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 재스퍼 드윗(2020). 그 환자. 시월이월.
순간 오싹하기도 했다. 동감을 했다는 것인데, 그럼 된 것 아닌가. 이 책은 소설책이다. 분량도 많지 않고. 그냥 쓱~ 읽기 좋은 책이다. 가독성도 좋고. 서스펜스만큼은 인정한다. 아쉬운 것은 결말이 김 빠지는 것인데, 그럼 조의 정체는 뭘까?
파커. 흠, 이름이 좋다. 사실, 이 이름은 내 블로그 작가 이름이기도 하다. 설마 영어 스펠링이 다르지 않겠지? 그 파커가 그 파커일 것이다. 어릴 때 파커 만년필이 있었다. 만년필? 요즘 세대는 만년필을 알까? 뉴트로라서 알 수도 있으련만. 만년필 브랜드 파커는 좋은 브랜드이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주변에 만년필을 쓰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또 파커 하면 생각나는 사람. 사물이 아니다.
로버트 M. 파커 주니어(Robert M. Parker, Jr.).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다는 와인 비평가.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이 파커다. 와인 계에 파커가 있다면 정신과 의사 세상에서는 파커가 최고? 그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똑똑하고 실력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래야 이전 의사들과 비교가 되기도 할 테니. 게다가 그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의 어머니가 정신이상자였다. 그렇지. 이런 숨은 내막이 있어야 이 소설을 끌어나가는 힘이 되지. 전도유망한 의사가 왜 작은 병원에 오게 될까? 당연히 필연이 가미되어야 한다.
소설의 인과관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플롯이다. 과거의 트라우마, 그게 현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 작가란 이런 필연을 적절하게 잘 배치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 같다. 어머니로 인해 겪게 되는 상처를 외화 시켜 어려운 환자를 도와주려는 사명감. 이게 없으면 엘리트 경력의 의사가 지방의 한적한 병원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
통상적으로 소설이나 영화처럼 정신병동 하면 그 병동을 대표하는 인물이 있게 마련이지만, 실상 그런지 좀 의심스럽긴 하다. 그런데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정신병동엔 꼭 있어야 할 빠지지 않는 환자. 그 환자가 조이지만. 현실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데, 이 책은 소설 아닌가. 거기에 브루스 같은 선임 의사. 거기에 파커보다도 더 똑똑한 인물로 묘사되는 원장 로즈. 또한 30년 동안 정신병동에 수감되었으니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토머스라는 전임 원장, 실세 원장도 필요하고.
6세부터 30년 동안 있었으니 많은 수의 의료진들이 희생되었을 것 같고. 조는 파커 이전에 이미 토머스와 로즈, 그리고 브루스까지 관계를 갖는다. 당연히 긴장관계지만. 소설 초반에 간호사 네 시까지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 긴장을 조성하지만 인물의 성격분석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유는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굳이 인물들 간의 긴장관계가 높지 않다. 조와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스릴러 소설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기기하기까지 한 호러물이기에. 소설 초기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 보면 환자 조는 정상인으로 이해되고 그래야 파커가 병원에서 탈출시키려는 인과관계가 맺어지지만, 파커가 조를 꼭 탈출시켜야 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었는지는 생각하기 나름일 것 같다.
파커가 조의 집을 방문해서 조가 실재의 조가 아닌, 원래 조는 이미 죽었음을 알게 되는 것까지는 흥미진진했다. 그런데 파커가 병원에서 맞이한 광기의 조는 글쎄 뭘까? 악마, 괴물. 이는 영화가 만들어져 시각적인 효과가 더해져야 할 것 같다. 문장만으로는 조를 행세한 그 실체가 명확히 그려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소설의 결론이 딱히 딱 떨어질 수 없게 쓴 것은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 같기도 하지만 이런 결말은 너무나 익숙한 할리우드 영화 스타일 같다. 마치 to be continued 같은. 영화로 치면 딱 2편을 기대하게 하는 결론. 그런데, 작가는 알 것 같다. 괴물 조의 실체를 명확히 그리기 어렵다는 것. 소설의 긴장관계를 파커의 여자 친구 조슬린에게 이뤄지게 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의 마지막에 이르러 조의 정체가 드러날 때 뭔가 허탈해지기도 했지만 글을 읽는 내내 몰입감을 준 것만큼은 작가의 역량을 인정해야할 것 같다. 그렇다고 킬링타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