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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누구세요?

변예슬(2020). 나를 찾아서. 길벗어린이

by 길문

"너는 자신을 잃어버렸구나."


그렇다. 우린 스스로 누군지 잃어버린다. 이게 자주 일어나면 곤란할 텐데, 어릴 땐 그럴 수 있다고 이해되지만 어른이 돼서 이러면 어떡하지? 어른! 이때 어른의 기준은 뭘까?


어느 날 거울 앞에 이르렀다. 물고기 IQ가 낮아서 거울 속 아이한테 물어봤을까?. "너 누구냐고." 게다가 입도 맞추고. 그게 자신일 줄 모르면서. 그랬더니 천지개벽이 아닌, 채 해서 뱃속에 든 걸 모두 토했다. 그랬더니 내가 내가 되었다. 다시 돌아온 것이다. 나만의 빛을 내는. 자체 발광 물고기도 아닌데 말이다.


난 호기심이 많았다. 욕심도 많았다. 내가 누군 줄 잘 몰랐다. '난 아직 어렸기 때문이다.' 유혹에도 약했다. 아마, 물질에도 약했을 것이다. 당의정처럼 달달한 게 좋았다.


욕심이 욕심이 낳는 것처럼. 돈이 돈을 낳으면 좋으련만. 돈은 그렇지 않더라. 욕심은 생각이라 그저 한이 없었다. 그랬더니 추해졌다. 얼굴도 마음도. 심상이 우선이라는데, 이것이 틀어져버렸으니 관상도 달라지고. 그래서 보니 어느 날 내가 내가 아니었다. 이것도 얼마나 다행이던가! 알아챈 것 말이다.


마법 같았다. 거울 속 내가 현실 속 내게 "날 기억해 줘"말하니 그게 주문이었다. 드디어 마법이 풀렸다.


"난 잃어버린 날 찾은 것 같았다."


어린이는 대게 이렇게 자신을 찾아간다. 알아간다. 그렇게 어른인가 싶게 된다. 그런데, 다 큰 어른이 모두 이렇게 자신을 찾는 것 같지 않다. 내 안에 있는 익숙한 내가 어느 날 낯설기도 하다. 우린 거의 모두 내가 누군지 아는 것 같지만, 이건 시간이란 나이로 해결되지 않는다.


누구인가? 당신은 도대체. 다시, 찾아야 한다. 내가 누군지. 당신도 한 때 어린이였고, 초보였고, 미숙했고, 나약했고. 그럼 지금은?


한 때 아이였던 나도 이렇게 자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금 이 자리에 섰다. 만족했던가? 지금까지 내가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다시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기회와 때가 주어지면 그래야 할 것 같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게 마지막 일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린이 동화를 읽다 보면 어른을 위한 책인 것 같은 것도 있다. 이 책이 그랬을까? 그보다 내가 누군지 한 번 생각해 본 것으로도 족했다. 인터넷에서 '나를 찾아서' 문장을 찾아보니 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그래서 하는 질문. 당신은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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