 컨트롤되어 있고, 그 위에 절창은 아니지만 짚을 건 짚고 넘어가는 도널드 페이건의 정직한 보컬과 화려한 코러스 하모니가 얹혀있다. 수많은 다양한 소스들이 한데 어우러지는데도 어느 하나 튀지 않고 완벽하게 합일된다. 후렴구를 자세히 들어보면 다양한 악기들의 화려한 섹션들이 합을 이루는 가운데 제프 포카로의 특기인, 스네어를 어루만지는 듯한 고스트 노트가 사운드의 빈 곳을 리듬으로 채우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듣기 쉬우면서도 까다롭게 편곡된 하모니는 변칙적인 리듬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어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한 덩어리의 거대한 음표 뭉치를 선사한다. 이 노래를 정주행하고 나면 ‘뭔가 좋은 소리를 들었다’는 만족감이 마음 한편에 가득 차오른다.


‘Gaucho’의 작업에 모든 것을 쏟아부은 탓일까? 이후로 스틸리댄은 멤버들의 악재까지 겹쳐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팀을 정리한 채 도널드 페이건만 솔로 활동을 하기에 이른다. 이후 다시 재결합 하기는 했지만 이후의 작업물은 예전 같지는 않은 상태. 아쉽지만 어쩌겠나. 한 순간에 너무 모든 것을 쏟아내 버린 예술가를 바라보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나.


어쨌든 ‘Gaucho’는 지금도 수많은 사운드 엔지니어들의 레퍼런스 음반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음악 자체만으로도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좋은 헤드폰이나 이어폰, 스피커를 구입한 사람들은 반드시 이 노래를 들어보자. 아, 고음질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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