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철학 책이다.

에리카 라인(2020).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 갤리

by 길문

가볍게 시작했고 가볍게 끝냈다. 때론 그냥 훑어보기도 했다. 세세히 읽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내용들. 실천은 별개지만 말이다. 결론은 작가가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고, 그렇게 했더니 자기 삶이 변했다는 것이다. 이게 요지인데, 그럼 어떻게 변했다는 것일까?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방법을 통해서, 그게 뭔고 하니 미니멀리즘이다. 별로 새롭지 않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이라고 대략 정의 내릴 수 있는 단어. 미니멀리즘.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미니멀리즘에 대해 그리 고민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물건 욕심이 많지 않았고 남의 시선을 덜 느끼며 산다고 살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남의 시선을 100% 무시하면서 살았을까 생각하면 이건 아닌 것 같다. 이렇게 살아왔다는데 100% 동감한다. 어떻게 남을 의식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 책을 골랐을 때 그냥 집에 많은 것을 쌓아두고 살지 않았으니, 나도 유사 미니멀리스트인가 정도였는데, 그렇게 시작된 책 읽기가 읽어보니 이 단어가 주는 매력이 광범위하고 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단순히 물건 개수를 줄이고 집에 불필요한 물건들을 치워 시원시원하게 보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다시는 그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아마, 이 책으로부터 가장 많이 배워야 할 점이 이 말일 듯하다.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생활습관이건 패턴이건 문화건 예술이건 다 해당되는 말이다. 그 이전과는 다른 무엇. 그게 나도 포함해서 말이다. 이전과는 다른 나와 삶. 어떻게 미니멀리즘으로.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그 이전에 책 제목이 기막히다. 원제는 The Minimalist Way인데, 제목의 승리이다. 그냥 원서 재목 그대로 번역했으면 꽝 소리 난다. 너무 흔해버린 단어니까. 계속 이 제목을 되뇌어봤다. 무슨, 마술의 주문 같았다. 아니, 주문이어야만 했다. 이건, 그냥 물건 줄이는 게 아니기에. 단순히 책 제목을 말하는 게 아니다. 생각해 볼거리를 많이 던져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철학 책이다. 철학 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게 뭐란 말인가? 가장 중요한 가장 핵심인 가장 정수만 내 인생에서 남겨둘 수 있다면 앞으로 거칠 것이 없을 것 같다. 물론, 기본은 사고가 아니라 행동으로 표현되는 실천이 밑바탕이어야 하니까. 책의 2장도 흘려듣기에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세상의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 법. 그런데, 아무것도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선택의 기준은 단순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구체적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6섯 가지를 말한다. 첫째, 집에 필요한 물건과 좋아하는 것만 남은 공간을 만들어 집을 변화시키라고 한다. 얼핏 들으면 이게 미니멀리즘의 전부처럼 느껴질 수 있다. 둘째, 짧은 시간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써서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라고 하는데, 이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상 같다. 셋째부터 내가 생각했던, 얼마나 시간 들여 신중하게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상식에서 벗어나기 시작한다. 생활을 단순화해서 가족을 화목하게 만들라고 한다. 집안일을 단순하게 하면 가족 간의 관계가 변화가 나타난다는. 뭐 요즘 유행하는 일인 가족에겐 해당이 되지 않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구두쇠처럼 살지 말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나치게 검소하게 살지 말라는. 돈을 쓸 때 단순하게 쓰라는, 그렇게 되면 소비 생활이 변하게 된다는 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충동구매를 하지 않던가. 이건 아주 요긴하게 들린다. 책을 읽다 보면 다음의 7장과 8장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할 정도로 책의 핵심이 되는 것 같다. 미니멀하게 살고 노력하면 시간이 부족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똑같은 시간을 달리 쓰게 된다는 말. 서서히 이 책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8장이 이런 노력을 통해서 인간관계까지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중한 사람만 만나기에도 인생은 짧다는 충고. 쉽게 이해가 돼도 집합적 문화가 정석처럼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에서는 어려울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데, 이게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 같다. 우린 지나치게 남을 의식하지 않던가. 그러다 보니 남이 중심이 되니 자존감은 떨어지고. 그래서 김수현(2022)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라는 책도 쓰고 이게 엄청나게 성공한 책이 되지 않았던가. 아주 심각하지도 그렇다고 어려운 문장으로 서술되지 않아도 하고 싶은 얘기를 미니멀리즘이란 단어로 치환해서 좋은 책을 만들어 낸 작가. 사소하고 꾸준한 것들이 인생을 바꾼다는 주장처럼 우리 일상이 큰 것으로 크게 변하기보다 작은 변화로 우리가 변한다는 것을 어렵게 쓰지 않은 책. 그래서 이 책은 철학을 말하지 않아도 뭐가 철학적으로 사는지를 보여주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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