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어쩌다 DJ

이걸 듣고 스텝 밟지 않는 자, 유죄

Daftpunk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첫 싱글, <Da Funk>

by Francis

거리를 돌아다니다 마음에 드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향한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가볍게 새어나오는 비트. 지갑을 떠내 입장료를 계산하고 팔목에 입장 도장을 받은 후 문을 열자 내 몸으로 비트가 쏟아진다.

둠칫둠칫 비트에 맞춰 자연스럽게 내부를 스캔한 후 맥주를 한 병 받아들고 스테이지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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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에서 쏟아지는 사운드가 부딪치며 생기는 묘한 울렁거림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노래가 바뀔 때마다 치고 나오는 DJ의 스크래치는 파스타 먹다 가끔 씹히는 페퍼론치노 조각처럼 마음 한 구석을 알싸하게 찌른다.

초록색 병을 한모금 한 후 둘러본 주변. 오늘의 파트너들이 함께 몸을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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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고개만 까딱거리는 사람, 팔을 좌우로 접었다 폈다 하며 체조하는 사람, 양 손을 휙휙 돌리며 레이브를 타는 사람, 연인의 손을 붙들고 흐느적거리는 사람, 어떤 모양이든 상관 없다. 이 안에서 함께 리듬을 타는 한 오늘 하루만큼은 우리 모두 리듬 안에서 하나 아닌가.


1997년 발매된 전설적인 듀오 ‘다프트펑크’의 데뷔앨범 ‘Homework’는 클럽의 댄스플로어에서 어떻게 놀면 되는지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앨범이다. 이 앨범은 한 곡 한 곡 섬세하게 조율된 사운드는 물론 처음 플레이어에 앨범을 걸고 재생해 마지막 곡 마지막 음이 나올 때까지 흥분을 멈출 수 없는 노래들로 가득 차있다.

앨범에서 처음으로 싱글 커트된 이 노래 <Da Funk>는 이 앨범을 감싸는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귀에 달라붙는 킥과 베이스 위에 얹힌 멜로디는 춤꾼이 아니어도 절로 스텝을 밟기 충분하다. 이어폰의 좌우를 오가며 귀를 간지럽히는 Saw Synth는 반복되는 멜로디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노래는 클럽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겪는 모든 종류의 일들을 단순한 8비트 리듬위에 얹힌 다양한 사운드를 통해 모두 느끼게 해준다. 무려 20년도 넘은 노래지만 어색함과 촌티는 찾아볼 수 없다. 이 노래의 가장 빛나는 점은 섬세한 사운드 메이킹. 처음 데뷔하는 일렉트로니카 뮤지션의 개인 스튜디오에서 모두 믹싱했다고 하기에는 사운드의 패닝과 각 소스의 섬세한 컴프레싱과 이퀄라이징이 미친듯이 섬세하다.


뷰욕과 Air, 모비 를 비롯한 다양한 일렉트로니카 뮤지션과 작업했던 엔지니어 닐쉬 파텔은 이렇게 미친듯 섬세하게 믹스한 사운드를 어떤 음향기기에서 재생해도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다듬었다. 이 노래는 싸구려 이어폰으로 듣던 30만 원짜리 에어팟 프로로 듣던, MacBook의 내장 스피커로 듣던 고가의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던 노래를 관통하는 사운드의 핵심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간만에 이노래를 듣고 클럽에 가고 싶어졌다. 요즘같은 시대에 언감생심 불가능 일이지만 몽롱한 공기가 흐르는 플로어에 하이네켄 한 병 들고 들어가 사람들과 부대끼며 흐느적 흐느적 춤을 추고 싶다. 오늘 일로 간 PA 스피커 청음회에서 들어본 심장 뛰는 사운드가 또 이노무 음악 역마살을 발동시켰다. 별 수 없지. 에어팟 프로를 끼고 볼륨을 평소보다 두 단계 높여 내가 걷는 거리를 댄스플로어로 만드는 수 밖에. 자... 다들 함께 이어폰에서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일상을 클럽으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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