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그래서 찾은 계룡산. 맞긴 한데, 꼭 봄 때문은 아니었다. 설악산 공룡능선을 가려 사전 준비를 위해 들렀다. 사전 준비란 게 별거인가? 체력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 보려는 거였다.
신록예찬(新綠禮讚).
1948년 이양하의 첫 수필집 《이양하 수필집》에 수록된 작품. 5월엔 꽃보다 나무다. 나무에 물이 시원하게 올라서인지 온통 녹색이다. 그래서 누구든 신록을 예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연을 예찬하다 보면 부수적으로 세속적인 우리 모습이 떠오를 터. 그럼 사는 모습이 그려질 것이다. 그래서 누군 글을 쓰고 누군 산을 찾는 것 아닐까?
이상보(2006)가 쓴 《갑사로 가는 길》에서 언급되는 계룡산 동학사 남매탑. 그 탑에 어린 전설. 믿거나 말거나, 두 사람이 남매의 연으로 청량암을 짓고 같이 수도에 매달리다 서방정토로 떠났다고. 이를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라고 물으면 너무 세속적일까? 오늘은 탑보다 탑 뒤로 보이는 신록이 아무래도 주인공이다.
남매탑을 지나 잠시 극락을 생각해서 인지 금방 삼불봉을 넘어섰다. 그렇게 자연성릉에 들어섰다. 계룡산 백미가 삼불봉 ~ 자연성릉 ~ 관음봉 구간이라는데, 이건 정말 백미다. 여기까지 온 이라면 이거 보러 산에 오르는 것이다. 저 멀리 앞선 이가 카메라의 시야를 벗어나지 못한다. 산을 넘는 구름이 쉬어갈 곳이 없어 보인다.
자연성릉을 앞서 걷던 이들이 잠시 숨 고르기 하는 걸까? 그렇지. 산에 와서 서두를 필요가 뭐 있을까? 쉬엄쉬엄 가도 산에서 내려갈 터.
걷다 보면 이런 경치를 지나기도 했다.
산봉우리에 어떤 이가 순간을 남기려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그가 찍은 사진은 어떻게 계룡산을 그릴까?
오롯이 혼자 걷는 산행 맛이 달달할 것 같다.
관음봉 근처에 먼저 다다른 사람들 마음이란 한참 철 계단 오르는 이들 마음과 다르겠지?
멀리 보이는 철계단들이 아득하지만, 한발 한발 내딛으면 정상에 도달한다.
숨이 차도 헛둘 헛둘 걷다 보면 다다르는 게 정상이다.
저 멀리 걸어온 능선이 아득하다. 삼불봉도 보이고.
오늘 주인공은 아무래도 이 까마귀? 녹색 산맥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저 새. 자유란 이런 거야 하고 말하는 것 같다. 아, 그러고 보니 녹색이 자유다. 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