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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Jul 20. 2024

사람들은 로마를 어떻게 여행할까?

28.

사람들은 도시 로마를 어떻게 여행하지?

처음 로마를 통해 귀국하기로 결정했을 때 난감했었다. 이 볼 것 많다고 소문난 도시를 어떻게 돌아다닐까? 시간은 많지 않았다. 사흘 정도의 여유. 그것도 하루는 온전히 아시시에 할애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패키지로? 전문가들의 가이드를 통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로마의 핵심만 보는 것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서 다시 온다면 그때는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돌아보기로 했다. 그 언제가 언제가 될지 누구도 모르는 언제 말이다.

콘스탄티누스 개선문과 콜로세움.

그렇게 하루 패키지 상품은 결정했는데, 여전히 바티칸 박물관이 남아있었다. 로마 와서 이걸 빼고 돌아간다? 바티칸 시국을? 그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베드로 성당을 빼고? 베드로 성당 쿠폴라에서 올라가서 내려보는 풍경은 어떡하고? 그러니 당연히 일정에 바티칸 박물관을 넣어도, 도시 로마에서 볼 것은 많이 남았다. 그만큼 로마는 엄청난 역사와 문화와 예술의 도시였다. 로마 핵심을 뺀 나머지와 야경은 어떡하지?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가본 곳 또 보더라도 한 번 더 보자. 시간은 내 편이 아니니, 로마 시내 두 번이라도 걷고 또 걷자고 결정했다. 이름은 주경이 아닌, 야경이지만. 사실, 이 정도면 로마 여행은 대충 마무리해도 될 것 같고, 진짜 로마 여행의 핵심은 뭐가 될지 이리저리 생각을 했었다. 그건 바로 종교였다. 로마 가톨릭의 본산이 바티칸이란 나라이지만, 도시 로마가 종교와 분리될 수 있을까? 아니, 이탈리아라는 나라가 가톨릭과 말이다.

포로 로마노

그래서 결정한 것이 바로 귀국하는 날 최대한 종교시설을 둘러보기로 결정을 했던 것이다(29.) 그 결과물이 로마 2개 바실리카 대성당과 세 분수 수도원 등이었다. 주경 말고 야경 상품을 택한 건 로마의 밤이 그것도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게 위험하다는 경고 때문이었다. 늦은 밤 로마 밤거리를 여기저기 걷고 싶었는데 말이다. 결국, 야경 상품은 야경이 아니었다. 저녁이었다. 그건 어쩔 수 없었다. 해가 오후 9시가 되어야 지니 말이다. 그렇지만 저녁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그 시간, 로마인들이나 관광객들이 도시 골목골목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결국, 어디건 사람 사는, 그 모습 아니던가? 그 아무리 유명한 대리석 건물이라도 그건 그냥 돌덩어리 일 수 있으니 말이다.

빅토리아 임마누엘 2세

로마의 새벽, 정확히 지하철이 운행하는 5시 30분 이전과 시내버스가 다니기 전에는 위험하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었다. 그것도 떼르미니 역 주변이 위험하다는. 그러니 안전하게 여러 사람이 걷는 야경을 선택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하나가 걸렸다. 소위, 말하는 남부 투어였다. 이걸 선택하면 대략 이탈리아 여행은 그럭저럭 될 것 같았는데, 로마라도 제대로 보자는 판단이 남부 투어의 유혹을 눌렀다. 굳이, 왕복 6~7시간을 써가면서 고작 몇 시간 바다 보고 올 거라면 가지 말자는 생각! 로마라도 제대로 더 보자는. 로마에 집중하자는. 걸었던 곳 봤던 곳 다시 걸어서 보자고. 로마는 그럴 가치가 있으니까. 혼자 하라면 하기 어려우니 남들과 함께 걷자고. 더운데 말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4일짜리 로마 여행 계획이었다.

판테온

로마에서 거의 하루를 다 투자해서 걷는 상품을 선택했고, 바티칸 박물관과 베드로 성당은 선택하고 말고 고민할 필요도 없고, 걸었던 그곳 그 장소를 밤에 다시 한번 걸어서 미련을 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던 로마 여행. 결과는 흡족했다. 귀국 길 배낭에 쇼핑한 물건으로 채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 시간 아끼고 아껴 좀 더 보자고 했던 생각을 그대로 밀고 나갔던 로마 여행. 이건 트레킹을 떠날 때부터 유지한 생각이었다.

성 이냐시오 성당 천장

"인간이 만든 어떤 조형물도 자연이 만들어낸 자연 그 자체를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은 여전히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아무리, 유럽의 심장과도 같은 도시 로마 등을 둘러보고서도 말이다. 그러니, 그냥 여행보다 트레킹을 선택했지 않겠는가. 오직, 딱 하나만 빼고. 이탈리아에 와서 그런 생각이 더 강력했는지도 모른다.

로마 보통 사람들?

역시나 종교였다. 믿지 않는 자에겐 고려 대상이 아닌. 이건 로마 와서 더 확고해졌다. 로마에 가톨릭을 빼면 뭐가 남을까? 오로지 신전과 신화로 얼마나 우려먹을 수 있을까? 나도 가고 남들도 모두 가는 그곳들.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제국로, 포로 로마노, 캄피톨리오, 트레비 분수, 스페인 광장,  나보나 광장, 천사의 성 등. 이런 생각은 로마뿐만 아니라 피렌체, 베니스, 시에나, 산지미냐노에 가서도 똑같이 든 생각이었다. 심지어 신전이었던 판테온도 성당으로 쓰지 않던가?

트레비 분수

로마에만 성당이 900여 개가 넘는 것이, 2025년 주빌리오(희년) 행사 때문에 도시 로마가 온통 공사판이라고 하더라도, 도시 곳곳 주요 관광지를 지키는 것이 경찰이 아니라, 군대까지 동원해서 테러를 막으려 한다고 해서, 로마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더 종교에 충실한 생활을 한다고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로마의 역사가, 이탈리아 국토가 통일되는 근대까지, 심지어 로마의 그 많은 유적지들이 황제와 교황 간의 끊임없는 알력과 갈등, 혹은 협조의 산물이라도, 이 모든 것들이 신이 존재한다는 어떤 증거도 누군가에겐 될 수 없지만, 고작 15여 일 정도를 이탈리아에 머문 나그네 입장에선 그저 바람 쐬듯 지나치는 무심함에도 달리 보였던 것은,

스페인 광장 분수대

돌로미티 알타비아 1을 걷다 보면 주요 갈림길에서, 머무는 대피소마다 작은 십자가 상을 볼 수 있었다. 이걸 민속이나 전통이라고 폄하해도, 여전히 로마에 와서도 보니 종교가 여행객을 끓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하더라도, 이탈리아는 로마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선조들이 남겨준 그 많은 대리석 유물 덕에 후손들이 상대적으로 편안히 먹고살 수 있음을 넘어서, 아직도 정신적으로 종교가 그들 생활 속에서 중심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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