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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은 알겠는데, 팝아트라고?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by 길문

전시

데이비드 호크니 & 브리티시 팝아트 - 1960s Swinging London

2023.3.23~2023.7.2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팝아트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팝송도 아니고.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용어. 파퓰러 아트(popular art). 대중예술을 말한다. 196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일어난 미술의 한 경향, 이 예술의 선구자들은 대중적으로 알려진 미국의 팝 아티스트들인 리히텐슈타인, 워홀, 라우센버그 등이 아니라고 이 전시회는 말한다. 시작은 영국이라고. 미국이 아니라. 영국에서는 이 시기를 스윙잉 런던(1960s Swinging London), 역동적인 당시 시대 젊은 예술가들이 광고, 영화, 사진 같은 대중문화의 요소들을 예술의 영역으로 흡수하면서 전통적인 가치와 태도에 도전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비슷한 경향이 미국 뉴욕에서 나타난 것도 맞는데, 어떤 차이일까?


결론적으로 팝아트의 시조가 데이비드 호크니인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고 그는 팝아트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성공한 작가였다. 그의 작품은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예술가의 초상, 중의 하나. 이것만 기억하겠지? 이쪽 분야에서는 리처드 해밀튼이 1950년대 초에 선구적으로 작업을 벌였다고. 그것도 대중사회에서 매스 미디어의 이미지를 가장 최초로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가 존경한 작가가 '샘(변기)'으로 유명한 마르셀 뒤상이라니. 청출어람 청아람인가? 마르셀 뒤샹이 더 유명하지 리처드 해밀튼 보다. 그렇지만 그도 팝 아트의 시조 중 한 명으로 다음과 같이 팝 아트를 정의했다. "대중적이고, 덧없고, 소모적이고,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젊고, 위트 있고, 섹시하고, 요염하고, 매력적인 큰 사업."


20230323_110233.jpg London : Swing City

1960년대 영국 런던은 자유와 새로운 시도들이 모든 분야에서 기성 가치를 부정하는 형태로 등장했기에 이를 특별히 스윙잉 런던(the 1960s Swinging London)으로 칭한다. 자유의 추구와 낙관주의, 실험정신 등 보수적 가치를 거부하는 젊은이들이 중심이 된 사회 문화적 현상. 패션에서는 미니스커트와 밝은 색 등 대담하고 화려한 스타일이 주류가 되고, 음악에서는 비틀스, 롤링스톤즈 등과 같은 영국 밴드가 등장한 시기이면서, 예술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법과 재료들을 받아들여 도발적인 작품들이 등장하는데, 이때 전체 흐름의 지배적인 스타일이 바로 팝아트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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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가 항상 칭찬만 받은 것은 아니다(왼편)/ 앨런 앨드리지 작 <더 비틀스>

이런 영국의 팝아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그룹으로는 인디펜던트 그룹이 있다.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리처드 해밀턴, 윌리엄 턴블과 같은 예술가들과 일부 건축가들이 모여 기존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에 반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들이 주로 소비재 사회의 중심이 되는 대중매체와 이 대중매체를 움직이는 광고, 또한 소비재 그 자체의 중요성을 예술로 승화시킨 이들이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들을 포함 여기에 피터 블레이크, 앨런 앨드리지 등 총 15명의 예술가들을 소개했다. 여기선 주마간산. 어쩔 수 없이 몇 명만 휘리릭 살펴봐야겠다.



▶에두아르도 파올로치


20230323_115652.jpg 튜링

앨런 튜링.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주인공.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암호기 애니그마를 해독함으로써 무려 1400만 명의 생명을 구했고 전쟁을 단축시켰다는 앨런 튜링. 세계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 '콜로서스'를 개발한 그를 기리려 만든 파올리치의 작품. 특히, 그는 과학과 기술에 관심이 많아서 작품에 이를 많이 응용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앨런 튜링의 삶과 업적에 감화돼서 만든 스크린 프린트(screenprint). 실존했던 천재 튜링의 삶은 불행했지만 작품만큼은 그냥 튜링의 삶을 그대로 묘사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판화 작품의 스크린 프린트가 영국 팝아트에 가장 많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 리처드 해밀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영국 팝아트 분야의 선구자. 인디펜던트 그룹의 멤버로 광고, 소비자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여기에 대중매체에서 이미지를 콜라주 해서 활용하는 특징을 갖는다. 여기에 사진 및 스크린 프린팅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작품에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 중 한 명. 특히, 매스 미디어가 미술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에 도전하는데 아주 활용을 많이 했음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의 제자인 피터 블레이크와 데이비드 호크니 등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미국을 방문했던 1960년대에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에도 영향을 미쳤다니. 그는 자기 작품에 대중적인 구경거리, 키치에 대해 관심과 사랑을 듬뿍 드러내고, 기성 문화의 아이콘들을 패러디하면서 스스로 즐겼다고.

20230323_115537.jpg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리처드 해밀턴을 팝아트의 선구자로 알린 작품은 위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그렇게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였다고. 위 그림에 나오는 내용으로 그게 유추가 되던가? 제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의 중산층 대부분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는데. 여기서 묘사되는 내용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이지만, 미국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미국의 물질주의를 패러디한 것. 그림 속 안락의자, 커피 테이블, 화분, 포드 자동차의 로고,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 여성이 나오는 텔레비전, 녹음기 등. 여기에 팝이라고 쓰인 커다란 막대사탕을 반라의 여성에게 향한 모습이 핵심일 것 같다. 이게 팝 아트야라고 주창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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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언급한 해밀턴의 대표작, 어제의 가정을 그토록 다르게~~~, 는 남성, 여성, 음식, 역사. 신문, 영화 등 카테고리를 만든 후 그에 맞게 미국의 매거진 캐시(Cache)에서 자료들을 가져와 콜라주로 완성한 작품인데, 해밀턴이 이런 작품만 만든 것은 아니다. 보다 사회의식적인 작품도 만들었는데, 그건 아래 켄트 주(Kent State, 1970)이란 작품이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 반전운동이 벌어지던 여파 속에서 1970년 오하이오 주 켄트 주립대학교에서 반전 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주방위군이 비무장 시위대에 총을 쏴서 학생 4명이 죽게 된 사건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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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호크니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작가는 단연 데이비드 호크니였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의 작품 경향은 지각과 표현의 본질을 탐구하고 생동감 있는 다채로운 작품으로 유명하다. 초기에는 실험적이고 장난스러운 경향을 띄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회화, 드로잉, 판화, 사진, 디지털 아트 등 그 영역을 넓혀갔다고. 아마, 다른 작품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작품이 1967년 수영장에 뛰어든 후의 여파를 묘사한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로 생동감 넘치는 색채와 움직임, 에너지가 느껴지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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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그의 작품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된 것은 196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후 그 지역 날씨, 강렬한 햇빛과 그 빛에 반사된 수영장에 매료되었다. 햇빛이 비치는 수영장과 그 빛을 반사시키는 물, 시간이 가면서 변하는 물의 성질을 화면에 표현한 작품. 예술이 가지고 있는 평면성에 대한 고찰을 물을 보면서 물이 가지고 있는 유동성, 깊이감, 공간성, 시간성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니. 한 번에 보이는 2차원 평면 안에서 수많은 시각적 요소를 묶은 연구. 초 단위로 움직이는 물이 흐름을 그의 그림에서 다양한 선으로 표현. 결국 눈으로 봐야만 이해하는 그의 작품들. 빛에 따라 달라지는 물의 색깔과 형태를 포착하기 위해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표현했는데,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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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그니의 작품을 포스터로 만든 것. 이를 활용해서 전시관 한쪽을 호크니를 상징하는 방으로 만들었다.

데이비드 코그니는 자기가 살아온 자기 개인의 삶을 작품의 주제로 자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세 작품은 그의 연인이었던 그레고리를 콜라주로 표현한 것. 자신의 사랑, 상실, 욕망도 주요 작품 주제라고 하는데, 이런 게 느껴질까? 특히, 왼쪽 작품은 그가 피카소로부터 받은 영감을 오마주 한 것은 아닐까? 이런 경향은 다음의 그림에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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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그레고리

아래 작품은 이번 전시회를 대표한다. 자세히 보면 역시나 왼편 위쪽에 피카소에 대한 오마주가 보인다. 월러스 스티븐슨이 쓴 '푸른 기타를 치는 남자'라는 시 중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지 않는군요'라는 구절이 스티븐슨이 피카소 작품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는데, 이걸 오마주 한 것이다. 사람들이 피카소한테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는군요'라고 해서, 월리스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연주하지 않는군요'라고 시 중에 쓴 것이고, 코그니는 이 시구절에 동화되어 위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배경. 이유인즉, 회화에서는 있는 그대로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그려 보려고 사용하는 도구들 때문에 결국 사람의 눈을 속이게 되는데, 이러한 사실을 드로잉으로 표현 한 작품. 그런가 보다 하고 봐야 할 듯.


20230323_113617.jpg Self Portrait with Blue Guitar

▶앨런 존스


팝 아티스트 중에는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가도 있는데 그중에 한 명이 앨런 존스이다. 그의 조각 작품에는 에로틱하고 페티시즘적인 요소를 자주 활용해서 여성을 성적으로 묘사하고 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자기는 여성 혐오나 성차별주의를 표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경제 호황기에 예술을 통해 현상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고 한다. 그럴까? 그건 관객 각자가 판단해야 하지만, 아래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보면 대담하게 그래픽 요소를 활용했으며, 상당히 밝은 색상으로 이를 표현했다. 더불어 만화책과 광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들도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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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을 밝게 사용하여 대담하게 느껴진다


여기까지다. 이번 전시회 요약은. 당시 스윙잉 런던을 이끌던 몇몇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궁금해졌다. 팝아트의 선구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아니라 영국에서 활동한 작가라는 것은 알겠는데 그럼 무슨 차이지? 영국의 팝 아트와 미국의 팝 아트 차이를 말하는 것이다. 이건 이 분야를 모르는 문외한의 한계지만, 런던과 뉴욕이라는 다른 공간, 시간으로 보면 비슷한 시기의 예술 경향, 여긴 분명 어떤 공통점과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다를까? 이건 숙제다. 즐거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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