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4월 25일 쓴 글이라 시점이 확 다르다. 어딘가 여행을 가는데, 시간 변화가 내용에 미치는 영향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냥 작은 여행기가 시류를 타다니... 이제 청와대까지 개방되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올려본다. 이 무모함을 이긴 것은 언젠가 이것도 기록이 될테니... 제목이 삼봉도전기인데 제목을 30글자 이상 쓸 수 없단다.
문화재에 앉았다는 것은 사실인데, 이에 대한 해석이 다른 거야 당연할 거고. 그게 일반인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뭐, 조금이라도 정치 거리를 나눌 생각이 전혀 없다. 조금이라도 쓰는 신경이 아깝기 때문이다. 내가 앉을 수도 없었거니와 앉았다면. 앉았을까?
그게 궁금해서 그쪽으로 내려온 것은 맞다. 호기심이 역시 한몫을 하니. 그런데 과연 이런 논의가 일반 사람들의 생활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그저 그런 가십. 그런데 뉴스가 되는 그 '가치'는 다르다. 이게 보통 사람과 아닌 사람과의 차이. 보통 사람이 앉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으련만 세상 이치가 그렇다.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마치 동등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통 사람으로서 살지만 대게 보통 사람이 목표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여기에 주권 재민이란 단어까지 더하면 정말 그게 진정으로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모처럼의 등산이었다. 그냥 쉴멍놀멍 걸을 생각이었다. 남아도는 시간. 어떨 때는 주체하기도 어려울 때가 있잖은가. 남아도는 시간을. 그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이게 현실이고 세월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숙명이려니 한다.
너무 무겁다고? 그래서 모임과 관계에 연연하는 것 아닐까? 많은 학자들이 건강하게 나이 드는 방법의 하나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지적하지 않던가. 그건 맞다. 나이 들수록 많은 사람들과 대화 나누고 즐기고 떠들 수 있다면 그게 밝고 건강하게 사는 하나의 방편이련만. 세상일이 뜻대로 되던가. 이를 받아들이는 것도 성숙함이거늘.
뭐, 동네 산 가는데 이렇게 사족이 심할꼬? 결과는 아주 좋았다. 평온한 하루. 잠시 뭉친 다리 근육은 시간이 가면 자연스럽게 풀릴 테고. 아쉬운 것은 날씨였다. 뿌연 서울. 이런 봄 날씨가 익숙하련만 놀러 갈 때만은 아니다. 아쉽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그리고 대화와 그것에서 나오는 위로. 모든 만남이 즐거움으로 이어지지 않지만. 오늘은 아니다.
독립문역에서 시작한 안산 산행은 처음이다. 따지고 보면 안산은 두 번째인 것 같다. 기억이 가물가물. 의외로 많은 사람들. 이들은 다들 어디로 가려나? 위치로 봐서 안산 봉수대, 안산 자락길로 가는 분들인가? 조금 연륜이 있어 보이기도 하고. 이름을 처음 들으면 경기도 안산이 떠오르지만 여긴 서대문구에 있는 무악동 봉수대(296m)다.
봉수대? 동봉수대라는데 어딘가 서봉수대가 있을 거고. 기억이 흐릿하지만 남산에도 봉수대가 있지 않았나? 왜적이 침입하면 이를 알리려 만든 커뮤니케이션 수단. 비상망. 뭐, 가보니 고색창연한 맛은 없고. 그런데 이곳에서 보이는 서대문 지역 넘어 종로구, 중구 등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누군가에겐 그저 동네 어디나 있는 뒷산일 수도 있으나 제법 보이는 시야가 예사롭지 않다. 그래서 봉수대를 만들었겠지만. 그나저나 궁금한 것은 이 안산만 오는 사람도 많겠지만 안산만 오르기에는 아쉽지 않을까?
여기서 보니 멀리 인왕산 해골바위도 보이고, 더 멀리 많은 계단이 있는 것으로 봐서 북악산인 것 같다. 시선을 돌리면 더 멀리 남산도 보이고. 아쉽게도 이번 일정에 서대문형무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역사 산책은 다음으로 미루고, 서둘러 그사이 개나리가 마저 질세라 이미 철 지난 개나리 숲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뭐, 엄청난 숲은 아니지만. 저곳에 어떻게 갈까 생각하다 무악재 하늘다리는 생략하기로 했다. 안산에서 내려와서 보니 하늘다리를 가려면 다시 올라가야 해서, 처음부터 하늘다리가 목표가 아니라 그냥 패스했다. 글쎄 그 다리 위에서 보는 도시도 볼만할 듯했으나, 앞으로 보게 될 도심 풍경으로 인해 굳이 호기심이 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역시나 인왕산의 대표 꽃은 개나리다. 개나리 천지다. 근데, 철이 지나긴 지났다.
노란 꽃은 이미 지고 파란 잎이 무성해지고 있다. 아쉬움에도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산에서 인왕산 초입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인왕산도 여기저기 등산로가 많다. 거의 사통팔달? 그만큼 사람이 많이 온다는 건데 그러니 길이 여기저기 중구난방이다.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와서 그런지 그리 힘들다고 느끼지 못할 때 아이스크림 장수가 보인다. 흠, 아주 높은 산에 가야만 보일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아이스크림 장사라니. 그런데 제법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사 먹는다. 가격이 1,500이라 잔돈 계산이 쉽지 않을 텐데 계좌로 입금도 된다. 하하,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현실. 더 보기 좋은 것은 학생들이 사 먹을 때 잔돈 계산이 어려우면 그냥 통과다. 딸뻘인데 뭐 어떠냐는 장사꾼. 뭐 원래 가격이 얼마더라? 더불어 이 높이가 그리 높지 않아서 지고 올라오는데 어려웠을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수익이 많이 남겠지?
그런데 인왕산 높이가 얼마나 될까? 해발 338m이다. 생각해 보니 안산보다 높긴 높았던 것 같은데 그리 높은 것 같지도 않고. 정상인데 정상 같지 않은 곳에 그래도 사람들이 작은 바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그거야 정상이니 당연한데 정말 당연하지 않게 생각했던 일을 보고 말았다. 와우,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들 대개가 젊은이들이다. 잘해야 20대 초반 아니면 30대 정도. 코로나로 인해 테니스와 골프, 그리고 등산에 젊은이들이 몰려든다는데. 산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알록달록 등산복으로 무장한 중년의 남녀 집단이 아니라 일부 여성은 아름다운 하체를 뽐내려 레깅스 차림이고 그들 곁엔 다들 건장한 청년들이다. 산에서 데이트, 모임 등이 이뤄져서 보기가 좋았다. 산의 공기가 180도 확 달라진 느낌이다. 코로나가 해제되면 이 풍경이 얼마나 유지될까? 그들 중 일부는 클럽에 바에 술집에 강남으로 홍대 앞으로 다시 몰려들겠지? 건강도 챙기고 산 공기도 달라지게 한 그들이 계속 산을 찾으면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희소식이 될 터인데...
하, 젊은 여성들 몇몇이 성곽에 난 작은 창(?)으로 다들 얼굴을 파묻기에 뭐하나 봤더니. 하하, 웃음이 나왔다. 그 구멍으로 성곽 풍경을 구경하나 했더니 그게 아니다. 시원한 바람이 그 작은 창으로 들어온다. 바람구멍이다. 선풍기까지는 아니지만 시원함이 제법 괜찮다. 정말, 젊은 친구들의 창의성에 감탄이 나온다. 성곽 밖 세상을 보려나 했더니 바람구멍으로 오르면서 난 땀을 식히는 그네들을 보면서 한소리 했더니 다들 깔깔대고 웃는다.
그 웃음소리에 적어도 10년은 젊어진 것 같다. 아직도 젊지만 젊은 친구들의 양기를 받는 것 같다. 그렇게 인왕산을 정복하고 북악산으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당연히 배꼽시계가 울린다. 점심때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 당연함이야 굳이 외치지 않아도 되거늘. 점심은 부암동 맛집으로 정했다. 걷다가 보니 윤동주 문학관이 나오는데 오늘은 패스다. 예전에 가봤기도 하거니와 배가 고프다. 벌써, 2봉을 넘어섰으니 장하다. 장해!
그사이 밥 먹고 부암동에서 유명하다는 커피전문점에서 한잔하려다 시간이 지체돼서 자하문으로 향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자하문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잠시 쉬련만 조만간 이어질 험준한 계단으로 인해 적당히 둘러보고 북악산 정상 백악산(342m)을 향하여 바로 도전했다. 좀 거창하게 도전이라고 한 것은 계단 때문이다. 계속 올라야 하는, 이 길 외 다른 방법이 없으니 외통수다.
백악산 정상 부근을 백악마루라고 하는데, 마루라. 그 마루?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다. 예전에 단독주택에 살 때 마루가 있어 마루에서 밥 먹고 쉬고 했는데 그 마루가 그 마루다.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창의문 안내소에서 출입증을 하나씩 걸쳐야 한다. 일종의 허가?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더 시간이 지나면 이마저도 없어지겠지... 계단은 역시나 계단. 그런데 크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같이 간 일행이 힘들어해서 조금 힘들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다 틈틈이 보게 되는 서울 풍경. 서대문 쪽 일대 풍경과 서울 시내에 한눈에 다 보인다. 인왕산이 서울 야경의 명소라는데, 시간이 지나 통행이 정말 자유로워지면 이곳 또한 명소가 되리라. 왜냐고? 좀 더 높으니까. 이 당연한 이치.
어느덧 북악 마루에 올라 세상을 두루 눈으로 주유하던 차에 갑자기든 궁금증. 청와대는 어디 있는 거지? 아, 이런. 북악산 남서쪽 밑이 청와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생각처럼 내려가면 바로 맞닿은 게 아니란 걸 알았다. 내려가면 삼청동이지 청와대가 아니다. 청와대가 개방되면 바로 북악산과 연결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물론,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는데 저 멀리 숙정문과 말바위 쪽으로 갈 것이 아니기에 어디로 내려갈까 궁금하던 차에 이번에 개방했다는 남측 탐방로 입구가 보인다. 그사이 새로 길이 하나 만들어진 것이다. 마치, 요술을 부리듯 뚝딱 등산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권력의 힘이 무서운가 보다. 뭐, 그건 갑남을녀인 나 같은 사람이 고민할 것은 아니고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럼 어디로 내려갈까 잠시 망설여졌다. 이름이 '만세 동방'이라는 멋진 '각자' 보러 그쪽으로 가려다, 논쟁이 그럴 가치가 있는지 궁금해서 법흥사 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든 판단. 위에서 내려가다 보니 과연 저기에 앉고 싶었을까 생각하다, 밑에서 올라온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더 중요했던 것은 이곳이 뭐라고 통제를 했는지 그게 더 궁금해졌다. 오다 김신조 때 생긴 나무에 난 총탄 자국도 보긴 봤지만 여기서 청와대는 한참 먼데 이곳을 굳이 출입 금지 구역으로 그 오랫동안 막았을 필요가 있을까 그게 더 궁금했다.
권력, 대부분 인간들이 누리고 싶어 하는, 그래서 더 막아놓고 몇몇만 즐겼던 것은 아닐는지. 이게 뭐라고? 물의 흐름을 막으면 사달이 나듯이 민초들의 열망을 막으면 언젠가 탈이 나지만 결국 시간이 문제 아닐까?
이쿠, 어려워진다. 그나저나 김신조는 살아있겠지? 나이가 몇 살일까? 영화에서 보니 신분세탁을 하던데 어디에서 살 건 그나 나나 그저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그 일환으로 열심히 걸었지만. 이곳 일대가 완전히 개방된다면 확언하건대 서울에 명소가 하나 더 생길 것은 확실할 것 같다. 그때 완전체로써 청와대 개방과 북악산 탐방을 다시 해보리라.
다리 근육이 좀 뻑뻑해지는 것 같다. 이 뭉친 근육, 다음에 이곳에서 다시 풀어보리라... 아, 삼봉은 정도전을 말하는 게 당연히 아니지만 쫌 과장했다 싶다. 그래도 삼봉은 삼봉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_ueepVVGWyI&ab_channel=daydrea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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