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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Jul 07. 2021

내 글에 날을 세워주는 숫돌 같은책

작가 13인의 '나는 어떻게 쓰는가'

책을 읽어보려고 책장을 뒤적거리다 아이패드에 손이 갔다. 아 여기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지? 60~70권의 책을 뒤적뒤적거리다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6년 전 홍보대행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콘텐츠 작가를 준비겠다고 아이패드 미니를(응?) 산 후 리디북스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은 소설, 시나리오, 동화, 시, 평론, 칼럼을 쓰는 전업 작가부터 기자와 카피라이터, 판사, 목사까지, 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개한 책이다. 

회사를 나오고 다시 취직을 안 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매너리즘’이었다. 프로 음악 전문지 기자로 시작해 IT잡지 기자, 홍보대행사 콘텐츠 작가를 거치며 나름 여러 가지 글에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다. 이거 봐, 또 괜히 멋지게 말하려는 버릇. 단련은 개뿔. 비슷비슷한 톤에 겉멋만 발려져 있었달까? 맨날 비슷한 종류의 내용과 한 두 클라이언트의 글만 쓰다 보니 대부분 글이 거기서 거기인 느낌. ‘매너리즘’이라는 글자를 손으로 주물주물해 손 모양을 만들면 그게 내 손이랑 똑같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그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었다. 


이 책의 여러 부분이 고루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건 ‘한겨레21’ 안수찬 기자의 ‘기자가 몰입한 만큼 독자는 공감한다’ 파트였다.  이 부분에는 에세이 스타일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이 조심해야 할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가장 공감하고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은 ‘끊어치기의 중요성이다. 


문장을 끊어치지 않으면 손가락이 글을 지배한다.
커서의 압박에 시달리다 보면 손이 가는 대로 글을 쓰는 일이 생긴다.
손가락이 글을 지배하면 문장이 길어진다.

형용사나 부사를 많이 쓰고 다양한 느낌을 담은 수식어를 많이 써서 글줄이 길어진 한 문장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공백 포함 66자에 18 단어나 되는 장황한 문장. 앞의 문장은 예시로 써본 것. 거봐. 벌써부터 별로잖아. 이 문장을 안수찬 기자의 조언에 맞게 다듬으면 이렇게 나눠진다. 


긴 글줄이 꼭 나쁘진 않다. 
형용사나 부사가 많아 자세한 글도 괜찮을 수 있다. 
수식어를 많이 써 긴 글도 괜찮을 수 있다. 


세 개로 나뉜 문장. 단어 수는 좀 더 많아졌다. 하지만 문장의 호흡이 짧아지면서 좀 더 쉽게 읽히고 차례로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글이 되었다. (내 착각일지도?) 실제로 이 원칙을 가지고 1차 퇴고를 해 보낸 글은, 문장 자체가 읽기 힘들다고 클라이언트의 리콜이 들어온 적은 거의 없다. 이게 익숙해지면 ‘강 약 중강 약’으로 글의 리듬을 줄 수도 있다고 안수찬 기자는 강조했다. 


두 번째로 머릿속에 새기고 있는 것은 ‘묘사’에 관한 부분이다. 이 부분은 나의 먹방 글의 원천이라 해도 거짓말이 아닐 거다. 


“그는 슬펐다.”라 설명하지 말고,
“그는 눈물을 흘렸다”라고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취재가 필요하다. 


안수찬 기자는 육하원칙에 의해 어떤 사건을 이해한 대로 설명하면  독자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이해한 것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그걸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제대로 된 정보와 공감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로 공유한, 안수찬 기자가 노량진 고시원을 취재해 써낸 르포는 고작 300자 남짓 한 문단으로 고시원의 디테일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나는 어떻게 쓰는가’에는 프로건 아마추어건 내가 내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한번 읽어보면, 요리에 한 방울만 넣으면 그 톤을 확 바꿔버리는 트러플 오일이나 참기름처럼 당신의 글에 은은한 향기를 더해줄 것이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다. 나도 다시 한번 읽어보고 내 글에 날을 벼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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