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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r 05. 2021

동원집 감자국은 먹는 방법이 다름 주의

30년된 을지로 감자국 노포를 즐기는 법

어떤 음식의 이름을 떠올리면 딱 떠오르는 스테레오타입이 있다. ‘감자탕’이나 ‘뼈다귀 해장국’ 하면 여러분은 어떤게 떠오르나? (소주 뭐 이런건 일단 접어두자. 당연한거 아닌가.)


감자가 들어가 감자탕이라느니, 그 등뼈가 감자뼈라느니 그런 말은 일단 일단 킵해두고… 감자탕이나 뼈다귀 해장국은 뼈에 있는 살을 발라내 먹은 후 뼈를 분리시켜 쪽쪽 빨아먹는게 일반적이다. 뼈에 제법 두툼하게 고기가 붙어있는 경우도 많지만 보통은 살점을 뼈에서 발라내 조금씩 안주삼아, 반찬삼아 먹다보니 ‘고기를 먹었다’는 느낌보다는 묵직한 탕이나 찌개를 먹었다는 느낌이 드는게 일반적이다.

감자국과 순대국, 수육이 맛있는 을지로 노포 동원집. 왼쪽 작은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도 있다

을지로 ‘동원집’은 뻐다귀 해장국이 매력적인 30년도 더된 노포다. ‘참새가 방아간을 그냥 지나갈 수 있냐’는 말이 있지? 을지로 부근에 일이 있으면 동원집은 꼭 들러야 한다. 순대국이나 접시순대, 수육도 맛있지만 이 집의 트레이드마크는 ‘감자국’이라 부르는 뼈다귀 해장국. 주문하자마자 5분도 안돼서 보글보글 끓인 감자국이 턱 놓여진다.

365일까지는 모르겠는데, 볼 때마다 펄펄 끓고 있더라
동원집 감자국의 기본 세팅. 예전보다 채소가 좀 줄긴 한건가 아닌가

배추김치와 깍두기, 마늘과 쌈장 정도로 반찬은 단촐하다. 예전엔 고추 같은것도 있었던거 같은데… 뭐 채소가 비싸니까 그런가보다 해야지. 동원집의 감자탕, 아니 감자국은 일반적으로 먹어도 맛있지만 이 집의 특색을 살리는 방식으로 한 번 먹어봐야 한다. 다른 집은 삶아서 국물을 낸 후 건져낸 뼈와 푹 삶아낸 감자를 뚝배기에 넣어 다시 팔팔 끓여 손님에게 낸다. 하지만 동원집 감자국은 미리 솥 옆에서 따뜻하게 데워진 뚝배기에 팔팔 끓는 감자국을 바로 퍼서 손님에게 낸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숟가락만 툭 대도 살이 우수수 떨어진다

일단 뚝배기가 작으니 밑접시를 청해 뼈를 옮겨담고 젓가락으로 이리저리 후벼보자. 아무래도 계속 팔팔 끓는 솥에서 죙일 끓던 뼈라 나뭇가지를 흔들면 붙은 눈송이가 떨어지는 것처럼 뼈에 붙은 살들이 후두둑 떨어진다. 크게 두 덩이 정도가 뚝배기에 담겨 있는데 그 고기들을 떨어내면 밥을 안말아도 뚝배기에 고기가 그득해진다. 이걸 반찬삼아 먹는 것도 괜찮지만 지금부터 이렇게 해보도록.

이미 몇 숟갈 먹었는데도 넘쳐나는 고기들

일단 숟가락으로 고기만 듬뿍 퍼서 국물까지 촉촉히 적신 후 한 입 가득 넣어 씹어보자. 입안에 고기 냄새가 가득한 가운데 걸쭉한 국물이 간을 맞추면서 뭔가 흐뭇해진다. 느끼하다 싶으시면 마늘 한 쪽 쌈장에 씹어 넣고 깍두기도 우적우적 씹는 것도 괜찮고. 자… 그 다음 숟가락은 밥을 조금만 퍼서 뚝배기에 담근 후, 고기를 위에 얹어 김치와 함께 입안 가득 넣는다. 이렇게 고기를 푹푹 퍼먹어도 동원집 감자국의 고기는 넉넉히 남아있다. 고기를 퍽퍽 국처럼 퍼먹을 정도라 감자탕이 아니라 감자국이라 하나보다. 근데, 소주 시키는거 잊은건 아니겠지?

요즘 감자가 비싸서 그런가... 반개밖에 안주는게 좀 아쉽긴 하지만

기본으로 나오는 밥의 양이 적기는 하지만 고기가 워낙 많은데다 감자까지 있어서 한 그릇 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이집 순대국도 맛있지만 처음인 사람은 무조건 감자국이다. 여기서 든든히 배를 채우면 산수갑산, 오구반점, 필동 분식, 필동 해물, 만선 등등 주변에 유명한 집에서 걱정 없이 2차 술을 퍼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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