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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문 Jul 22. 2024

왔노라. 보았노라! 그저, 봤노라?

27.

왔노라.


마틴 루터가 오랜 순례 끝에 로마  포폴로 광장에 있는 이름도 거창한 민중의 문(Porta del Popolo)에 들어설 때, 그가 종교개혁의 태두가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 문 옆 산타마리아 델 포폴로(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에 머물며 바라본 당시 가톨릭의 모습이란 어땠기에, 수도회에서 제공하는 음식조차 사치스럽다고 거부했을까?

칼뱅이 목회를 했던 생 피에르 교회. 제네바 시내.

이번 여행을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성당이 아닌 교회였다.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생 피에르 교회. 제네바 로마 가톨릭의 주교 성당이었던 곳이 교회로 바뀐. 종교개혁가 장 칼뱅이 목회활동을 했던 곳. 그렇게 시작된 여행이 로마에서 성 베드로(산 피에트로) 대성당에 이른 것이다. 굳이 루터와 칼뱅을 끌어들인 것은 성 베드로 성당이 설립 시작부터 완성되는 120여 년 동안 얼마나 많은 종교적, 정치적 갈등과 혼돈 속에서 성당이 완성되었는지, 성당을 짓는 동안 벌어진 수많은 아이러니들이 결과적으로 후대에 세계에서 가장 방문해 볼 만한 장소 중 하나로 변모하게 했는지를 상기하고 싶었다.

성 베드로 성당 전경. 우측에 바오로 성인. 이렇게 보면 크기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성 베드로 성당 지하 무덤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유해가 진짜 베드로의 유해였는지의 논란은 오직 '믿음'으로 믿더라도, 베드로 성당을 건축하는데 부족한 2500여 개의 대리석을 콜로세움에서 가져왔다든지, 성당 내 발타키노 제작 시 부족한 청동을 판테온에서 떼어온 것이라든지, 이런 일들 때문에 로마의 유적들이 망가졌다는 얘기는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을 불명예일 수 있다.

베드로의 권위를 상징하는 교황의자와 비둘기로 표현된 성령. 유리가 아닌 대리석. 정작 저 의자에 앉아 본 이는?

이런 일들보다 로마 가톨릭에 결정적인 치명타는 종교개혁의 원인을 제공하고, 분열을 가져옴으로써 신에 대한 믿음마저 부정하게 만든 기독교의 분열이, 성당을 건립하는데 부족한 건립 자금을 모으기 위해 면벌부를 발행해서 비롯되었다는 치욕은 성당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었다. 아니, 이런 불명예를 기억하러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나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신을 믿거나 말거나 혹은 신을 얼마나 제대로 믿는가 와는 별개로 그저 소문난 이 성당에 오고 싶었고, 와서 직접 본 광경들로 인해 신에 대한 경외 이전에 이걸 만든 것은 결국 인간이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성당의 규모가 너무 커서 위압적이고 강력한 교권을 상징할 정도로 권위적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볼거리가 눈앞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에겐 이로 인해 신을 향한 믿음이 강건해질 수 있지만, 애초 그런 목적으로 건립되었지만 말이다.

제대와 이를 감싸는 발타키노는 공사 중이다. 제대 밑이 베드로 무덤.

이러니 많은 사람들이 베드로 성당을 방문하는 것일 텐데, 이런 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도 아니고, 로마의 주교좌성당도 아니라니. 로마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가 있는 주교좌성당이며, 모든 성당들의 어머니 성당은 산 지오바니 성당이지만, 나머지 다른 바실리카 2개의 성당(산타 마리아 마조레, 성밖 파울로 성당)을 통해서도 느낀 거지만, 당시 주교와 교황의 권위가 얼마나 높았는지는 이미 바티칸 박물관의 소장품들을 건성으로나마 봄으로써 먼저 확인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유산들이 후대에는 어떤 종교였는지를 불문하고 보편적인 인류의 공통 자산이 되었다는 것이 더 핵심일 것 같다.  


정작, 놀라웠던 것은 이런 유산들이 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건, 성당과 성직자들에 대한 권위 때문이건, 성당 건축을 위해 몸 바쳐 일한 브라만테, 캄비오, 미켈란젤로, 베르니니 등 많은 건축가나 예술가들이 이 걸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신이 아니기에, 신이 만들지 않았다는 것이 역시나 중요할 뿐.

성당을 이해하지 못하고 막 찍은 사진들. 이러니 초보 방문객인 거다!

그래서 내린 결론. 마틴 루터가 오늘날 환생해 베드로 성당을 둘러보고 산 피에트로 광장에 선다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지만, 이 모든 배경엔 당시 가톨릭이 잃어가는 권위를 부흥하기 위한 필요로 성당을 오랫동안 지었더라도, 로마 가톨릭의 총본산 바티칸을 상징하는 최고의 건축물임을 부정하기 어려움을 떠나, 평범한 나그네 눈에 그냥 멋지고 위대하고 성스러우면 좋은 건 아닌가 생각하기로 했다. 무슨 생각과 말이 더 필요할까? 유구무언!!

성당 지하 베드로 무덤

중요한 건 성 베드로가 당시 로마 황제 네로에 의해 테베레 강 서쪽에 있는 경기장에서 십자가에 거꾸로 묶여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 시체가 바티카누스라는 언덕에 묻히고, 이후 박해로 인해 죽은 많은 순교자들의 죽음이 함께 한 그곳 위에 성당이 건립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신약성경의 마태오복음 16장 18절 말씀처럼 '내가 반석(베드로) 위에 교회를 세우고, 천국의 열쇠를 주겠다'는 성경말씀에 더해서 보통 이들의 굳건한 신앙이 눈덩이 모양 뭉쳐저서 베드로 성당이 로마 최고의 성당처럼 여겨진 걸 어쩌란 말인가.



보았노라!


바티칸 박물관 전시물들 중 최고인 시스티나 성당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찍을까 말까, 이러라고 울트라 폰을 산 것은 아니지만, 남들 몇몇이 찍는 그 유혹들을 물리치고 한 번 더 한 번 더 쳐다보다 종국엔 이리저리 밀려, 스위스 근위병이 있는 곳까지 걷게 되는데, 여기서 그들을 찍다가는 다시 한번 잔소리를 듣고 떠밀리다 보면, 바로 베드로 성당에 다다르게 된다. 오랜 기다림 속에 성당에 입장해야 하는 사람들보다 은총을 받았다고 뻐기면서 성당 내부에 도착하기 전 먼저 반기는 건 쿠폴라를 10유로 주면 200여 개단을 덜 걷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 유혹이다. 그냥 8유로 주고 예수가 겪은 고난을 상기하는 것보다 쉬운 길을 선택하며, 쿠폴라 비용을 계산하는 나를 내려다보는 김대건 신부님이 웬일인지 흐뭇하게 웃는 것 같아 썩소를 날리며 기꺼이 올라간 쿠폴라. 그곳에서 내려다본 산 피에트로 광장은?

쿠폴라 천장화. 70대 나이에 만든 미켈란젤로 작품.
멋지군! 쿠폴라 올라가는 곳에 김대건 신부님이 계신다. 자부심이!!

열쇠 모양 광장, 이걸 돌리면 천국으로 갈 것 같은 시야가 눈에 들어온다. 아마, 이탈리아 어느 성당 쿠폴라에 올라가더라도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성당 주변이 어디든 대부분 도시일 테니, 올라가서 도시 주변 둘러보는 거야 당연하지만. 성 베드로 성당에서 보이는 로마 시내는 그 어떤 쿠폴라에서 내려다보는 광경보다 감흥만큼은 최고일 듯하다. 이를 베르니니가 설계했다고 하니. 다시 한번, 성당을 건축했던 그들의 신에 대한 경외와 신을 향한 예술가적 열망이 그저 존경스럽다. 이건 베드로 성당 건축물이 왜 위대한 걸작이 되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텐데, 역시나 말이 많았다. 유구무언이라며!



그저, 봤노라?


피나코테카(회화관) - 피오 11세 교황 때 만들어졌다는 곳. 죠토,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까라바죠 등의 작품 소장을 소장하고 있다. 라파엘로, 죠토, 까라바죠,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들. 마지막은 누가 그렸더라?


솔방울 정원 - 피냐 정원으로도 불림. 왼편 작품은 아르날도 포모도르가 만든 천체 속의 천체. 현대작품이다.


벨베데르의 정원 - 클레멘스 14세 교황과 비오 6세 교황에 의해 만들어진 곳이다. 아르노의 강의 신과 그 유명한 라오콘.


뮤즈 여신의 방 - 미켈란제로가 그토록 사랑했다는 토로소.


원형의 방 - 아래 욕조가 시저가 사용했다는 믿거나 말거나는 아닌.


그리스 십자가의 방


촛대의 방/아라찌의 방



지도의 방 - 그레고리 13세 교황 당시의 교황청을 지도로 표시해서 프레스코화 기법으로 만들었다.


소비에스키의 방/성모 마리아의 방/라파엘로의 방 - 라파엘로가 4개 방의 벽화와 천장화를 그렸다. 대표작이 아래 아테네 학당이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방/엘리오도르의 방/서명의 방/보르고 화재의 방/시스티나 소성당 - 가장 대표적인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인 일명 천지창조와 벽화인 최후의 만찬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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