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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Mar 25. 2021

A.I가 가져온 死차 산업혁명

tvN 드라마 스테이지'‘박성실 씨의사차산업혁명'을보고...

주인공 박성실은 운전기사 남편과 아이를 키우며 콜센터에서 전문 상담사 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커리어 워먼이다. 하지만 갑자기 그가 일하는 콜센터에서 모든 상담원을 A.I로 대체하고 3개월간 테스트해 10%만 VIP 상담 요원으로 대체하겠다는 공지가 떨어지고… 박성실 씨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러나 남편까지 A.I 자동 운전 트럭에 밀려나 실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박성실 씨는 동료 상담원 혜영과 미연과 힘을 합쳐 A.I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들어간다. 힘겹게 싸우던 그들은 결국 방법을 찾아내어 A.I를 제치고 높은 평점을 받아 매달 최우수 상담원으로 선정되며 A.I의 경쟁에서 희망을 보게 된다.


며칠 전 YAMAHA 오디오에서 개최하는 PA 스피커, 믹싱 콘솔 신제품 론칭 발표회에 초청받아 다녀왔다. 이번에 발표한 YAMAHA의 DZR 시리즈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파워드 스피커다. 그중 제일 신기했던 것은 D-Contour 기능. 일종의 멀티 컴프인 D-Contour의 프리셋만 선택하면 공연장 뒷벽 반사로 오는 공명이나 스테이지 모니터로 쓸 때 바닥과 공진하며 과해지는 저음을 컨트롤해 명확한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다.

이미 공연장의 구조와 재질 등을 분석해 소리 분포를 예측해 스피커의 위치와 각도를 잡아 사운드를 세팅하는 소프트웨어들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예전에는 엔지니어들이 일일이 컨트롤하던 불필요한 잡음 제거와 덕킹 등도 상당 부분 자동화되었다. 이러한 PA 기술의 발전을 보며 드는 소회는 늘 한 가지다.


머지않아 음향 셋업은 A.I와 자동화 기기로 모두 대체되겠구나

발표회장을 나오자마자 앞서 인트로로 이야기한 tvN 드라마 스테이지의 단막극 ‘박성실 씨의 사차산업혁명’이 떠올랐다. 세 주인공 성실, 혜영, 미연은 수많은 진상고객들의 막말과 땡깡을 견디며 A.I와 경쟁한다. 그러나 ‘설마 A.I가 얼마나 하겠어’ 떨리는 마음 반, 얕잡아 보는 마음 반으로 직접 A.I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보는 박성실 씨. 울분을 뱉으며 주저앉는다.


이러면… 내가 왜 필요해?

사람들의 막말에 상처하나 받지 않고 능숙하게 대처하는 A.I의 모습에 좌절한 박성실 씨와 친구들…  그러나 위기 끝에 기회가 오는 법. 박성실은 주특기인 개그와 위트로 손님들의 기분을 케어해 최고점과 '좋아요’를 받는다. 심리학과 출신인 혜영은 상담 스킬과 공감 능력을 발휘해 힘든 고객을 위로하며 좋은 평가를 받는다. 미연은 아이돌 출신이었던 장기를 발휘해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렇지기계가 어떻게 인간 따위를 이길  있겠어. 결국 A.I 인간이 만든  아닌가이미 간단한 스트레이트 뉴스와 날씨 예보, 스포츠 결과 뉴스 등은 이미 A.I 쓰고 있다. 하지만 포근한 일상이 담긴 에세이와 세태를 판단하는 칼럼, 다양한 재미와 감성을 담은 소설과 시는 사람이 아니면   없지 암암손님의 진상짓에 상처 받은 택배기사를 유머로 위로하는 박성실처럼,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인간이 아니면 치유할 수가 없는 법이다.


그러나 드라마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콜센터의 A.I 팀은 박성실과 혜영, 미연의 이러한 인간적 상담 사례까지 모두 학습해 곧 그들 셋과 같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상담 스킬까지 시연할 수 있게 되고, 결국 그들 셋 모두 퇴사당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드라마의 프롤로그

이미 이런 디스토피아는 드라마 프롤로그에 충분히 암시하고 있었다. 드라마는 충분히 A.I 능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 개발을 끝낸 A.I 팀장에게 콜센터 CEO 날리는  마디를 에필로그로 씁쓸한 끝을 맺는다.


자네, 연봉이 얼마였지? 개발도 끝났는데 자네 연봉이 너무 많지 않나?


A.I 등 첨단 기술의 발달이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 준다는 허상은 이제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계산과 고객 응대 인원을 줄이는 대신 키오스크를 전면 도입한 덕분에 나이가 드신 어르신들은 패스트푸드점을 점점 멀리하고 있다. 지난번 KT 화재로 인한 통신 두절 사태 피해는 3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이라는 보도도 본 적이 있다. 첨단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소외되는 인간과 그 문화를 배려하지 않은 탓이다.


기술이 인간을 여기까지 올려놓았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인문학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문학이 그러한 발전가운데 함께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국 모두 공멸하는 지옥행 급행열차에 올라타는 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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