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리셋이 안되니 할 수 있는 일. 그나마.
멋진 말 같다. 한데, 뭔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뭔 뜻이지?
이런 얘기는 필시 인생 선배가 후배한테나 할 말 같다. 친구 사이라도 친하지 않은 친구면 글쎄다. 상대가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 집에 반려견 보고 야, 견생은 속도보다 방향이야. 이럴까? 난 비슷한 말들을 해오긴 해왔다. 그럼, 우리 개는 불쌍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지만 말이다.
전체적으로 뭔 뜻인 줄 모를까? 이게 인생을 말하는 것일 텐데, 중요한 것은 시점 같다. 말하는 시점이 아니라 서로 말하는 사람들 사이의 어느 정도 살아온 시간이 축적된 시점. 초등학생이 이런 얘기를 할 것 같지 않고.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면 혹여 할 것도 같다. 인생 한 방에 결정될 것 같은 대학입시를 앞둔다면 그럴 것도 같다. 그 결과를 보고 나서 위로를 하는 차원에서도 할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인생 어느 정도 연륜이 쌓인 사람이 자기보다 어리거나 경험이 부족한 사람한테 해야 뭔가 아귀가 맞는 것 같다. 뭔가, 안 풀리거나 실패하거나 했을 때 이 말을 하면 멋져 보이는데. 맞는 말 일 것도 같지만, 생각해 보면 생각할 게 많아진다. 왜 그럴까?
어차피 살아온 나날들은 리셋이 안된다. 이게 핵심 같다. 리셋이 안되니, 할 수 있는 말. 난 말이야. 속도도 좋았고 방향도 맞았어,라고 할 사람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벌써, 몇 명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무난해 보이는 사람들. 여기 무난에 방점이 찍혀야 하지만 말이다. 대부분 크게 보면 그럴 것도 같다. 대부분 무난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면 이런 말도 필요 없으리라.
안 풀린다거나, 후회하거나, 아쉬워하거나, 미련이 많거나, 돌이킬 수 없어 힘들어하거나 등등. 이런 경우에 쓰면 멋있어 보이는. 결국, 생각이 문제일 수 있는데, 생각을 바꿔라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나 뻔한 결론. 생각을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고, 그렇다고 내가 살아온 지금까지의 과거가 변할까? 결국, 살아온 건 살아온 것이다. 지난 건 지난 것이다.
나이가 들어 정년을 맞이하는 사람들이라면 벌써 속도는 의미가 없어질 것 같다. 더 이상 속도를 낼 수도 없으니. 그런데, 방향이라. 방향을 틀어라. 이런 얘기는 유튜브에 얼마든지 널려있다. 이런 자기 계발 영상을 올리면 조회수도 얼추 나온다. 심지어, 이런 영상을 어떻게 만드는지 관련 영상도 있다.
그런 넌? 조금 식상할 수도 있는 이런 말을 쓰는 이유는? 친구가 소설까지는 모르겠는데, 어설픈 인생 에세이는 싫다고 했었다. 어쭙잖게 살아놓고, 어쭙잖게 정의 내리는. 이글도 그런 글?
결국, 뭔가 잘못된 방향이라도 수정하면 되거나, 수정되면 다행이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문제라고 진단되면 방향을 바꾸면 되는데, 그다음은? 다시 속도가 중요해지지 않을까? 속도도 맞지 않고 방향도 틀리다면, 그래서 수정했다면.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니, 이유가 어떻든, 결과가 나온 후 이를 생각해 봤을 테니, 방향이 틀린 속도라면, 속도를 늦춰 방향을 바꾸면 되는데......
그래도 리셋은 안된다. 이게 여전히 핵심이다. 이게 불안하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다. 그래서 생각을 바꿔라라는 말이 맞긴 맞다. 지난 시간과 일들을 대충 쑥 무시할 수 있는 멘털이라면. 그렇군. 멘털이다. 속도니 방향이니 이런 말 할 땐 이미 뭔가 벌어진 일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생각난 것이고. 리셋이 안되니, 멘털 강화?
방향이나 속도가 문제라면, 생각을 정말 크게 생각하면 달리 보이는 것 맞는데, 지나 간 건 지나간 거다. 지나간 거라도 의미가 있겠지만, 이게 안되니 이런 난잡한 생각도 하고 있겠지? 정신산만 하게 했다고? 아침부터? 그런데, 읽었는데 어쩌라고? 당신도 답답하다고?
이럴 땐, 그냥 내버려 두는 게 상책 같다. 상책. 나한테 하는 말이다. 나한테...... 그냥 내버려 둬라. 후회도 말고, 아쉬워도 말고, 미련도 말고. 그래도 생각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