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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Apr 06. 2021

첨보는 작가님, 내맘대로 소환해 맥주를 마셨다

<이왕 살아난 거 잘 살아보기로 했다> 작가 ‘채원’ 님과 내맘대로 대담

오늘 한달어스 사무실의 멋진 자태를 구경하고 인터뷰와 미팅을 마친 후, 한달어스에서 난생 처음 이야기를 나눠본 분을 만났다. 핑크핑크한 분홍색에 복슬복슬한 머리의 그녀는 ‘불가사리’ 이야기로 운을 떼더니 재잘재잘 그녀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까딱까딱 트와이스 춤을 춰서 온 방안을 즐겁게 했다는 이야기, 몇 개월만에 오른손으로 치킨을 먹으며 기뻐서 눈물을 흘렸다는 먹방 사연, 아무리 돌려 거절해도 자신에게 치근덕대던 남자를 어쩌지 못했던 고민들을 마치 10년은 지난 친구와 수다 떠는 것 처럼 풀어놓는 그녀에게 난 무장해제 되었다.

맥주를 꼴깍 꼴깍 넘기며 듣는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더 거침없다. 외간 남자에게 빵댕이를 보줄 수 밖에 없었던 웃픈 사연, 어쩔 수 없이 앞머리를 변발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되었던 그녀의 모습을 산새가 지저귀는 것 처럼 ‘뾰록뾱뾱’ 전하는 그녀… 사실 그녀는 몇 년전 횡단보도를 건너다 신호를 지키지 않아 간선 버스에 치여 온몸의 벼가 부러졌던 아픈 경험을 겪었던 사람이다.


한창 일하고 사랑하고 즐길 나이에 당한 비극을 그는 너무나도 편안하게 얘기한다. 온 몸에 깁스를 하고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간신히 생활할 수 있던 그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때문에 면회도 외출도 금지되어 병실 안에만 갇혀있던 그녀는 그래도 우울해하지 않았다. 힘겨웠을 병원 생활… 공용화장실 옆 적재함에서 슬픔을 삭여가며 즐거운 텐션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병실 사람들과 잘 지내려는 모습에 일견 마음이 숙연해져 맥주 한 잔… 아픈 그녀를 두고 ‘니 탓이다’, ‘진짜 아픈 것 맞냐’며 고나리질을 하는 모습을 보아도 그녀는 ‘그 사람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는 당당한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며 한 잔씩 하다 보니 어느새 맥주 병은 늘어갔다. 그런데 또 맥주를 안 시킬 수가 없네.


이 갑갑하리만큼 긍정적이고 순박한 분은 자기도 죽다 살아났으면서 병실에 있는 봉할머니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병원에서 만난 환자 정이언니를 살뜰히 챙기며 그들의 칭찬을 늘어놓는다. 아직 재활중이고 앞으로 어떤 미래도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대지만, 역으로 ‘미래의 내모습이 어떨지 너무 궁금하다’며 기대에 부풀어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내 인생을 이야기 해보고 싶다'는 망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힘들 일을 잊거나 딛고 일어서는 것을 넘어, 절망과 함께 긍정적으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그녀의 삶에 박수를 보내기는 이르다. 아직 그녀의 이야기를 절반 정도밖에 안들었거든. 냅킨을 책갈피 삼아 끼워놓고 남은 이야기는 다음에 마저 듣기로 내맘대로 정했다. 채원 작가님! 작가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오늘 저녁 제 술동무 말동무 되어줘서 고마워요.


빈 맥주병 보고 ‘아니 맥주 세 병을 마실 동안 책 한권을 다 못읽었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 시간 남짓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니 맥주가 절로 들어가더라.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재잘재잘 그녀가 직접 이야기를 해주는 듯한 기분도 든다.

채원 작가님의 안타깝고 짠한 실화에 그녀가 사고의 반대급부로 얻는 긍정긍정 열매와 깨방정 문체를 얹으니,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 <이왕 살아난 거 잘 살아보기로 했다>는 꽁트같이 재밌으면서도 마음 한 켠에 뭔가가 묵직하니 남는 채플린이 연출한 희곡같은 작품이 되었다.


내맘대로 기획하고 오픈한 작가와의 대담은 아쉽지만 여기까지. 더 읽었다가는 맥주를 더 퍼마시다 내일 새벽부터 이어지는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 것 같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마시기... 아니, 여기까지만 읽기로 했다.  채원 작가님. 책 선물 고맙습니다! 담번에 나머지 절반 이야기로 또 한잔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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