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nheiser MKE-400
지난 10월이었나, 아는 선배의 형수님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셨다. 형수님을 직접 뵌적은 없었지만 너무 힘들어하는 형의 모습이 보는 사람도 안타까울 정도. 형과 친구분들은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화가였던 형수님의 추모 전시회를 기획했고, 나는 전시회의 사진과 영상 스케치를 담당했다.
DSLR 한 대와 액션캠 두 대를 이용해 전시회의 전체적 영상을 담아냈고 쉬는 동안에는 사진을 찍어 이미지를 얻어냈다. 다른 소스를 담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가장 힘든 것은 마지막으로 형수님을 보낸 형님의 소회를 담아내는 것이었다. 전용 마이크가 따로 없던 나는 음악 스케치용 핸드 레코더를 형님이 들고 인터뷰하시고, 그것을 DSLR 영상으로 찍어 레코딩된 소리를 합치는 것으로 작업 가닥을 잡았지만 문제는 핸드 노이즈와 팝핑 노이즈.
격앙된 형님이 레코더를 꼭 쥐고 이야기하시는 바람에 뚜둑 뚜둑 핸드 노이즈가 수시로 들어왔고 마이크가 왔다갔다 해서 레벨도 제각각이었다. 마이크의 레벨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없다보니 생기는, 발음의 자고저장단에 따른 팝핑 노이즈도 거슬렸다. 5~6분 되는 영상을 편집하고 조정하는 것 보다, 과장 조금 보태 오히려 그 1분 정도 되는 오디오 클립의 레벨을 노멀라이즈하고 팝핑 노이즈와 핸드 노이즈를 줄이는데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이번에 써보게 된 Sennheiser의 마이크 MKE-400은 ENG 캠이나 스테디 캠 등에 흔하게 달려있는 초지향성 마이크, 흔히 이야기하는 샷건 마이크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소형화하고 재설계해 출시한 제품이다. 출시한지 이제 한 달 됐나?
아마 지금 Sennheiser MKE-400을 검색하면 이 녀석과는 좀 다르게 상어처럼 유선형으로 생긴 녀석을 볼 수 있을텐데, 올해 4월 젠하이저는 이 녀석을 완전히 리뉴얼한 같은 모델명의 제품을 출시했다. 가장 다른 점은 바로 마이크 유닛의 구조. 이전 제품은 얇은 깔대기 같은 구조 위에 스펀지 윈드 스크린을 덮은 구조였다. 하지만 MKE-400을 새로 출시하면서는 이 구조를 완전히 개선했다.
새로운 MKE-400은 보다 붐마이크의 구조에 천착한 디자인이다. 벌집 모양으로 소리가 뚫고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의 아웃캐스트 내에 쇼크마운트를 설치해 거기에 소형 붐마이크를 고정해 놓았다. 이렇게 해놓으니 걸어가면서 피사체를 팔로우하거나 해도 핸드 노이즈나 진동이 거의 잡히지 않고 깔끔한 소리가 들어오더라. 프레즌스가 명료하고 또렷하게 들리는, 젠하이저의 시그니처 사운드 덕분에 스피치도 명확하게 픽업할 수 있다.
플래시 마운트에 끼우면 손쉽게 카메라에 부착되는 구조. 제품 패키지에 제공되는 스프링형 케이블로 카메라의 마이크 입력과 마이크의 소리 출력을 연결하면 세팅 끝이다. 와이어리스 마이크 같은 것 처럼 신호 연결 체크하고 입력 테스트 하듯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 AAA 배터리 두 개만 넣으면 100시간은 레코딩하니 배터리 떨어질 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입력 레벨은 +, 0, - 토글 스위치로 삼단 조정하고 건물이 울리는 내부나 생활 노이즈가 많은 외부에서는 로우컷 토글 스위치를 켜서 소음을 제어한다. 샷건 마이크 특성상 지향각이 좁아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도 명확하고 잡음 없는 소리가 픽업되다보니, 스피치가 작다 싶으면 편집할 때 볼륨을 키우면 노이즈 없이도 대화 레벨을 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마이너스 입력 레벨로 토글 스위치를 조정하면 밴드 라이브 스케치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쓰다 보니 점점 탐나서 가지고 싶더라. 가끔 인터뷰를 하거나 우리 밴드 리허설 스케치 하는데도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전용 윈드 스크린까지 패키지에 들어있으니 낙산사 바닷바람 소리 같은거 담을 때도 좋을거 같고… 스마트폰과도 쉽게 연결할 수 있다는데... 쓰읍… 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