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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r 07. 2021

왜 5070은 트로트에 열광할까?

그들이 트로트를 끼고 사는 이유에 대한 고찰

주일 아침, 간만에 늦잠 좀 자려는데 음악 소리가 시끄러워 마루로 나가본다. 그래… 또 트로트다.‘왜이렇게 맨날 트로트만 보시냐’, ‘트로트 지겹지 않냐’고 물어봐도 돌아오는 답은 정해져 있다.


볼게 이것밖에 없어. 틀면 트로트만 나오는걸…


그러고 보니 케이블 티비 채널을 하나 둘 넘기다 보면 하나 걸러 하나씩 트로트 프로그램을 재방하고 있다. 2019년‘미스트롯’ 송가인으로 시작한 트로트 열풍…이제는 ‘미스터트롯’에 ‘뽕숭아학당’, ‘보이스트롯’, ‘트로트퀸’ 등등 프로그램이 많기도 많다.하지만, “왜 이렇게 갑자기 트로트 프로그램이 많아졌을까” 차분히 생각해보면  옳고 그르고를 떠나 또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2017년 10대의 TV 시청 통계 ( 출처: IZE 홈페이지)

일단,  TV를 시청하는 연령층이 변했기 때문이다. 10대들이 TV를 보지 않고 동영상을 내려받거나 YouTube 등에 업로드된 요약 동영상을 본다는 이야기는 이미 ‘무한도전 2010 연말정산 뒤끝공제’에서부터 나왔던 이야기다. 게다가 2030 세대 역시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TV 프로그램들을 보는 일이 훨씬 많다.  아예 1020 타겟인 드라마는 '카카오TV'나 '네이버TV' 처럼 웹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하고, 나영석PD의 유튜브 채널에서 방송하는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거야'는 TV에서도 방송하지만  YouTube 문법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TV를 보는 연령대는 훨씬 높다는 이야기. 소비자의 연령대가 이렇다면 아이돌이나 젊은 감각의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보다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취향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제작해 광고 매출을 올리려 하는 게 방송사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임영웅과 나태주 등 트로트 스타가 가전제품 모델 자리를 꿰어찬 걸 보면 결국 그 세대는 트로트 스타들이 먹힌다는 분석이 끝난 셈이다.


뭐 근데, 방송국 놈들이   무작정 이런 통계로만 트로트 프로그램을 만들지는 않았겠지. 반응이 오고 돈이 벌리니 비슷한 트로트 프로그램을 찍어내는걸게다. 예전처럼 설문조사를 돌리고 시청률 집계를 별도로 돌릴 필요도 없다. 이제 5070 세대도 손에 든 스마트폰을 통해 얼마든지 SNS나 인터넷 카페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응원한다.


5070 세대가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들이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에 열광하는  2030을 보는 심정은 우리가 트로트 프로그램에 열광하는 그들을 보며 드는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일단 트로트가 전통가요니 일본 엔카의 변형이니 따지기 전에, 드디어 미디어에서 그들이 이해하는 언어와 문법으로 노래하고 행동하는 연예인을 만났기 때문이다. ‘보기 싫어도 그것밖에 볼 것이 없다’고 하시지만, 정말 싫으면 TV를 끄시지 않았을까?

대체 어느 포인트가 멋있는지 짐작하기 힘든 복잡한 안무와 알아듣기 힘든 노래 대신, 5070은 그들이 자라오면서 친숙하게 들어온 소위 ‘전통가요’를 부르는 트로트 가수에게 반응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패션과 알아듣기 힘든 ‘힙스터’같은 태도 대신,  어르신들에게 친숙한 문법으로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행동하는 친절한 트로트 가수들에게 마음과 지갑이 오픈된다. 이제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결제나 송금 등에 익숙해진 그들은 어지간한 아이돌 그룹 팬덤 못지 않게 트로트 가수에게 조공을 하고 응원을 보내며 문자로 투표에도 참여한다.


이런 트로트 대란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지속되고 5070 세대가 집에 갇혀서 보내는 시간이 계속될때까지 이런 트로트 범람 시대는 계속될 것이다.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는 트로트 방송이 지겹기는 하지만, 너무 불만 가지지 말고 좀 덜 심심하도록 부모님들과 놀아드리는 것도 그분들이 트로트를 조금이라도 멀리하는 방법이 아닐까? 그래야 방송국 놈들도 트로트 프로그램 좀 그만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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