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여행진담

수종사 아주 좋았다...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쉬운 듯 힘든 산행

by 길문

패러글라이딩이 힘차게 오른다. 날씨가 따듯하니 상승기류를 받나 보다. 아주 높게 오른다. 저곳이 어딜까 봤더니 가다가 나오는 언덕배기였다. 가다가? 예봉산에서 운길산으로 가다 보면 나온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 말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맞다. 중요하지 않은데 예봉산 정상에서 보니 가장 먼저 패러글라이더들이 눈에 띈다. 예봉산은 예전의 예봉산 정상과 달라졌다고 한다. 이유인즉, 강우레이더 관측소가 산 정상 바로 옆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야를 가린다. 답답하긴 했다.

강우레이더 관측소, 옥의 티다.

운길산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보이는 등산로 입구. 들머리다. 여기서 시작했다. 엄청난 절경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렇게 예봉산을 오르는데 그전에 잠시 율리봉을 들르면 된다. 이곳 예봉산에서 운길산까지 몇 시간 걸릴까? 오호, 결론은 7시간을 넘게 걸었다. 시속 1km 좀 넘게 걸었는데, 빨리 서두를 수 없었다. 이 정도가 좋았다.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면 된다. 뭔가 문제일까? 평일이라서 산에 사람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이게 가장 좋은 일이다. 복작복작거리지 않았다.


세상 참 편해졌다. 미사리와 덕소. 마주 본 이 두 지역을 예전에 가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이젠 교통이 편해졌다. 여기에 예봉산도 서울에서 지척이다. 이곳 예봉산에 오르려 이용한 교통편은 전철이었다.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면 임진강에서 지평까지 한 번에 오갈 수 있다. 이 노선으로 인해 용문산까지 당일에 편안히 갔다 올 수 있다. 주로, 이 노선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라이더들의 성지이기도 하다. 팔당역에서 청평역까지 왕복 72km 자전거길은 손꼽히는 라이딩 코스다. 몸이 버텨주고 날씨가 외면하지만 않으면 정말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코스다. 힘든 것만 빼고.

저 멀리 패러글라이딩 하나가 보인다. 왼편은 하남, 오른편은 덕소

오늘은 산행과 라이딩 중에서 산행을 선택했다.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그냥, 수종사를 가고 싶었다. 걸어서. 운동 삼아.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풍광은 답답한 풍경을 뻥 뚫어주는 그 이상으로 알려졌고, 실제로 그랬다. 처음부터 운길산 등산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가장 맛있는 것을 나중에 먹는 버릇 때문이지만, 이곳을 먼저 오면 수종사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 두물머리를 제일 먼저 보게 된다. 그럼 산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오르는 중간에 수종사가 있으니 운길산 정상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예봉산까지 갈 필요가 없어진다. 유혹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그 선택은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결론도 그랬다. 나중에 힘이 빠져 지칠 때 내려다보는 경치. 한강의 경치가 좋았다. 힘들었던 여정이 다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래서 예봉산에 먼저 간 것이다. 그런데, 등산 안내도를 보면 예봉산은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니었다. 예봉산 밑으로 견우와 직녀 봉이 당연한 듯 나란히 서 있고, 이쪽 동네에 와서 처음으로 들은 단어, 천마지맥이란 말을 지도에서 확인하니 이건 엄청나게 긴 코스였다. 하늘이 나는 말 정도로 탁월한 산꾼 들이면 도전하고 성공했을 코스. 당연히 하루에 끝나지도 않을 긴긴 장정이었다.

운길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두물머리

전체적으로 등반은 육산이어서 그런지 무난했다. 경치 생각하면 암벽이 우렁차게 서 있는 산을 선택해야 하는데, 적어도 관절이 무리하지 않아서 좋다. 그래야 다른 산에 또 가지. 아낀 무릎 관절로 말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한강 경치가 만만하지 않다. 좋다. 예봉산에서 운길산 쪽으로 걷다 보면 왼편으론 한강이 장대하게 흐른다. 저 멀리 바벨탑처럼 롯데월드 타워가 보이고. 나중에 마주친 수종사 경치를 예감하는 것 같다. 며칠간 내린 비를 피하려 정한 일정이니 비가 올리 만무하지만, 연한 녹색으로 치장한 나무들이 오늘 이 순간을 즐기라고 하는 것 같다. 이제 아니면 언제 즐길 거냐고 말이다.


나름 예봉산(678.8m)까지 오르니 땀이 철철 흐른다. 과장이지만 피부가 뽀송뽀송해졌다. 정상에서 만진 내 피부 말이다. 허기진 배는 정상에서 내려선 곳에서 해결하기로 하고 산 정상에서 실컷 이폼 저폼 다 잡아본다. 사람이 거의 없어서 가능한 일. 그래봤자 사진사 폼이지만, 그렇게 정상에서 내려와서 점심 식사를 해결했다. 그렇게 걷는데 예상했던 것처럼 신경을 곤두설 정도의 등산로는 아니다. 여전히 무난하다. 그래서 적갑산을 거쳐 걷는 내내 힘든 줄을 몰랐다. 이때까지는.


정말 해탈하고 싶다.

아쉬운 건 여전히 날씨였다. 며칠 비가 와서 하늘이 쨍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물안개인지, 미세먼지는 아니지만, 사방이 찌뿌둥했다. 이게 다일까? 소위 말하는 가시거리가 좋았다면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더 선명하게 보였을 텐데 아니었다. 그렇다고 걷지 않을 수 없는 일. 걸어야지. 그렇게 작은 산봉우리들을 이리 넘고 저리 넘었다. 좀 힘들만하면 우회로 안내가 나왔다. 그래서 우회했다. 이 당연함이 산행의 기본 아닐까. 무리하지 말 것. 그런데 운길산 정상이 다가올수록 점점 힘들다는 느낌이 현실이 되었다. 오른쪽 발에서 신호가 왔다.


근육이 일부 뭉친다. 오래 걷긴 했다. 아마추어다 보니 시간은 이미 7시간을 넘긴 건 무리이긴 했다. 세월아 네월아 한 결과였다. 그래도 아쉬움은 없었다. 이러려고 온 거다. 오늘 하루. 평일 산행. 눈앞 산이 운길산인 듯 올라서면 다시 이어지고,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니 운길산 정상 표지석 앞 넓은 전망대가 인사를 한다. 수고했다고. 편히 쉬라고. 우선, 넓었다. 의자에 배낭을 놓고 여기저기 둘러보니 역시나 좋았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본 경치보다 더 높지만 더 넓게 멀리 보니 이곳도 좋았다. 주변 산봉우리들 설명을 들었지만 금방 까먹을 것 같다. 그보다 시야가 거칠게 없으니, 이런 맛에 산에 오는 거겠다. 남은 간식거리를 배 안으로 장소를 이동시켜 놓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가다 좀 편히 가려다 길을 잘못 들고 말았다. 수종사 가는 길이 아니었다. 역시나 아니었다. 다시 거슬러 올라, 이게 다리를 더 아프게 했지만 다행히 70m 정도만 후진했다. 이 정도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 목적지가 수종사였는데 저 밑으로 내려갔다가 수종사로 다시 갈 엄두가 났을까? 그렇게 잠시 돌아가서 마주친 수종사 입구. 오늘 목적지에 온 것이다. 이곳에 오려고 많이 돌아왔다. 7시간을 넘게 걸렸다. 초보 산꾼 티가 팍팍 나지만 그래도 좋았다. 우선, 삼신각까지 지친 다리 더 혹사하려 올려가니 조망이 끝내준다. 잘 온 거다. 오다가 다치지도 않았고. 체력도 아직 남아있고.


수종사 경내 모습. 아래 왼편 사진에서 보이는 삼신각이 뷰 포인트다.

절에 대해 알아보니 무려 1458년 세조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냥 오래된 절로 만족하자. 두물머리가 워낙 유명하니 이곳은 그곳에 갔다 그냥 이곳에 슉하고 들를 것 같다. 그럼 그렇지. 수종사 일대가 대한민국 명승지다. 109호? 세조의 신하 서거정이 이곳 전망이 동방에서 최고라는데, 여기에 하나 더하면 이곳이 한국 다도문화의 원류라고 한다. 차하면 생각나는 초의 선사가 정약용과 교류하며 차와 관련된 여러 저서를 썼다니. 어라. 초의 선사가 쓴 건지 정약용이 쓴 건지 아리송하다. 중요한 건, 오늘 이렇게 하루를 마감했다는 것. 찍힌 발걸음 수는 3만 5 천보를 넘어섰으니, 밥 값은 한 것이다. 이곳 수종사 오히려 무척 돌아왔지만, 사는 것이 그렇듯이 온 건 온 것이다. 이러다 다시 가겠지만! 이때 가는 곳은 다른 곳이다. 분명히 알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ONfrkskN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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